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갈대 (The Wild Reeds, Les Roseaux Sauvages, 1994) 프랑스 | 드라마 | 115분
감독 : 앙드레 떼시네 배우 : 엘로디 부셰즈, 가엘 모렐, 스테판 리도
완전 신인인 젊은 배우들과 함께 경량의 제작 규모를 가지고 만든 작품. 예술-문화 공영 채널인 ARTE 방송국의 기획 시리즈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갈대와 참나무>라는 라퐁텐느 우화에서 직접 인용한 제목으로 편집된 52분짜리 TV용 버전도 있다.
떼시네는, 대표작 <나는 입맞춤하지 않아>에서도 보이듯이, 등장인물의 심리를 통해 당대 사회와 문화에 내재한 잠재의식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야생 갈대>는 1962년 프랑스 남서부의 기숙학교에서 생활하는 세 소년과 한 소녀의 삶을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극우비밀군사조직 OAS가 알제리의 독립에 반대하여 테러를 자행하던 때로 프랑스 전체적으로 암울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실제로 43년 프랑스 남서부의 발랑스에서 태어난 떼시네는, 이 영화에서 시대의 정확한 재현이라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과거와 현재가 자유롭게 공존하도록 하고 있다. <야생 갈대>에서 인상적인 것은 남서부 프랑스의 아름다운 자연이다. 넘실거리는 밝은 햇볕과 짙푸른 초록의 숲, 그리고 뜨거운 날씨 때문에 더욱더 차갑게 느껴지는 시냇물 등이 그 자체로 자연의 순간적인 아름다운을 발산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인상주의적 접근은 인물들을 다루는 방법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네 명의 신인배우들의 존재는 눈부시며, 그들의 존재는 자연과 대등한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발산한다. 몸의 움직임과 표정을 통해 나타났다 사라지는 욕망의 흐름은 빛, 나무, 물의 미묘한 변화를 닮았다. 이 영화의 매력은 강한 이야기 구조에 자연스러운 이미지가 결합한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