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론] 외국인 100만 시대의 과제
외국인 100만명 시대. 지하철을 타면 어느 칸에서나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 외국인은, 불과 10년 전 38만여 명에서 2.5배나 늘어, 전체 국민의 2%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법무부 추산에 따르면 머잖은 2020년에 5%를 넘을 것이라 한다. 우리사회는 이미 다민족 사회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 10년전보다 2.5배 늘어 전체 2%
그런데, 다민족 사회로 진입하는 우리는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는가? 100만 외국인 중에서 장기체류 외국인은 72만5,000명이다. 그 중 산업연수생을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가 40만4,000명(56%)이고, 한국어 연수생을 포함한 외국인 유학생이 4만7,500명(7%)에 이르고, 결혼 이민자는 5년 전(3만5,000명)보다 3배나 늘어 10만5,000명(14%)으로 급증했다. 등록되지 않은, 이른바 불법 체류자는 약 22만명으로 파악된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 위해 그간 편법으로 운용되던 산업연수생 제도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진일보한 제도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노동자도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노동 3권을 보장 받는다. 그러나 사업장 변경을 제약하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실제 현장에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해 인권문제를 낳은 경우가 많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위해 모국에서 웃돈을 지불하고 불법 알선업자를 통해서 들어오는 경우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는 애초부터 불법체류를 작정할 수밖에 없다. 짧은 기간 내에 이 웃돈을 갚을 수 없기 때문이다.
빠르게 늘어나는 국제결혼 가정을 사회적으로 통합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2005년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제결혼 부부 자녀들의 17.6%가 집단 따돌림(왕따)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제결혼 가정 아이들의 85%는 초등학생이다. 초등학생이 겪는 차별은 시작일 뿐이다. 사춘기인 중ㆍ고등학생이 되면 심리적 위축과 자신감 상실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에는 심리적 공황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불법체류자 자녀들의 교육권 보장도 심각한 상태이다. 현행 법규정에는 불법체류자 자녀도 초ㆍ중ㆍ고교를 다닐 수 있도록 돼있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다르다. 2005년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7~18세 외국인 주민 자녀 1만72명 중 8,000여 명이 학교와 담을 쌓고 있다고 한다.
2006년 4월 '여성 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 대책'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정책의 초점이 아내와 며느리로서의 역할에만 맞춰지다 보니 당사자를 위한 대책이 없다. 국제결혼 여성의 취업과 신체안전 및 사회복지 등의 문제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이 문제는, 가족 내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출구를 찾을 수 없게 되어 있다.
정부는 외국인의 정착과 인권에 관련된 많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 교육인적자원부, 노동부 등 10여 개 부처로 나뉘어져 시행되는 정책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뚜렷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선 외국인 정책의 핵심적 지향인 '사회적 통합'은 구두선에 그치게 된다.
● 사회적 통합에 정책초점 맞춰야
2005년 독일은 내무부, 경제노동부, 외무부 등 5~6개 부처에서 나누어 시행하던 외국인 정책을 전면 개편하여 '연방이민청(BAMF)'에서 총괄하면서 외국인 정책의 중심목표를 사회적 통합에 맞추었다. 사회적 통합을 위한 외국인 정책은 이민 역사가 오래된 나라의 공통적 추세이다.
외국인 100만 시대를 맞아 국민 모두 생각을 바꿔야 한다. 외국인을 관리의 대상 혹은 호기심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관리에 초점을 두는 외국인 정책은 개방화를 지향하는 시대정신과 맞지 않다. '우리 사회 속의 남'이 아닌, '우리 사회 속의 우리'를 지향하는 문제의식과 통합정책이 뒷받침될 때 국가의 품격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송태수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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