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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합죽이 |
| subject |
2011년 11월 13일 일요일 - 2011년 11월 14일 월요일 |
| home |
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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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 11시쯤에 학교 독서실에 도착했다
아직 본격적인 시험기간이 아니라 그런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으스슷함과 나태함이 동시에 몰려와서
도착하자마자 딴 짓을 개시했다
그렇게 3시까지 밥도 굶어가며 어영부영 놀다가
그 때부터 반짝 정신 차리고 영어보충 교재를 정리했다
엠피를 끼고 공부하고 있었는데 4시쯤에 정신을 차리니
맨날 오는 그 언니같은 오빠가 와있었다 언제 온거래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 오빠앞에서 방구라도 꼈으면 어쩌지
2. 블로그를 다시 운영중인데 아주 편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림을 잔뜩 올리고 싶으나 그림이 없어서
주로 취향이나 근황같은 소식만 전하고 있다
별로 다른 이가 공감할 여지가 적어서 댓글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웬일로 누군가가 안부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내 그림이 좋다는 글이였는데 그런 관심이 무척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적당하게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겼는데
나와 친해지고 싶다며 어딘가 자꾸 들이댔다
그러다 얼결에 폰번까지 주고 말았다
난 들이대는 사람에 정말 약하기 때문이다
(너무 들이대면 의식 못할때 정색이 튀어나오겠지만..)
이건 아닌데 싶으면서도 차마 딱자르지 못했다
나보다 어려보였는데 소싯적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찝찝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가증스러운게 아니고 진심이다
아무튼 폰번이 간 뒤로 문자가 언제 오나 똥줄 태우며 기다렸는데
몇시간 후에 엄빠 사무실앞에서 밥을 먹고있을때 문자가 왔다
내 자캐가 무척 좋다는 말에 또 잠시 기분이 좋았지만
또다시 내 창작물을 공통 관심사로 만나는 사람이 생기면 거북할 것 같았다
굳이 입밖으로 안 내도 나는 아직 미숙하니까
그런데 이 아이는 내 캐릭터를 보통 좋아하는게 아니고
아예 자기 캐릭터와 엮어주고 싶어했다
어쩌면 내가 오만한 걸수도 있지만
나는 이 녀석을 어떻게 달래보내나 걱정이 태산이였다
그 짧은 시간동안 은근슬쩍 거절하고 피한게 대체 몇 번인지
이럴거면 차라리 아예 폰번 얘기 나왔을 때 딱 끊었으면 좋았을걸 이라고 후회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딱히 공통된 토픽은 없는데 대화는 띄엄띄엄 이어지는
그런 문자를 주고 받게 되었다
적당히 씹으라는 솔교의 조언을 받아 중도에 많이 씹었는데
오히려 그러는 바람에 태도가 더 모호해진 것 같았다
내 마음가는 대로 하면 될것을 괜히 관계를 재고 추측해서
복잡하게 꼬고있는 건 아닌가 또 후회했다
후회하는 마당에도 문자는 계속 이어졌고
결국 어떻게 됐게?
난 그 아이와 커플캐를 새로 만들게 됐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일기장에서는 임티를 많이 안쓰기로 결심했지만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눈물난다ㅠㅠㅠㅠㅠ이게뭐람ㅠㅠㅠㅠㅠㅠ
어쩌다 커플을??ㅠㅠㅠㅠㅠㅠ물론 캐릭터끼리긴 하지만ㅠㅠㅠㅠㅠ
이 바닥에서 캐릭터끼리 커플을 맺는다는게
그림 그리고 노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걸 알아주길ㅠㅠㅠㅠ글보니까 오덕같다ㅠㅠ
그나마 컨셉이 그 아이와 내가 좋아하는 할로윈이라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나는 끊임없는 자책 끝에 지금쯤 제정신이 아니었을지도
겉으로는 흔쾌히 수락했고
속으로는 일이 틀어져서 죽을 맛이다
이렇게 이중적일 수가
그보다 더 놀라운건 내가 커플캐로 쓸 내 자캐의 비쥬얼을 무척 공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냥 할로윈이라는 소재가 마음에 든 걸까
새로운 커플이 생긴다는 게 설레는 걸까
어느쪽이든 찝찝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나도 내가 이 상황에서 뭘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다
내 캐릭터는 무슨 괴물로 정할거냐며 묻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씹고 잠이 들었다
아침에 깨보니 자기 캐릭터에 대한 프로필이 장문의 문자로 와있다
정신이 아득했다
나도 글쓰는 걸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글쟁이들이 올리는 프로필은 못마땅하다
길게 쓰여진 글문을 보고 나는 그 누구의 얼굴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미지를 보내줄 수있냐고 물었다
그 아이의 그림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도 했고 말이다
폰 사정이 안 좋아서 오후에 보내준다는 대답이 왔다
그 동안 나는 홀로 카라멜색 머리의 인형 소녀와 어울릴 남자를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민한게 바로 지금까지의 일이다
나는 정말로 공을 들였다
그럼에도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아
내일이 모의고사여서 오늘까지 공부를 한다는 핑계를 대고
내 자캐에 대한 소개를 늦출 수 있었다
아직까지 고민이다
나는 무엇을 거북해하고 망설이는 걸까
이보다 더 솔직한 넷 일기장이 어디있을까
제발 이 게시판은 주소가 새 나가지 않았기를 간절히 빈다
비밀을 털어놓을 공간이 없다는건 너무 슬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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