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 울산시 동구 대송동에 위치한 ‘동구가정폭력상담소’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한 외국인 여성들의 한글공부 열기로 뜨겁다.
지난 6월부터 동구청의 지원으로 개설된 ‘동구가정폭력상담소’ 한국어 교실, 낯선 한국 땅으로 시집와 의사소통에 고충을 겪고 있는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한 강좌다.
이 상담소는 결혼으로 이주한 외국 여성들이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교육이 급선무라는 생각에 이 수업을 만들었다.
수강생은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에서 온 40여명의 새내기 주부들. 수업은 기초반과 초급반 중급반으로 나뉘어 교육관 등에서 진행된다.
한국에 온지 1~2년이 안된 여성들은 듣기와 말하기 등의 기초부터 공부를 해 나가며, 2~3년이 넘는 여성들은 말과 글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문화에 대해 즐기면서 실제 현실에 맞는 언어 구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여성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다닥다닥 붙은 책상에 앉아 한자라도 더 배우기 위해 눈을 초롱초롱 밝히고 교사들의 강의를 듣는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대부분 갓난아기를 데리고 올 수밖에 없어 상담소 직원들이 봐주거나 아기를 안고 우유를 먹여가며 수업을 듣는 풍경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비록 한국어는 짧지만 같은 여성들끼리 통하는 표정과 몸짓, 웃음으로 여기저기서 수다도 떤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동구가정폭력상담소는 한국어교실 운영을 위해 지난 4~5월 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교사 양성과정을 개설했었다.
이 과정에 모두 40여명이 참가했고 현재 채삼례 씨(48, 동구 동부동) 등 15명이 자원봉사 강사로 땀 흘리고 있다.
교사들은 언어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의 여성과 어머니, 아내로서 살아가는데 힘을 줄 수 있도록 양성과정을 통해 이주여성의 특성과 현실, 이주여성 관련 법률, 여성주의 상담 등을 교육 받았다.
중국에서 온 왕려영 씨(27, 동구 화정동)는 “이곳에 오면 공부도 할 수 있고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여성들을 만나 즐겁게 지낼 수 있어 매일 이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즐거워했다.
베트남 여성 투이 씨(27, 동구 방어동)는 “혼자서 집에서 공부할 때는 진도도 안 나가고 답답한 게 많았는데 여기 와서 함께 공부하니 더 많이 배우도 실력도 빨리 늘고 있다”고 자랑했다.
앳된 모습의 그는 “고향의 어머니와 친구들 생각에 서글플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이런 곳이 있으니 공부 뿐 아니라 향수도 달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강진희 상담실장은 “언론에도 많이 나왔지만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가족 내 불화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들 여성들이 언어를 비롯해 문화차이에 따른 시댁과의 갈등, 가난 등 여러 어려움에 처해있는 만큼 우리나라를 모국으로 생각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결혼으로 동구에 정착한 이주여성들은 4월말 현재 240여명이며,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은 140여명이다.
또,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은 동구가정폭력상담소 외에도 화정종합사회복지관(동구 화정동)과 자활후견기관 ‘희망을 나누는 집’(동구 일산동)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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