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사랑 (A Love To Hide, Un Amour A Taire, 2005) 드라마, 전쟁 | 프랑스 | 102 분 |
Jeremie Renier ... Jean Louise Monot ... Sarah/Yvonne Bruno Todeschini ... Philippe Michel Jonasz ... Armand Lavandier Charlotte de Turckheim ... Marcelle Lavandier
전쟁의 광기로 인해 얼마나 많은 죄없는 희생자들이 스러져 갔는 지,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등을 통해서 접해 왔다. 2차 대전이 끝난지 어느새 반세기가 훌쩍 넘었지만, 그 소재는 끊임없이 발굴되어 지고, 또 영상화되어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는 과거를 반추하게 하고, 후세의 우리들에게는 분명한 메시지와 교훈을 주고 있다.
2005년 프랑스 공영 방송 France 2 채널의 TV용 영화로 제작된 'Un amour a taire' (말할 수 없는 사랑)은 단순한 퀴어물 영화가 아니다. 그동안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던 2차대전 중 게이 수용소의 현실과 동성애자들에 대한 무자비한 광적 집단 학대를 소재로 삼은 본격 장편 영화이다. 영화제 수상으로 좋은 작품을 추천하는 기준을 삼는 걸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프랑스 뤼숑(Luchon)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신인 남우, 신인 여우 등 5개 부문을 수상했고. 필라델피아와 시카고 게이 레즈비언 영화제의 우수 영화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작품임을 알려드린다.
(이 줄거리는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이해를 원하시는 분들이나, 내용을 먼저 알고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만 읽어주십시오.)
2차 대전이 발발하고 독일군에 파리가 점령되자, 유대인들의 강제 수용소 이송이 광적으로 번진다. 나치에 의해 부모님과 가족이 총살형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한 사라 (루이즈 모노 分)는 자신의 목숨만 겨우 건진채, 어린 시절 휴가철에서 만나 사랑을 키어오던 쟝 (제레미 레니에 分)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제레미는 자신의 연인인 필립(브뤼노 또데시니 分)에게 사라를 숨겨줄 것을 요청하지만, 자신도 몰래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는 필립은 유태인 처녀를 숨겨주는 일이 부담스럽다. 쟝의 성 정체성을 모르고 사랑을 키워오던 사라는 우연히 쟝과 필립의 키스 장면을 목격하고, 이 세상에는 그녀가 의지할 사람이 더 이상 없다며 낙담하고, 자신의 옛 집으로 잠시 돌아가 자신의 가족을 나치에게 넘겨준 고발자를 살해하려 하지만, 다리에 총상만 남긴채 되돌아온다. 이후, 필립은 사라에게 알자스 출신의 이본느라는 새로운 신분을 위조해주고, 이본느는 쟝의 세탁소에서 일하게 된다.
한편 파리의 대형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쟝의 아버지는 심심하면 감옥에 들어가는 말썽꾸러기 둘째 아들, 자끄를 뒤로 하고, 장남인 쟝에게 사업을 물려주려 한다. 출옥한 자끄는 나치에 협력하는 프랑스 경찰에게 자신의 세탁소에 적혀 있는 유태인들의 주소를 팔아 검은 돈을 마련하고, 이본느에게 연정을 품지만, 쟝에게만 마음을 주는 이본느에 대해 질투심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자끄는 자신의 형이 이본느와 함께 사는 필립의 애인임을 알게 되고, 동성애자 형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지만, 쟝은 자신도 스스로를 오랫동안 '괴물'로 여기며 자신을 혐오하는 세월을 보내왔지만, 자끄가 푸른 눈을 가지려고 해서 푸른눈을 가지지 않았던 것처럼, 자신의 성 정체성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눈물로 호소한다.
겨우 화해를 한 형제는 필립과 쟝, 이본느가 된 사라와 함께 쟝의 생일 파티를 즐기던 도중 사소한 말다툼에 휩싸이게 되고, 급기야 자신의 형에 대한 잠시의 분노로 인해, 친나치 경찰에게 쟝의 동성애 행적을 고발한다. 잠시 겁만 주고 풀어나게 하려던 자끄의 의도는 추악한 경찰관에 의해 사태가 점점 더 커지게 되고, 급기야 쟝은 독일군의 강제 수용소에 유태인과 함께 이송되게 된다. 그리고, 수용소에서 끔찍한 노역과 학대, 정신 교육등 죽음이 도처에 깔린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한편, 게이 사교 댄스장에서 쟝과 함께 춤을 춘 독일 장교는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나자 권총으로 자살하게 되고, 쟝과 의지하고 지내던 수용소 유태인 게이 동료는 (유태인 게이에게는 분홍빛 별모양을 달게 한다) 벌거 벗겨 진 채, 화염 방사기의 희생양이 된다. 결국 쟝은 한번 들어가면 절대로 살아 돌아올 수 없다는 다라오 수용소로 이송되고, 동성애자로서의 교육도 거부한 채, 생존의 한계의 지점에 서게 된다.
한편, 필립의 레지스탕스 전적이 드러나고, 필립은 강제 연행 도중 나치의 총에 맞아 사살된다. 이본느는 결국 자끄의 구애를 받아 들이고,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는 데, 과거에 살인 미수로 장애인이 된 유태인 고발자가 그녀의 앞에 나타난다. 자끄는 보상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약속 장소에서 그를 살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또 다른 나치 경찰을 매수해 형의 수용소 탈출을 꾀하면서, 자신의 세탁소 사업을 늘려간다. 자끄와 결혼한 이본느는 사내 아이를 낳게 되고, 유태인들의 세탁소 출입도 금하던 아버지는 자끄의 폭로로 자신이 유태인 며느리를 두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프랑스가 해방되자, 과거 나치에 동조한 사람들이 연행되고, 이 과정에서 자끄가 자신의 친형을 친나치 경찰에 고발했음이 드러나고, 결국 자끄는 죄책감으로 인해 감옥에서 목을 매 자살하게 된다. 다라오 수용소에서 구사 일생으로 돌아온 쟝은 수용소 시절, 나치의 과다한 호르몬 강제 투여 후유증으로 결국 파리 귀환 이후, 얼마만에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필립의 사진을 곁에 두고, 이본느, 아니 이제는 사라로 다시 돌아온 그녀와 자신의 부모앞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다.
세월이 흘러, 파리 센 강변에 세워진 2차대전 동성애자 희생자 유적지 건립 행사를 찾은 노년의 사라는 쟝의 이름을 따서 지은 자신의 아들, 쟈노와 손자, 손녀 앞에서 과거를 회상한다. 관계자가 그녀에게 더 이상 유적지 내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하자, 사라는 '당신이 나의 접근을 막을 수는 있을 지 몰라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까지 회상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이 오르기 전, 마지막 자막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프랑스 정부는 2차대전 중 동성애자들에 대한 홀로코스트 공식 인정을 2001년도에 와서 했고, 프랑스는 나치에 함락된 1933년부터 동성애자들의 강제 연행에 동조했으며, 1933년과 1945년 사이 수용소에 끌려간 동성애자들은 9만에서 1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들 중 1만에서 1만 5천명이 수용소에서 목숨을 잃었으며, 1942년 나치에 동조했던 프랑스 비시 정부시절부터 동성애자들에 대한 처벌을 법으로 인정해 오던 프랑스는, 1981년에 와서야 폐지했다.>
이 작품은 절대 권력이 잉태한 광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소수자의 용기가 얼마나 강하고, 위대한가를 힘있는 메시지로 보여준다. 그 어떤 무기와 죽음에 대한 협박도 꺽을 수 없었던 쟝과 필립의 위대한 사랑과 쟝의 곁에 끝까지 함께 하며, 참된 사랑과 우정을 보여 준 사라... 그리고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인간의 조건조차 무시된 채 핍박과 고통을 받아야 했고, 또 안타깝게 사라져 간 모든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와 명복을 함께 빌어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