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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죽이 |
| subject |
2011년 11월 10일 목요일 |
| home |
htt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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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수능이라 학교를 쉬었다
엄마아빠가 출근하면서 나를 10시에 깨웠고
두 분이 나가자마자 나는 샤워를 끝내고 다시 침대에 누워
12시까지 자고 깨고를 반복했다
전날 취향남캐를 작성하느라 다섯시 가까이 되서 잠들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부탁한 택배 소포 (무지하게 무거웠음)를 받고 나니 잠이 깨서
하룻동안 끝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화학 수행평가들과 영어 보충 숙제와 숨마쿰라우데가 있었다
그렇게 할 일 배분을 고민하다가
우선 화학 보고서를 완성한답시고
컴을 켰다
그때 그러지 말아야 했음ㅋ...
컴을 키고.. 뭐했더라
그래 질질 끌고 있는 시즌6 퓨처라마를 드디어 다 봤다
만세! 드디어 더 안 봐도 된다!ㅋㅋㅋㅋㅋㅋ
점심때가 되어서 나가기 귀찮은 마음에 (집에 아무도 없었다)
그냥 내 돈 들여서 치킨을 시켰다
치킨을 뜯으며 폰으로 쿠키도저를 하다가
문득 오늘 하루가 생각만큼 널널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만 급해졌다
어물쩍 영어보충 숙제를 가져다 치킨 기름을 잔뜩 묻히면서 풀기 시작했다
근데 요즘엔 뭐만 풀려하면 왜이리 잠이 쏟아지는지..
그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마룻바닥에 누워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마지막 문제가 막히는 동시에 몸이 노곤해졌고
5시에 김수원 내신 첫수업이 있는걸 알고 4시까지 낮잠을 자기로 마음먹었다
낮잠은 아주 아주 달콤하다
그렇게 나는 꿈도 안 꾸고 잠이 들었고
깨보니 5시 30분이였다
잠이 화악 깼다
시간을 몰랐다고 시치미떼고 7시에 갈까
라고 고민하다가
걍 엄마와 아이비에 알리고 미친듯이 걷기 시작했다
노닥거리는 내신수업이여 감사합니다
내가 도착했을때가 5시 45분이였는데 그 때까지도
수업이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치킨을 먹자마자 잠이 들어 속이 더부룩했다
덕분에 저녁을 안먹어도 배는 안 고팠지만
수원쌤께서 친히 사주신 빼빼로는 그리 땡기지 않게 되었다
급히 챙겨온 두유를 홀짝거리면서 수업을 들었다
아직 초반이라 진도는 그리 빡세지 않았다
첫날 수업이라 전에 해온 숙제를 검사하는 보충 시간이 필요없었으므로
수업이 8시 30분에 끝났다
이제 집에 가서 노느라 못한 일들을 해야지
라면서 열심히 걸었다
집에 와서 딴 짓 거의 없이 화학 보고서를 써냈다
전에 써놓은 글이 마음에 안들어서 계속 손대지 않고 있었던 건데
먼나라 이웃나라와 네이버 지식인의 힘을 약간 빌려서
세련되게 다시 쓸 수 있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들려주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화1 수행은 해결했지만 사실 그보다도 화2 쪽지시험이 문제였다
우리보다 미리 시험을 친 1,2반 친구들이 말하기를
시험의 상당부분이 암기해야 풀리는 문제들이라 골머리를 썩었다는 것이다
그 많은 반응식을 다 외우라는 말에 질려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밤 12시가 지나갔고
나는 컴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빈 시험지를 내기는 싫어서 급한대로 외워야 할 부분만 공책 한장에 옮겨 적었다
그 종이 쪼가리를 들고 등교길과 아침 자습 시간에 미친듯이 외우면
시험은 어떻게든 될것이다
항상 쉬는 날을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보내고 나면
나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다
요컨데 이런거다
사람이 맨몸으로 우주에 노출된다면 질식사하기 전에 터져죽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신체를 압박하던 기압이 없기 때문이다
이걸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적용시켜보면
나는 학교에서의 하루일과가 나를 압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늘어진거다
더 확대해서 말하자면
사람은 주어진 일상의 틀이 없으면 늘어지는거다
혹은 심하면 우주에서처럼 터지는 수도 있는걸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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