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처가 잔치에 가슴 뭉클” 삼성생명 주최·문화일보 후원 ‘친정방문단’ 귀국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 “한국에서 너무 잘 못해줬는데… 이제 정말 잘하겠습니다.”
동남아지역 여성과 국제결혼한 한국인 남편들이 이주여성의 친정방문행사에 참여한 뒤 확 달라졌다. 필리핀과 베트남 등지의 처가를 방문한 남편들이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면서 인간의 소중함과 사랑의 참뜻을 배우게 된 것이다.
삼성생명과 한국여성재단,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이 공동주최하고 문화일보가 후원하는 이주여성 친정방문행사인 ‘날(NAL)자’프로젝트가 8일(현지시간) 종료됐다. NAL은 ‘나우 디 앤서 이즈 러브(Now the Answer is Love)’의 줄임말로 사랑을 통해 차이를 극복하자는 취지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남편들은 한결같이 자성과 반성의 심정을 밝혔다.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 센추리파크호텔에서 열린 날자프로젝트의 중간 소감 발표회장.
“필리핀 가서 어떻게 생활하나 걱정했는데, 처가 식구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첫날 처가 식구들이 오랜만에 돌아온 딸을 보고 밤새 눈물을 흘리더군요. 한국에서 때론 함부로 대했지만, 이 사람도 자기 집에서는 정말 소중한 사람인데 내가 너무 무지했구나,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정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어요.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
필리핀 여성 차차리나의 남편 이하용씨는 얘기 도중 눈물을 쏟아냈다. 차차리나는 결혼 10년만에 첫 친정방문이다. 옆에 있던 다른 필리핀 여성인 비수인이 “한국에서 남자가 우는 걸 처음 봤다”고 말했다.
비수인의 남편 손상동씨도 “아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같이 가고, 돼지와 염소를 잡아 동네잔치를 벌여준 친지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비행기 시간때문에 오전 2시에 눈물속에 포옹을 하고 뒤돌아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소회를 밝혔다.
모두 26쌍의 부부가 참여한 이날 발표회장은 흐느낌으로 인해 여러차례 진행이 중단됐다.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가슴 아픈 순간들이었다. 필리핀 아내 크리스티를 둔 이봉녕씨는 “처가에 갔다가 우리나라 1950, 60년대처럼 살아가는 식구들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면서 “갖고간 선물이 동나고 돈마저 바닥나 쓰고 있던 모자와 바지를 벗어주었다”고 말했다.
샤론조이의 남편 배영운씨는 “TV에서 국제결혼 가정의 불행한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아 항상 못마땅했다”면서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샤론조이는 “집안의 장녀로 친정을 도와야 하는 나를 남편이 이해해줘서 고맙다”며 “한국에서 두배로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이주여성에겐 고향의 품을, 국제결혼 가정에는 행복의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는 지적이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박인혜 대표는 “여성들에게 친정방문의 기회를 주는 행사였지만 남편들이 더 감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닐라 = 천영식기자 kkachi@munhw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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