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구스 반 산트 출연 : 커시 애플렉, 맷 데이먼 등급 : 해외 NR 공식사이트 : http://www.gerrythemovie.com/
Spiegel im Spiegel (#Arvo part) - 5분 48초정도간의 3음 구간 반복. 같은 시간동안의 두 주인공 '제리' 들의 드라이브. 이 둘은 이름이 같다. 서로를 제리라고 부르는 이 둘. 카메라 앵글은 찬찬히 앞에서 뒤에서 그리고 옆으로 다시 반대편으로 돌아가며 두 인물을 '관찰' 시켜준다. 둘은 대화도 없이.. 이 영화는 아마도 지루함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는 절대 보여줘서는 안될지도 모른다. 처음 영화를 볼 때부터 거의 마지막 까지 나는 계속 의문스럽고 또 의문스러웠다.
너희 둘 도대체 어디로 가던 중이었고, 또 지금과 그 때에는 어디로 가는 길이었니? 당연 답변이 올 수 없다는걸 알지만 나는 궁금했고 알아내기위해 둘을 조금 더 자세히 관찰했다. 롱 테이크씬이 많고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화가 전혀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것인듯하다. 감독은 이 둘 인물이 도보로 걸어갈때 뒤쪽에서 아니면 먼 곳에서 찍어주고있었다. 구스 반 산트 감독, 그의 의도는 아마 관찰을 유도한것이 아닐까.
영화를 볼 때에 감정개입 시키길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이 영화에서 좀처럼 둘 중 어떠한 인물에도 내 감정을 대입시킬수 없었다. 나는 그저 뒤에서, 옆에서 앞에서 '관찰' 할 수 있었고 그로인해 이 영화를 본 나는 관찰자의 시각에서 내가 궁금한것을 스스로 찾아보고 관찰해내고 파헤쳐갔다.
게리는 파라노이드 파크와 엘리펀트보다 카메라의 시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맷 데이먼과 커시 애플렛. 카메라는 처음 그 둘을 쫒아간다. 전경과 후경 그 사이에 숨어있는 두 인물을 카메라는 쫒아간다. 그리고 그들은 길을 잃는다. 높은 산으로 걷자는 맷과 동물 발자국을 쫒자는 커시. 좀더 영리해 보이는 캐릭터인 그의 말을 맷은 따른다. 그리고 갑작스런 숏 전환. 힘겹게 동물 발자국을 쫒았지만. 발자국은 사막에서 사라졌다.
이제 카메라는 처음으로 그들을 쫒지 않는다. 카메라는 옆에서 길을 걷는 그들의 얼굴을 화면 가득 채운다. 처음과는 달리 나란히 걷는 그들. 고개 숙인채 땅을 바라본다. 더 이상 서로를 보지 않고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모래에 부딪히는 신발의 고무 발판 소리만 삑삑거린다. 이쯤이 영화의 51분되는 지점이다. 길을 잃은 그들은 지쳐있고. 서로에게도 지쳤다. 미묘하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얼굴을 카메라는 몇 분동안 클로즈업 한다. 당혹스럽지만 어쩌면 적절하게 커시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웃는것인가 웃지 않는것인가. 잘 모르겠다. 조금 뒤 맷은 카메라를 벗어나 앞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다시 피곤한 얼굴의 커시 뒤로 화면이 뒤쳐진다. 자, 이 씬 뒤로 부터는 카메라의 시점이 조금 달라진듯 하다. 인물과 풍경을 쫒아가는 이동도 가끔 보이지만 비중을 차지하는것은 기다리는 숏이다. 인물의 앞에서 카메라는 정지해 있고 뷰포인트를 비껴가는 혹은 정면으로 오는 모습을 찍는것이다. 이쯤되면서부터 나는 괴로웠다. 길 잃은 그들은 관객에게 길을 묻는듯한 느낌이었다.
숏 간간히 비취는 아무것도 없는 하늘과 땅은 여전하지만, 더 이상 그것들도 이전과 같은 의미를 갖지 않는 듯하다. 광활하고 깨끗한 하늘은 지상에 비해 자유롭다. 그곳에 길이란 것은 없다. 곧 죽을것 같은 그들과도 상관없이 맑기만 하다. 마치 신처럼. 혹은 꿈처럼. 갑작스럽지만 이제 맷이 커시를 죽이는 장면으로 넘어오자. 하늘과 땅은 더 이상 구분되지 않는듯 하다. 푸른 하늘가 하얀 땅. 커시는 이만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를 뒤로 남겨두고 맷은 환상처럼 보이는 길을 찾는다. 그리고 흔히 볼수 있는 자동차 속, 공간에서의 인물 정면 샷. 붉게 타오른 맷의 얼굴. 그리고 운전하는 아버지와 옆 좌석에 앉은 딸. 맷 데이먼은 아버지역을 맡은 인물을 보다가 창 밖으로 시선을 옮긴다. 붉게 눈물이 난다. 엔딩은 엘리펀트와 비슷하게 하늘과 땅을 정면에서 잡는다. 구름이 걷힐때마다 햇빛이 지상을 비춘다. 마치 전등불 처럼. 풍경의 다정하면서도 냉정한 면을 그전까지는 보여줬지만. 이 마지막은. 나의 연상작용이 날 어리둥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