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name |
문화일보 |
| subject |
<시론>다민족, 다문화 |
| home |
없음 |
|
|
<시론>
다민족 다문화
한국인의 의식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편견과 폐쇄성이 결국 국제사회에 노출됐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18일 한국이 다민족적 사회임을 인정해 단일민족 국가 이미지를 극복하라고 권고한 것이 그것이다.
한국사회가 좀더 크고 강해지려면 무엇보다 의식 개혁은 필수적이다. ‘단일민족’에 대해 유엔이 권고 형식을 빌려 제동을 걸고 나왔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의식 수준이 세계 13위의 경제력, 그 위상에 걸맞은지 되돌아보게 된다.
유엔은 “한국사회에 ‘단일민족’ ‘순수혈통’‘혼혈’과 같은 용어들과 더불어 인종 우월적인 관념이 널리 퍼져 있는 데 주목한다”며 이주노동자, 외국인 여성배우자, 혼혈아의 인권 문제와 함께 한국인의 혈통주의를 비판했다. 이 내용을 한국인의 자화상에 비춰보면 그리 자존심 상할 일도 아니다. 한국 사회 내부에서조차 핏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에 대한 반성이 줄곧 제기돼 왔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유엔 권고에 앞서 한국인은 그 편견과 폐쇄성을 해외로부터, 그것도 같은 민족이 연관된 ‘희·비극’에서 뼈저리게 절감해야 했다. 지난 4월의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과 미식축구 스타 하인스 워드 모자가 남긴 교훈이 대표적이다.
32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인들은 충격 속에서도 그 범인이 한국 국적자라는 사실에 혹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범죄에 초점을 맞췄을 뿐 범인의 국적은 논외였다. 학교측은 사건 현장인 교정에 범인의 추모석을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오히려 그들은 범인을 가해자인 동시에 희생자로 감싸안으면서 한국인은 책임이 없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 한국인을 더 부끄럽게 했다. 미국 사회는 집단적 죄책감을 느낀다는 한국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는 한국 사회가 그동안 민족을 앞세워 얼마나 편협한 감정과 의식에 매몰돼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 지난해 2월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 슈퍼볼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하인스 워드와 그의 어머니 김영희씨도 한국사회에 또 하나 자성과 함께 숙제를 던져주었다. 그 성공신화에 환호하던 한국인들은 이들로부터 자신들을 향한 사랑이 한국의 다른 혼혈인들에게도 보내지기를 원한다는 따끔한 ‘충고’를 들어야 했다. 한국 사회의 혼혈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8월 현재 장·단기 국내 최류 외국인이 100만254명으로 전체 인구의 2%를 넘어섰다. 1990년 9500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91만명에 이어 올해 100만명 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농촌 총각 10명 중 4명이 외국인 여성과 결혼했으며 전체 결혼 건수의 12% 정도가 국제결혼이다.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처럼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지만 배타적 감정과 사회적 차별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 여성 중 14%가 가정 폭력을 경험했다는 통계도 있다. 지난 2월 법무부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로 27명의 사상자가 발생,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보호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왕따’까지 당한다고 하니 더욱 안타깝다. 단지 핏줄이 다르다고 차별당하고 멸시받는 외국인이 있는 한 그 사회는 결코 건강해질 수 없다.
핏줄 문제와 관련해 자성하는 김에 반드시 짚어야 할 게 있다. 한국은 반세기 넘도록 ‘아동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입양은 1899명(59%)으로 국내입양 1332명보다 많았으며 입양아동 집계가 시작된 1958년 이후 전체 입양아 22만8000명 중 70%인 15만9000여명이 해외입양됐다.
특히 장애아 입양에서는 한국사회의 몹쓸 편견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지난해 국내입양은 단 12명에 그친 반면 해외입양은 713명에 달했다. 누적 장애아동 입양수는 국내 293명, 해외 3만7987명으로 비교 자체가 민망하기만 하다.
해외입양 문제는 원초적인 인권문제이기도 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국제사회는 한국사회의 ‘다민족 다문화’로의 전환과 그 의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김영호 / 논설위원]]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