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그렉 아라키 출연 : 마이크 다이트리, 크레이그 길모어, 마크 핀치 등급 : 해외 NR
신예 그렉 아라키 감독이 인디 필름의 거장 존 조스트의 지원을 받아서, 연출한 첫 출세작이며 최초 컬러 영화. 선댄스 그랑프리작이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로 인간들에겐 자유와 인권이 주어졌지만 아직까지 이 세계는 성적 소수자들에게 너무도 많은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당장 동성애자들의 자유로운 결혼을 허용한 나라가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덴마크, 캐나다 등 10여 개 국가도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정치적 소수자, 인종적 소수자, 경제적 소수자, 그리고 성적 소수자. 지금도 세상의 많은 소수자들이 사회의 억압과 편견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인식적 장애들이 없어지지 않은 한 이와 같은 소재들의 영화들은 계속해서 우리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마지막 장면 같은 데에서는 가슴이 꽉, 아프게 막혀왔었다. 더 황폐해 보이려고 이런 화질로 영화를 찍었나 싶을 정도로 거칠고, 조악한 화면으로 담아낸, 정말이지 여기까지 먼지 냄새가 풀풀 풍기는 흙 벌판, 퀭한 주차장, 삭막한 도로, 메마른 풍경들.
가슴이 너무 아픈 것이다. 자꾸 옛날 생각까지 나고. 신촌 뒷골목, 낡아빠진 건물에 있던 오피아라는 사설 시네마 떼끄며, 지금처럼 인간들로 빠글대지 않았던 홍대 거리들이며, 거기에서 거친 사포로 슥슥 문대긴 것 같이 굴러다녔던 날들. (늙은 이 다 됐나 보다. 자꾸 옛날 생각이 나니.) 끝나갈 무렵, 두 주인공들이 다투며 바닥에 뒹굴 때 ‘빠앙~~’ 하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울린다. 그 부분에서는 그냥 엎어져 버렸다. 마지막 장면, 넓고 광막한 황폐한 볼모지에서 두 주인공들이 작은 점으로 남는 장면에서도 물론.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아 휘청대는 두 남자의 로드 무비이다. (그 중 한 게이를 걱정하는 바보 같은 년도 하나 있고. 이 년아. 딴 남자랑 같이 떠난 남자는 니가 걱정 안 해도 돼, 맘이 그렇게 먹어지지 않는 건 알지만. 한 애가 사실 속에서, 폭주하려고 하는 쪽이라면, 한 애는 그 폭주 속에서 무언가 의미를 건져 보려고 하는 애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언제나, 뭔가 의미를 건져 보려고 하는, 바둥바둥 대는 애가 폭주까지 건지게 마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