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외국인의 삶과 그림자]덫에 걸린 국제결혼
남편의 무시·가정폭력 '신음'
신혼부부 8쌍중 1쌍이 국제결혼을 하는 시대다.
1990년 100쌍중 1쌍에 불과하던 국제결혼은 불과 15년새 10배 이상이 됐다. 국적도 96개국으로 늘었으며 중국인이 강세였던 국제결혼 판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2006년 중국인과의 결혼이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베트남 여성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2003년 1천522명이던 베트남 여성은 2006년 9천812명으로 6.4배나 늘었다.
한류로 인해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고 같은 유교문화권으로 정서적 공감대 형성이 쉽기 때문이다.
인천에도 많은 다문화 가정이 존재한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에 따르면 인천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자수는 지난해말 현재 5천650명. 외국인 여자와 결혼한 경우는 전북, 전남에 이어 세번째로 높고, 외국인 남자와 결혼한 경우는 서울에 이어 두번째다.
언어와 문화차이를 극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갈등과 불신으로 파경에 이른 부부도 점차 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2003년 127건이던 인천지역 국제이혼은 2004년 158건, 2005년 197건, 2006년 317건으로 몇 년새 2.5배나 늘어났다.
혼인파탄의 입증책임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보건복지부는 2005년 7월 발표한 '여성 결혼이민자 생활실태 조사결과'에서 부부폭력을 주시했다. 별거나 이혼중인 114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80%가 언어폭력을 이유로 들었고 50%가 신체적 폭력을, 40%가 남편으로부터 성행위를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은 남편과 성격 차이(33.4%), 생활방식 차이(22%), 경제문제(12%), 음주(11%) 등이 많이 지적됐다.
실제 2003년 3월엔 결혼생활 8년동안 남편 구타에 시달리던 필리핀 국적 A씨가 남편 폭력을 피해 아파트 10층에서 떨어져 숨졌고, 2005년 11월 한 필리핀 여성은 의처증 증세를 보이는 한국 남편에 폭행을 당해 의식불명 상태가 되고, 함께 폭행을 당한 자녀 2명은 숨졌다. 인천에서도 부부폭력은 쉽게 발견된다.
이주여성을 돕고 있는 '인천여성의전화' 상담실엔 한국 배우자와 결혼한 이주여성들의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지난 3월엔 10명의 국제결혼 여성이 상담실을 찾았다. 이 가운데 4명은 가정폭력 피해 상담을 받았다. 지난해 쉼터에 입소한 40명의 국제결혼 여성 역시 가정폭력 피해자였다.
김성미경 인천여성의전화 부회장은 "상담내용 대부분은 남편의 비협조와 시집 등과의 갈등에서 발생하는 학대와 폭력"이라면서 "동등한 인격체로서 결혼이 성사되지 않아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배우자를 가사노동과 부모님 봉양, 성 파트너, 2세 생산을 위한 도구쯤으로 인식하는 배우자(한국남자)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한국을 택한 이주여성들과의 괴리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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