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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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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조국 필리핀을 가르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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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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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어느덧 11년이 흘렀다. 결혼해서 아들 둘을 낳았고 큰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 막내는 5세로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한국인 남편과 필리핀인인 나는 국제결혼으로 만나 지금껏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내가 결혼할 당시엔 한국 사회에서 국제결혼이 흔하지 않아 주위에서 보는 시선은 낯설고 한국생활 자체도 상당히 어려웠다.
특히 어려웠던 점이 언어문제였다. 10년 전엔 한국어를 배울 만한 마땅한 장소도 없었고, 누군가가 나서 도움을 주지도 않았다. 독학을 통해 한글을 깨우친지라 필순은 정말 엉망이다. 그래서인지 아들 또한 한글을 조금 틀리게 쓴다. 바꿔야지 하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이 습관인 것 같다.
아이들은 태어난 이후 줄곧 한국에서만 생활해서인지 나의 조국인 필리핀에 대해 잘 모른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며느리가 시댁 문화를 따라야 한다는 듯하다. 이 같은 관행은 국제결혼을 한 가정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한 것 같다. 이때문에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나의 조국에 대해 가르친 적이 없어 안타까웠다.
그러던 중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충무동주민자치센터에서 '국제결혼가정의 어머니 나라 알기' 행사를 개최해 참여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아이들과 함께 필리핀의 국기, 국화, 수도, 지도 등을 인터넷으로 찾아서 함께 공부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뜻 깊었다.
국제결혼은 이제 더 이상 숨길 일이 아니다. 큰아들도 이젠 친구들 앞에서 "까무스타까(안녕하세요)?"라고 당당하게 인사한다. 필리핀에 대해 자신있게 소개할 정도로 자세가 바뀌었다. 어머니의 나라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못했다.
아들은 피부색과 생김새가 또래의 다른 한국인과 다르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줘 너무 대견스럽다. 나와 아들을 바라보는 이웃 시선도 결혼 초기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쯤에서 당부한다면 나를 보듯 다른 이주 여성이나 혼혈아에 대해서도 아무런 편견이나 다른 시선 없이 바라봤으면 좋겠다. 국제결혼은 배우자 선택의 하나일 뿐이다.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제나이타 비라리얼파퐁·필리핀인·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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