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가 힐(Sugar Hill, 2000) 드라마 | 한국 | 단편 | 23분 | 극영화 | 16mm | Color
감독 : 이송희일 배우 : 박재현. 진경. 변정주
'후회하지 않아' 이송희일 감독의 2000년작 단편영화 !!..
이 이야기는 실화에 기초해 있다. 사랑했던 두 남자. 그 중 한 명이 집안의 압력에 의해 결혼해야 했다. 그를 떠나 보낼 수 없었던 연인은 고민과 싸움을 거듭하다가 결국 자신의 친누나를 소개시켜주게 된다.
이렇게 맺어진 악연. 결국 누나는 자기 남편과 자기 동생의 관계를 알게 된다. 하지만 누나는 자신이 갓 임신한 아기,어쩌면 가족의 상징일 수도 있는 아기를 선택하게 되고 동생을 떠나보내게 한다. 시간이 흘러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슈가힐>은 유부남 게이 문제를 다룬다. 주변의 압력으로 가정을 만들기 위해 결혼은 했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버릴 수는 없는 딜레마에 괴로워하는 게이들의 이야기인데, <슈가힐>은 이야기를 통한 드라마 방식이 아닌 상징적인 미장센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독의 입장을 말한다. 영화의 소재가 실화를 기초로 하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을 보면 언뜻 특이한 선택이다. 새장 속의 죽은 새를 치우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이 새와 새장은 여자의 동생이 누나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사준 선물이다. 한 쌍의 새가 들어있는 새장은 겉으로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결국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결혼 생활을 상징하는 것 같다. 새로운 새와 새장을 사고 들어오는 여자는 검은 옷을 입고 있는데, 그녀가 집에서 마주한 건 자신의 남편과 동생이 정사를 나누는 충격적인 모습이다. 여자는 창 밖으로 새장을 던지고, 한 식탁에서 즐겁게 식사를 하던 관계였던 세 사람은 이제 뿔뿔이 흩어진다.
이런 상징을 통한 설명이 이송희일 감독의 취향이었는지 아니면 당시 퀴어시네마의 경향을 반영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 혹은 둘 다인 것도 같다. <슈가힐>은 이송희일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데, 그의 첫 작품인 <언제나 일요일 같이>는 <슈가힐>처럼 다소 실험적인 화법이 주를 이루는 한편 <아이다호>의 영향도 힐끗 보이는, 당시 퀴어시네마의 경향을 일부 차용한 영화였다. <슈가힐>은 <언제나 일요일 같이>를 이어받으면서도 변화가 시작돼 다음 영화인 <굿 로맨스>로 이어지는 중간 단계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이후의 영화에서도 경향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후회하지 않아>에도 의도적으로 옥탑방으로 설정된 수민 주인공의 공간이나 수민이 기르는 강아지와 정태가 가지고 다니는 강아지 모양 풍선의 대비 등이 나오니까.
<슈가힐>의 결말은 씁쓸하다. 동생은 떠나고, 남편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부도덕적인 게이 섹스에 빠지고, 집에 혼자 남은 부인은 겉모습만 남았을 뿐인 가정을 지키고 있다.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할 관계의 세 사람이 동시에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 영화제 제13회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 출품, 한국파노라마 부문 상영 제26회 한국독립단편영화제 개막작 제1회 한국영화축제 상영작 부산 아시아 단편영화제 경쟁부문 동백상(최우수 작품상) 수상 인디포럼2000 공식상영작 영화진흥위원회 사전제작지원작 제20회 벤쿠버 국제 영화제 제19회 아웃패스트 2001 LA 국제 '게이&레즈 영화제 초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