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집 (A Home At The End Of The World, 2004)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미국 | 120 분
감독 : 마이클 메이어 출연 : 콜린 파렐(바비 모로우), 로빈 라이트 펜(클레어), 씨씨 스페이식(앨리스 글로버) 등급 : 해외 R
9살에 형의 끔찍한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16살에 모든 가족을 잃어버리게 된 바비 모로우, 그는 반항기 많은 소년이었다. 고등학생 때 조나단이란 친구를 만나게 되고 잃어버린 가족 대신 그의 가족들과 하나가 되지만, 장난처럼 시작한 조나단과의 관계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클리블랜드에서 빵굽는 일을 하던 24살의 바비는 뉴욕으로 대학을 간 조나단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24살의 조나단과 그의 친구 클레어. 바비는 이들과 또 다른 삶을 만들어 가는데. (orillia@naver.com)
세상끝의 집 잔잔하면서도 여운이 강한 영화다. 나름 훌륭했다. 규정짓고 마침표를 찍어가며 살던 내일상을 돌아보게한다. 이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없이 열려있다. 인간적 관계와 틀, 뜨거운 사랑마저도 대상과 규범을 뛰어넘는다. 무언가 매듭을 만들고 자기기준으로 아닌건 처내고 악-이또한 사람들의 잣대와 기준으로서의 악-을 냉소하는 보통사람들과는 다르다.그들의 한없이 열려있음이 부럽다.
가족, 사랑 모든 면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대안을 모색하는 영화. 세상 끝의 집. 이제까지 봐왔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늘 두사람이 사랑을 시작하고, 그 결말을 맺어 왔기 때문일까. 언제부터 2라는 숫자가 완벽한 숫자라고 잠정적으로 생각해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그걸 무엇보다도 느낄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둘이 아닌 셋은 완전하지 못한 것처럼 대중매체는 말하고 표현한다. 사랑의 짝대기를 한 사람에게 2개 쥐어 주지 않으며, 삼식이가 희진이와 삼순이를 둘다 사랑하는 현상을 사람들은 절대로 이해해주지 않는다. 때로는 그래서 둘이 아닌 다른 숫자는 늘 소통의 단절, 불화 등의 문제를 가지고 오는 것이다. 여튼 이 영화는 내가 '2'의 이데올로기를 깨고 나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 것 같다.
어바웃어보이에서 소년의 대사가 생각났다. 둘이 있으면 불완전하다. 하나가 죽거나 떠나면 하나만 남겨지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가 필요하다. 셋이어야 한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숫자 3의 온전함에 대해 생각한다. 그래, 둘만이서 목을 메는 외눈박이 물고기식의 사랑은 이제 나를 채워줄 수 없다. 영화는 와이드한 시선을 내게 요구했다.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을 이해하고, 그들의 모든 것을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세상끝의 집을 떠나가는 장면에서 여자를 탓하면 안되었고, 어쨌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는 남자 주인공이 사랑 속에 살고 있다는 것에 나름의 만족을 해야 했다. 단지 나는 자막이 다 올라가도록, 돌아오지 않았던 그녀가 필라델피아로 돌아가길 그저 바랬을 뿐이다. 여튼 영화에서 처럼 나 역시 크고 멋진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며, 인간이 꿈꾸는 곳과 주검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곳의 중간형태 그 삶 속에서 새삼 3(삼)이 주는 의미는 따뜻해진다. 어디서든 외롭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