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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담양주간신문
subject    다문화가정, 다문화사회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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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문화가정, 다문화사회의 이해

소유물이 아닌 배우자


필리핀이주위원회 기획실장이자 여성변호사인 ‘골다 마이르’ 씨가 취재진에게 필리핀의 이주실태와 정책 등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제결혼건수는 전체 결혼건수의 13.6%에 달했다. 즉 결혼연령의 성인 8명중 1명이 외국인과 결혼한 셈이다. 이같은 통계로 미루어 우리나라가 단일민족 국가라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특히 농촌인 경우 농업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성인 남성들은 결혼 적령기가 되어도 결혼을 하지 못해 필리핀, 베트남, 몽골, 조선족 등의 여성과 결혼하는 국제결혼이 빈번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이미 다민족 다문화 국가임을 부정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한국인들은 ‘한민족’이란 고질적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국제결혼을 통한 이주외국인 여성들을 인정하고 이해하기보다는 편견과 차별을 당연시 하는 풍토가 자리하고 있다.

국제결혼은 이주여성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닌 2세들의 문제로 비화된다. 그들 2세들은 향후 10년 후면 농촌의 주역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경로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한 축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군 사회복지과는 국민배우자 ‘아이라’(39) 씨를 긴급지원대상자로 선정하고 생계비를 지원하는 한편 후속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필리핀에서 담양으로 시집 온 ‘아이라’ 씨는 현재 남편의 학대와 폭력 속에 유기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11년 전 필리핀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남편 김 모씨와 결혼한 ‘아이라’ 씨는 끊이지 않는 남편의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남편을 피해 10세된 아들을 데리고 따로 나와 생활하고 있는데 남편은 생활비와 양육비 등 일체의 지원을 않고 연락조차 하지 않는 등 부양의무를 방임하고 있는 상태다.

외국인이다보니 생활적응력도 떨어져 학습지 홍보사원으로 활동하면서 버는 50만원 정도의 수입으로는 생계유지조차 어려워 하루 한 두끼씩, 그나마 빵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담양에서는 이같은 가정 폭력으로 부부가 별거하거나 이혼한 사례가 공식적으로는 ‘아이라’씨가 처음이지만 지역에 거주하는 국제결혼 외국인 여성들이 체감하는 행복지수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 길이 없다.



필리핀의 국제결혼 실태

필리핀 사회에서 ‘이주’란 곧 희망과 꿈으로 정의된다. 하지만 노동이주, 국제결혼 등과 관련해 인신매매 등 다양한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필리핀 정부는 IOM 등 국제기구와 협조해 자국민의 보호를 위한 정책개발에 힘쓰고 있다.

필리핀이주위원회(CFO)의 통계에 따르면,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국으로 이주한 인구는 여성 283,364명(91.5%), 남성 26,381명(8.5%)으로 파악됐다. 결혼의 경로는 개인적으로 만난 경우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직장을 통해서, 펜팔, 결혼알선업체, 인터넷 순이었다.

한국으로 결혼해온 여성의 수는 4,582명(1989~2006)으로 호주, 독일, 캐나다 등과 함께 상위 10위권에 든다고 하지만 이러한 통계는 합법적 경로를 통한 수치이고, 결혼알선업체를 통해 이주한 여성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리핀은 결혼이주여성에게 이틀간 출발 전 교육을 시킨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출국 전 그 나라의 법률, 문화에 대해 알고 가는 사람은 35%에 불과하다. 15%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나라 이름만 아는 수준이라고 한다. 합법적인 경로를 통한 경우가 이 정도라면 불법 경로를 통했을 때는 어떠할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 대목이다. 또한 대부분 개인적으로 만났다고는 하지만 결혼업체나 인터넷을 통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한다.

필리핀은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별로 없다. 그들의 연도별 통계며 합법결혼여성의 별거, 이혼, 폭력에 의한 학대 등 관련 통계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에서는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결혼알선(브로커 개입)이나 우편주문신부 등은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불법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취재진이 마닐라에 소재한 CFO(대통령직속 필리핀이주위원회)를 방문했을 때 마침 담양을 다녀간 적이 있는 ‘골다 마이르’ 씨(CFO 기획실장, 여성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다. ‘골다 마이르’ 씨는 2006년 1월 자국 이주민 인권침해 실태조사차 한국에 갔을 때 담양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한국에 이주한 필리핀 여성들의 현지 실태조사에서 일부이긴 하지만 이혼과 가출 등으로 불행에 빠진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대표적 이혼사유로는 시댁과의 문화적 차이와 고부간 갈등에서 비롯된 경우와 결혼여성을 시댁에서 일꾼이나 가정부로 취급하는데 따른 반발 등을 들었다.

반면에 담양에서는 군의 국제결혼여성 지원정책이 체계적이고 적극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필리핀 이주여성들이 대부분 결혼생활에 만족하고 있었으며 일부는 현지 원어민 교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필리핀 여성 대부분이 활동적이지만 한국에 가서는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주 외국인여성들에 대한 철저한 사후교육과 함께 영어로 지원되는 직업을 알선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문화공동체의 실현

다문화사회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의 통계를 보자. 행정자치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외국인 거주자의 수는 536,627명이며, 이중 결혼이민자는 65,243명으로 전체의 12.2%이다.

이들을 국적별로 보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국적이 62.8%, 동남아시아 19.7%, 일본 8.3% 등의 순이다. 농어촌의 경우 여성결혼이민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농어촌 남성이 외국인 신부를 맞은 비율이 41%나 된다. 이는 2005년의 35.9%보다 5.1% 더 올라 간 것이다.

1990년 1.2%에 불과했던 국제결혼 비율은 15년 새 10배 이상 늘어났다. 출입국관리국에 따르면 거주자에다 임시 체류자까지 합치면 약 82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100명당 1.7명이 외국인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인구구성은 변했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의 변화 속도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부족은 결국 우리 이웃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낳게 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인식의 변화, 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한국사회의 문제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담양에서는 여성결혼이민자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한국인 배우자에게도 이민자 모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도록 하는 강좌가 개설돼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강좌는 한국디지털대학교가 펼치고 있는 ‘다문화가정 e-배움 캠페인’으로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한다. 한국디지털대학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주외국인 여성들을 지역사회의 주역으로 성장시키고, 또 그 자녀들도 지역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갈 주인공으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다.

현재 담양은 여성회관에서 매주 토요일 오후 30여 명이 이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담양으로 시집온 캄 투 사오방 씨(25, 한국명 윤주희). 한국어 배우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녀의 작은 소망은 “한국 엄마들처럼 아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 베트남에서 시집온 캄 투 사오방씨(25 · 왼쪽 첫 번째)가 담양 여성회관에서 열린 ‘다문화가정
e-배움 캠페인’ 시범교육에서 남편과 함께 인터넷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학원이 있는 광주까지 번거롭게 오가야 했던 사오방 씨는 얼마 전부터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면서 날로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 사오방 씨의 한국어 배움터가 학원에서 집으로 바뀐 것은 한국디지털대학교가 시작한 ‘다문화가정 e-배움 캠페인’에 참여하면서부터.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등으로 제공하는 콘텐츠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 남편과 자녀 대상으로 한 여성 결혼 이민자 출신국의 언어와 문화 교육, 직업능력개발 교육 프로그램 등이 포함돼 있다.

사오방 씨는 “우리 남편은 한국어 교육 때마다 저를 바래다주고 수업에도 함께 참석해서 도와주는 자상한 남편”이라며 “베트남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해서 배우긴 했지만 아직 한국말도 서툴고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많다. 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곧 태어날 우리 아기에게 한국어 동화책을 읽어주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이야기했다.

사오방 씨의 남편 김동식씨(32)는 “평소 아내와 언어 장벽 때문에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없어서 어려움을 많이 느껴 아내가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찾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다”며 “집에서 언제나 컴퓨터로 공부할 수 있는 다문화 가정 e-배움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즐겁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씨는 “사랑하는 아내의 나라 베트남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배워보고 싶다”며 이 강좌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책과 예산 수립해야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여성이 언어소통이 안되고 한글을 쓸 줄 모르며 사회적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면 2세 교육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또한 국제결혼한 부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이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2세들이 바람직하게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향후 지역사회에 또 다른 사회문제가 되어 그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지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 여성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대한민국 여성이다. 우리나라 농어촌 총각의 인권이 소중한 만큼 이들 외국 신부들의 인권도 소중하다. 가난한 나라에서 가난한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는 이유 때문에 이역만리 낯선 땅에 왔지만, 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하루빨리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여성 결혼이주자들은 한국 사회 최초의 정착형 이민자로서 향후 한국의 새로운 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사람들이다.

그들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전반적인 ‘이주자 정책’이 수립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통해 이주여성들과 그의 가족들의 ‘시민권’ 개념이 확장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일한 권리를 누릴 때 비로소 완전한 정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각 자치단체에서는 국제 결혼한 외국여성이 지역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고, 다문화가정이 행복가정으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실질적 도움을 주는 정책을 마련하고 이에따른 예산을 수립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한명석 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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