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9월에는 딸들하고 민속촌 가기로 했어요. 고추장, 된장 담그는 것도 가르치기로 했고 재래시장도 데리고 가기로 했고…. 아휴~우 뒤늦게 딸이 생기니까 참 할 일이 많네.”
성남시 여성단체협의회 최연옥(69)회장은 요즘 새로 생긴 딸을 위한 프로그램 준비에 여념이 없다.
외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여성. 최 회장과 성남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에게 새로 생긴 딸들은 바로 이런 여성들이다.
이주여성들의 어렵고 외로운 한국생활을 돕기 위해 회원들이 ‘친정엄마’를 자처하고 나선 것. 성남시와 여성단체협의회는 지난 7월 19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성남시 거주 외국인 주부 친정어머니 결연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여성단체협의회원 44명과 필리핀·베트남·중국·몽골 등에서 시집온 외국인 여성 44명은 각각 친정 어머니와 딸의 인연을 맺는 결연증서와 선물을 교환했다.
어머니와 딸의 인연을 맺은 이들은 결연식이 끝난 뒤 첫 만남의 서먹함을 뒤로 하고 분당 중앙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은 간간이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새로 만난 어머니와 딸들은 여성합창단의 노래를 듣고 색소폰과 기타 연주를 감상하기도 했고, 노래자랑과 레크리에이션으로 유쾌하게 지냈다.
친정 어머니를 만난 이주 여성들은 “앞으로 자주 만나 고민도 털어 놓고 한국 생활의 이것저것을 배우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새 친정 어머니를 만난 말리카 샤키로바(23·우즈베키스탄)씨는 “2년 전 시집와 시댁식구들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친정 가족을 보지 못해 늘 아쉬웠는데, 어머니가 생겨 너무 좋다”고 말했다.
여성단체협의회는 9월 11일에는 버스 2대를 빌려 새로 인연을 맺은 어머니와 딸들을 용인 한국민속촌에 보낼 계획이다.
그곳에서 한국문화도 체험하고, 모녀간의 오붓한 정도 나누라는 취지다.
그 후에도 어머니들은 딸들을 모아 놓고 전통 된장·고추장 담그기 등 한국음식 조리법을 직접 전수하는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최 회장은 “성남지역에만 800여명의 외국인 여성이 시집와 살고 있지만 낯설고 언어도 어려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 한국문화체험, 자원봉사 활동 공동참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적응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결연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회원들이 새로 생긴 딸들과 자주 연락하고 만나며 정을 쌓고 있다”며 “딸을 챙기고 아끼려는 어머니들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남시 여성단체협의회는 앞으로도 외국인 주부들의 추가 신청을 받아 모녀 커플을 더 늘릴 예정이다.
한편 경기도는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여성들의 사회·문화적응 지원을 위해 수원과 부천, 안성, 남양주 등 4곳에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를 운영중이다.
센터에서는 국제결혼 여성과 자녀를 대상으로 한글 및 문화이해 교육, 직업교육, 가족생활상담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 국내 국제결혼건수는 모두 3만9690건으로 전체 결혼건수 33만2752건의 11.9%에 달하고 이중 경기지역의 국제결혼 이주여성은 1만8420명으로 전국의 25.5%를 차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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