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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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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엄마 10년 사이 9배나 ‘껑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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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ㆍ외국인 부부비율 12%ㆍㆍㆍ자녀 양육 문제가 가장 고민

“한국말로 해~ 한국말!”
지난 9월 12일 아침. 서울YWCA봉천종합사회복지관에는 카자흐스탄 중국 베트남 등 세계 각국의 ‘아줌마’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커피와 순대’라는 기묘한 조합을 갖추고 왁자지껄한 티타임을 갖던 아줌마들 중 한 명이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나라 말로 목소리를 높이자 나머지가 응징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 모인 이들은 한국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른바 ‘결혼 이주 여성’들이다. 김나나 사회복지사는 “이들은 대부분 모험심 강하고 쾌활한 성격이며 자국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한국에 혈혈단신으로 올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까”라고 되물었다. 이 때문에 직업을 가지고 생활 전선에 뛰어들고 싶은 여성들도 많다고 한다.
그는 또 “그래서인지 우리보다 못한 생활 수준의 나라에서 온 여성이라고 할지라도 대부분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능숙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민온 자국민들 간의 온라인 커뮤니티도 꽤 활성화돼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서 한국 생활의 정보와 자국 소식 등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복지사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결혼 이주 여성들은 크게 두 부류”라고 말했다. 하나는 한국에 갓 시집와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엄마, 다른 하나는 한국에서 지낸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 글을 못 읽거나 유창하게 할 줄 모르는 엄마들이다. 초창기에는 한국 생활을 하기 위해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지만 출산 후에는 자녀에게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다시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는 까닭은 한국 친구도 만들고, 한국 생활에 보다 잘 적응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가뜩이나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에게 ‘한국 엄마’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기 때문이다. 유학생 남편을 만나 한국에 오게 됐다는 김율라 씨는 “매운 음식만 빼면 한국 생활이 즐겁다”면서도 “가장 큰 희망이 있다면 아이들이 학교 공부와 생활을 즐겁게 보내는 것”이라 했다.
‘용감’하고 ‘똑똑’하며 ‘자녀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외국인 엄마들은 전형적인 ‘한국의 엄마’들이었다. 단지 한국말이 부족할 뿐이었다. 이런 외국인 엄마들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1998년에 비해 무려 9배(1.6%→9.1%) 가까이 늘어났다. 또 국제결혼으로 이뤄진 가족을 뜻하는 ‘다문화 가족’의 자녀들이 1만4000여 명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외국인과 혼인한 건수는 3만9700건에 이른다. 전체 혼인 건수의 11.9%에 해당하는 숫자다. 열 쌍 중 한 쌍이 외국인과 결혼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혼인은 3만200건에 달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작년 결혼한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 중 41%가 외국 여자와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선 한 집 건너 한 집이 ‘외국인 엄마’인 것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외국인 엄마는 중국 여성(48.4%)이고 베트남(33.5%) 일본(4.9%) 순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문제점도 적지않게 드러나고 있다. ‘인권 문제’다. 결혼 이민자와 자녀들이 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은 물론 피부색과 언어·문화적 차이로 인한 차별과 괴롭힘을 호소하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지방 도시에서는 베트남 출신 결혼 이민자가 참혹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또 인신매매적인 성격의 결혼 중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나라 말을 할 수 있는 건 축복’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의 세계국가경쟁력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 대상 55개 국가 중 인종 차별이 51위에 해당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7월 우리나라에 대해 단일민족에 따른 인종 차별 주의를 철폐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때 국가의 동력이 됐던 ‘민족’이란 개념이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을 낳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문화 가족’은 이 같은 ‘단일민족국가’의 굴레에서 벗어나 세계인과의 공존을 모색하는 ‘다문화 사회’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가 가진 수많은 ‘편견’을 깨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문화 가족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사회의 큰 ‘자산’이라는 의견도 많다. 다문화 가족을 지원하는 시민 단체 관계자는 “국제결혼 가정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두세 가지의 말을 할 줄 알게 된다는 사실은 그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축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별의 이유인 언어나 피부색은 글로벌 사회에서 거꾸로 생각하면 대단한 강점”이라며 “아이들이 다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한국인으로 키워 경제사회적인 자산으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가슴속에 응어리를 안고 살게 할 것인가는 우리들의 몫”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우리 국민들의 의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9월 초 여성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10명 중 8명(79.4%)이 결혼 이민자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 결혼 이민자의 사회경제적 적응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대다수(94.3%)는 결혼 이민자가 이웃에 거주할 경우 사회 적응을 위해 ‘도움을 줄 의향이 있다’는 적극적 태도를 나타냈고, 여성 결혼 이민자의 가정 안정을 위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며(66.8%), 결혼 이민자의 사회 적응을 위해 예산 배정을 늘려야 한다(83.1%)고 답했다.
정부와 기업, 사회 단체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고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 벌써 500여 개의 기관이나 단체가 결혼 이민자를 돕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성가족부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현재 38개의 결혼 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내년까지 80개소로 확충할 계획이다.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교육, 육아, 상담, 정보 제공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최문선 여성가족부 가족정책팀 사무관은 “센터를 중심으로 그 가족의 생애주기별 수요를 분석해 한국어 교육, 아동 양육 지원, 가족 상담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특히 교통 문제, 임신·출산·육아 등으로 센터 접근이 어려운 이민자를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의 경험이나 여러 조사에 따르면 이민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한국인들과 교유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랑의 열매’로 잘 알려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다문화 가족이 한글 교육, 한국 문화 체험, 한국 생활 고충 나누기와 부부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현재 26개 전국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화원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영어 및 컴퓨터 교육, 미취학 아동 특기 교육, 가족 나들이, 모국어를 활용한 사회 진출 프로그램 등이 이뤄지고 있으며 경기 시흥 정왕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임신 및 출산, 양육, 건강관리, 복지 기관 이용 등에 대한 기초 생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또 서울 지구촌사랑나눔에서는 놀이방 개방은 물론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방문 도우미 제도를 활성화하고 있다.
기업과 사회 단체가 힘을 모은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홈쇼핑과 대한YWCA연합회는 협력 사업을 통해 한국어, 정보화 교육, 요리 교실 등 교육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배우자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기 위한 부부 특강, 출산 보육 도우미 파견, 서울 나들이 등 결혼 이민자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모든 교육 프로그램은 요리 경연 대회 및 UCC 공모전, 수기 공모전 및 백일장을 연결해 참가자들이 흥미와 목표 의식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한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결혼 이민자 여성들의 자국 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 그들의 자존감을 살리는 데 가장 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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