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사이먼쇼어(Simon Shore) 출연 : 벤 실버스톤(스티븐 카터), 브래드 고튼(존 딕슨)
고등학생인 주인공 스티븐의 사랑과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져 있다.스티븐이 게이라는 걸 아는 건 옆집의 친구 린다뿐이지만 그는 학교에서 마초들에게 늘 여자아이같다며 변태 게이로 놀림받는다. 그런 스티븐에게 운동선수이자 인기남 존이 고백을 해 오고 둘은 사귀게 되지만 게이라는 사실이 밝혀질까봐 자신과의 관계를 숨기는 존에게 스티븐은 계속 상처를 받는다. 결국 스티븐은 마지막에 전교생 앞에서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말하고 존과 헤어진다.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성장물이지만 지나치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영화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스티븐과 존의 대조가 상당한 축을 이룬다.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애쓰는 스티븐과 달리 존은 스스로를 인정하려 하지 않고 위태로운 순간에는 스티븐에게 등을 돌려버린다. 그런 상처들은 스티븐이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몇몇 장면은 조금 슬프기도 했다.
영화에서 스티븐을 이해해 주는 것은 린다와 또 그를 좋아했던 여자아이인 제시카이다. 둘은 스티븐이 게이라는 걸 안 때부터 그의 지지자가 되어 주는데 왜 그런 역할을 하필 여자가 담당하고 있는 것인지 흥미로웠다. 우연적인 거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것 말고도 많은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에서 여자와 게이는 친구로 나오지 않는가. 윌앤그레이스나 섹스앤더시티, 또 다른 영화들에서도 여자와 게이(남자 말고)는 서로를 이해하고 같은 화제로 이야기를 한다. 그런 영화나 텔레비전 시리즈들에서 느낀 공통점은 게이가 마초들과 반대의 영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제시카는 스티븐을 괴롭히는 일당 중 하나인 케빈과 사귀었었는데 그는 제시카와의 섹스를 친구들에게 몽땅 떠벌리고 다니는 전형적 마초이다. 그것 때문에 상처받은 제시카는 케빈과 헤어지고 다른 남자들과 달리 상냥한 스티븐에게 끌리게 되는 것이다. 결국 스티븐이 게이라는 걸 알고 포기하면서 전폭적인 지지자이자 친구가 되지만 말이다. 남자들과의 연애에서 지뢰를 밟고 상처입는 이성애자 여자들은 같은 상처를 받는 게이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것일 테다. 물론 게이중에 마초없다는 것도 일종의 편견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모습들은 그렇다. 그래서 '여자의 친구'게이들은 남자와의 연애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고 또 각종 취향에서 소위 여성스럽다는 것을 능가하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적어도 여자들과 같은 별에서 온 남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게이인 것이다.
패션잡지에서 요즘 트렌드를 따라가려면 적어도 게이친구 하나쯤 있어야 된다는 입찢어진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미디어들이 성적 소수자에 대한 해괴한 고정관념을 유포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는 어쩌면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훨씬 더 유연하고 리버럴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레즈비언과 그녀의 친한 이성애자 남자 친구, 라는 컨셉은 단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상상도 할 수 없으므로. (그레이스 앤 윌을 생각해보면, 으음.) 실제로 여성들은 사회에서 소수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게이 혹은 레즈비언과 같은 성적인 소수자들과도 좀 더 비슷한 눈높이를 가질 수 있을 듯 하다.
여튼 가볍고 조금 찡하고 성장영화들이 그렇듯 마지막엔 막이 내려진 안타까움과 또 다른 시작에 대한 희망을 주는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