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BBC 2에서 방영된 3부작 미니시리즈. 앨런 홀링허스트가 집필한 동명 소설을 극화한 것이다.
영국의 부커상 수상작인 원작은 말그대로 주인공이 제대로 착각하고 있는 "The Line of Beauty"를 다루고 있다. 이 미니시리즈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며 내가 이 미니시리즈를 보면서 느꼈던 점을 적고자 한다
스토리가 흘러가는 방향은 거의 초반에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 새롭지도 않은 내용이다. 어떤 이는 이 미니시리즈를 Angels in America와 비교하던데 시기도 비슷하고(1980년대) 게이와 에이즈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 듯 하다. 그러나 나는 Angels in America와 이 미니시리즈를 비교하는 것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The LIne of Beauty"는 상류층 친구 토비의 집에 기거하게 된 중산층 청년 Nick Guest(맨 위 사진의 오른쪽 청년)가 보고 들은 4, 5년의 세월에 대한 기록이다.
공부를 잘한 덕에 역시 공부를 잘한 상류층 자제와 친하게 된 Nick은 Last name부터 참 정직하다. 언제까지나 친구 토비의 집안에 손님으로 온 그는 극이 진행되면서 그 지위가 점점 상승하는듯 보이지만 거의 관찰자의 입장에 머무르고 있다. 그도 그럴듯이 그는 bbc 2 홈페이지의 설명에 의하면 토비를 갈망하고 토비의 어머니의 상류층 특유의 나른함을 좋아하며 토비의 아버지 제럴드 하원의원의 유쾌한 위엄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그는 상류층의 모임에 섞여 그 상황을 즐기고 차츰 그들의 문제를 알지만 그것을 고치려는 적극적인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 ex) 캐서린의 우울증과 자해성향을 방관함, 제럴드 하원의원의 외도와 부정행위를 눈감아줌, 사랑하는 와니의 이중생활 참아줌 등등.
이 여자가 페던스 가의 둘째 딸 캐서린이다. 음... 미인이다 -_-;
닉이 주체적인 행위를 보이는 경우는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을 드러낼 때 뿐이다. 상대가 레오든 와니이든 그의 역할이 탑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는 사랑을 할 때 빼고는 "그냥 거기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어리석게도 상류층의 허상을 보고 아름다움이라 칭송하였다. 그는 상류층의 갖가지 추악한 것을 공유하면서까지 상류층에 편입하고 싶었던 것이다.
경제적 애정적 부정 행위가 탄로난 제럴드 하원의원이 사임한 후 닉이 게이라는 사실까지 일간지에 오르게 되자 그를 향하던 따뜻한 시선은 금새 싸늘하게 식어버린다.
닉에게 자신들의 추악한 면을 들키면서 전적으로 의지하던 상류층 사람들은 그를 변태와 배신자로 매도하고 이 모든 상황의 책임을 너무도 간단하게 닉에게 돌린다. 정작 자신들이 그런 사람들인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와니와 토비, 그리고 얼굴 안나온 닉. 여기서도 닉은 얼굴이 안나와서 웬지 완전불쌍모드이다.;;;
이처럼 "The Line of Beauty"의 강점은 대체로 상류층의 아이러니와 모순을 잘 살렸다는 점에 있다. 소재면에서도 시대상황면에서도 그닥 신선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 미니시리즈의 원작소설이 권위있는 상을 받았다는 점은 대체로 이점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닉이 과연 이런 상류층의 "정체"를 깨닫고 "철"이 들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호의를 가졌던 페던스 가의 가정부가 한 말은 확실히 그의 미련을 없애고도 남음이 있다. (그게 무슨 말인지는 직접 보고 판단하시길...)
소시민들은 평생에 가지기 힘든 부를 누리는 상류층의 삶을 동경한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것은 그들 삶의 껍데기 뿐이다. 진짜 그들이 행복한지 그리고 아름답게 살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나는 새삼 "The Line of Beauty"를 보고 이점을 느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주인공 댄 스티븐스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였고 1982년생으로 어린 축에 속하지만 유망주로 꼽히는 배우이다. (실제로 그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1980년대를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곳의 주요 무대인 페던스 가 저택이 실제 그의 켐브리지 대 친구의 집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 둘: 댄 스티븐스를 휴 그랜트에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둘 다 각각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서 명문대 출신의 배우라는 점이 같고 외모도 비슷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이건 진짜 억지인데 이 미니시리즈의 배경인 페던스 가문이 위치한 곳이 노팅힐이다. 둘다 나이에 비해 "많은" 얼굴 주름을 지녔다는 점도 비슷하다. 재미있는 우연인 듯 하다. 그러나 휴 그랜트의 젊은 시절 영화를 보았던 나로서는 댄의 외모가 휴 그랜트에 비교는 되어도 그 보다 혹은 그 만큼 잘생겼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