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오브 핑크 (Touch Of Pink, 2004) 캐나다, 영국 | 드라마, 코미디, 멜로/애정/로맨스 | 91 분 |
감독 : 이안 이크밸 라쉬드 출연 : 지미 미스트리, 카일 맥라클란 해외 등급 : R
시선과 메시지, 재미의 균형이 잘 잡힌 영화. 천박한 홍보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담백하게 편견없이 즐길 것.
두 남자, 알림(지미 미스트리)과 자일스(크리스틴 홀든레이드)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알림의 엄마 누루(수 매튜)의 갈등에 관한 얘기다. 동성애를 축으로 멜로이야기를 끌어나간다는 점이랑 영화속 알림의 수호천사같 은 존재가 가상인물이라는 점이 재미있게 다가온 반면에, 엄마와의 갈등이 비교적 가볍게 해결해간다
자신의 핏줄과 그 자아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한 게이 남성을 주제로 삼은 것은 맘보 이탈리아노와도 같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나만의 친구 아쟈씨가 또한 무척이나 맘에 드는 억양을 구사하며 귀여운 짓 하고 돌아다니는 것이 더더욱 이 영화의 맛을 나게 해 주는 중요한 향신료로써 훌륭히 작용했다.
[스포일러] 파키스탄 혈통의 케냐 태생으로 캐나다에서 성장한 알림은 현재 사진작가로서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영국인 남자친구 자일즈와 동거 중이다. 일찍 남편과 사별한 알림의 엄마 구루는 캐나다에 정착한 언니 일가와 함께 살고 있는데, 치과의사로 자리잡은 조카의 결혼을 앞두고, 무심한 알림과 자신의 상대적으로 완전하지 못한 처지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이모에게 어린 아들을 맡기고, 영국으로 떠났던 엄마 덕분에, 딱히 엄마에게도 누구에게도 마음 붙일 데 없었던 내성적인 알림은 영화 속 ‘캐리 그랜트’가 환상 속의 친구가 되어 여지껏 따라다니다.
조카의 결혼을 앞두고, 심지어 외과의인 약혼녀가 있다고 거짓자랑을 하는 등 조바심이 나고 우울증에 빠진 구루. 이를 본 조카가 선심한 비행기 티켓으로 아들을 찾아 영국에 온다. 엄마의 급격한 방문에 당황한 알림은 임시방편으로 그의 남자친구 자일즈를 단순한 룸메이트로 소개한다. 이타적인 엄마는 자일즈의 호의에도 쌀쌀맞게 굴고.
불편한 알림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백을 노리지만 마땅히 기회를 잡지 못하고, 그저 빨라 돌려보낼 심산으로 자일즈의 여동생을 약혼녀로 소개시키는 둥 임시방편의 거짓말 밖에 하지 못하며 엄마와 트러블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결국 구루는 그녀와 가족과 캐나다를 인정하지 않는 알림의 선포로 상심하지만, 그녀와의 거리감을 좁히고 싶은 자일즈의 제안으로 런던 데이트에 나선다.
잠깐의 데이트지만 서로 이해와 친밀도를 높여가고, 그 속사정은 모른채, 자일즈에게 호감을 갖는 엄마에게 알림은 답답함을 느낀다, 자신을 이해 못할 꺼라 단정한 알림은 자일즈의 시도에 마저 짜증을 부리고, 자일즈는 상처받는다.
결국 반동으로 자일즈는 자신에게 호감있는 멋진 수영선수 출신 게이 청년과 수영장 데이트를 하고, 이에 대한 답답함과 혼동 속에서 무작정 자신의 정체성을 엄마에게 통보해버리고만 알림. 엄마는 충격 받은 채, 캐나다로 돌아가고, 엄마의 이해에 대해 절대 기대하지 않는 알림의 단정에 자일즈는 실망하고 비난한다. 캐나다로 뒤쫒아 온 알림, 그의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그와 그녀를 따뜻한 마음으로 인정해주는 이모부 덕분에, 마음의 여유를 찾으며 사촌의 훌륭한 결혼식을 위해 가족으로써의 시간을 즐긴다.
사촌의 결혼식 전야, 축하 연회를 마치고 혼자 집에 돌아오자 사촌이 엉망으로 취해 술을 찾으며 알림을 기다리고 있다. 실은 퀴어의 정체성을 가지고, 어린시절 장난의 추억을 공유한 사촌의 추근거림에 알림이 저항하자, 그것은 단지 즐길 수단이며, 결혼은 모두들 부러워하는 스펙으로 치루고자 한다며 당당하다. 남자친구에 대한 사랑을 설명하고 거부하는 알림과 이렇게 뻔뻔히 대응하는 사촌의 대화를 듣게 된 구루. 당황하지만, 그녀는 알림의 진심을 알게 되었음에 마음이 움직인다.
다음날, 온갖 호화로움으로 가득한 결혼식장. 불편한 마음으로 결혼식장을 찾은 구루는 결국 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결혼을 만류하려 하는데, 이미 언니는 알고 있었다. 남에게 보이는 완벽한 삶이면 된다는 가치관의 언니에게서 이제 그 모든 것을 이루고 망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듣는다. 그런 언니의 모습에 더욱 당황하는 구루. 그 때 자일스가 찾아오고, 구루는 당당하게 아들과 아들의 남자친구를 소개한다. 결혼식을 망칠 수 없는 언니의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신성한 결혼의 증언자가 될 수는 없는 구루는 돌아서 나오고. 일람은 그의 오랜 친구 ‘캐리 그랜트’를 떠나 보낸다. 작지만 이제 오래된 친밀과 새로운 이해가 시작된 그녀의 아파트에, 알림의 남자친구, 그녀, 그녀를 흠모하던 아파트 관리인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