저는 교육은 선택과 집중, 경쟁과 자율을 통한 시장의 원리에 맡겨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흔히들 교육의 공공성을 말하면서 이러한 시장의 원리에 반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국가에는 교육 외에도 많은 공공성을 띤 분야가 있으며 이러한 분야가 모두 공공성을 이유로 시장의 원리를 배제하고 국가가 개입하고 통제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유독 교육만이 공공재라는 이유로 시장의 원리를 배제해야 할 이유와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교육에서 시장의 원리란 그야말로 수요자(학생)와 공급자(학교)의 자율적 판단에 의한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학생선발권과 학교선택권의 보장이 전제되지 않고 서는 효율적인 경쟁과 이를 통한 교육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교평준화정책은 이러한 학생선발권과 학교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고등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국가는 개인(私人)이 설립한 사학의 학생선발권을 좌지우지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방적인 평준화 정책은 우리 헌법 제31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분명한 위헌적인 제도입니다. (이글에서 굳이 평준화정책의 교육현장 붕괴에 대한 논거는 대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글을 올린 주 이유는 평준화 폐지를 말하기보다는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고교등급제" 는 대학의 학생선발권의 영역으로서 대학의 자율성을 상징하는 대학고유의 권리라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데에 있습니다. 우수한 인재에 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재의 교과목 성적을 기준으로 할 수 있고, 미래의 성장가능성을 중심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기업마다 추구하는 인재상이 다릅니다. SK는 현재 완성되어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 반면, 삼성은 성장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등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유독 대학만이 교육부의 일방적인 지침에 끌려가야할 이유는 없습니다. 대학도 자신의 교육철학에 따라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고, 현재의 고교등급제는 이러한 대학 스스로 판단해서 학생의 우수성을 판별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관점에서 대학의 편에 서서 일면 정당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제 주장입니다. 현재, 전교조를 선두로 하여 고교등급제를 실시한 대학에 대한 여론몰이가 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결국 대학의 자율성이 더더욱 교육부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부는 먼저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함으로서 대학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수급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해야 합니다. 국가가 대학의 학생선발의 문제까지 통제하는 현 제도하에서, 고교 평준화로 인한 전반적인 학력저하와 학교간의 현격한 실력차이를 무시한 형식적인 평등한 취급은 우수한 인재의 판별 을 어렵게 하는 것이 자명한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고교등급제 문제는 "대학의 자율성" 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대학을 부정을 저지른 죄인처럼 취급하고 일방적으로 여론을 몰아서 비난하는 태도는 지양되야 할 것입니다. 대학은 고등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으로서 스스로 필요한 인재를 선별할 권리가 있으며, 지금의 교육제도는 이러한 변별력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이 그러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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