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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브리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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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자도, 한국사회도 3년 만에 확 변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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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자도, 한국사회도 3년 만에 확 변했어요”
천상 한국인이었다. 실뜨기와 공기놀이에 능한 것도 놀라운데 어쩜 외모까지 어릴 적 알고 지내던 동네 언니와 똑 닮았을까. “몽골에도 실뜨기 놀이, 공기놀이가 있어요. 아, ‘인두(다리미)’라는 단어는 몽골어 발음도 인두에요. 의미도 똑같고요. 신기하죠?” 누가 ‘한국어 전공자’ 아니랄까봐 한국말도 술술 막힘이 없다.
몽골 출신 결혼이민자 자나르씨가 3살 난 딸 정운이와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장명섭>
한국인 남성과 1년여 열애 끝에 결혼해 3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는 몽골 출신 자나르(29) 씨. “주변에 워낙 외국인들이 많아져서 그런지 이젠 국제 결혼했다고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 거의 없어요. 불과 2~3년 사이에 사람들 인식이 이렇게 달라지네요.”
3살 난 딸을 둔 베테랑 주부이자 똑 소리 나는 커리어우먼인 그녀도 결혼이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변화와 더불어 3년 만에 닭도리탕을 잘 끓이는 ‘한국여자’로 변했다.
몽골 대학에서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자나르 씨는 한국 유학을 앞두고 한국어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몽골 울란바트르시 ‘팅기스 시네마’ 건설 현장에 인테리어 소장으로 부임한 한국인 서봉석(36) 씨와 직장 상사-직원 사이로 처음 만났다. 서 씨 통역을 전담했던 그는 작업현장을 전두지휘하는 남편의 리더십 있고 성실한 모습에, 서씨는 자나르 씨의 진실함과 열정적인 프로근성에 반해 결혼했다.
둘은 현재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딸 정운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려 사는 가족이면서 서로의 든든한 후원자다. 하지만 하지만 자나르 씨가 몽골을 떠나 낯선 한국 땅에 정착하기까지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얼마나 살기 어려웠으면 한국까지 와서 결혼을…”
“서울 서대문에 있는 경기대학원에 유학생으로 다닐 때만 해도 사람들이 얼마나 호의적이고 친절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한국남자랑 결혼한다고 하니까 당황스러울 정도로 시선이나 태도가 냉정해졌어요. 꿈이 있어서 한국에 왔고,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몽골에서 얼마나 먹고 살기 어려웠으면 한국어 배워서 한국남자와 결혼을 하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남들이야 남이니까 그렇다지만 가족들의 완강한 반대는 씩씩한 자나르 씨를 매일밤 울게 만들었다. 또순이 딸에 대한 기대가 워낙 컸던 부모님은 “결혼하면 다신 보지 말자”고 하실 정도였다.
남편 서 씨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은 통하냐, 눈은 파란 색이냐, 이 얘기부터 하는 주변 반응에 할 말을 잃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3년 전 몽골에서 만난 서봉석씨와 결혼해 딸 정운이를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려가는 자나르씨.<사진=장명섭>
“몽골 출신이라고 하면 다짜고짜 ‘말 잘 타느냐’고 물어봤어요. 공부 많이 했다고 하면 ‘가난한 나라에서 공부라도 잘 해야지’라고 하고, 한국음식 잘 먹으면 ‘워낙 못 먹고 자라서 아무거나 잘 먹는다’고 하고요.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 입에서 그런 소리 들을 땐 정말 다 그만두고 돌아가고 싶었죠, 뭐….”
그런데 근래 들어 이런 시선이 ‘확’ 달라졌다고 두 부부는 입을 모은다. “며칠 전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 수가 100만명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봤어요. 이젠 국제 결혼했다고 해서 선입관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실제 이 달 초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단일민족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80%의 국민들이 ‘결혼이민자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결혼이민자에 대한 인식은 지난해 49%에서 크게 높아졌다.
결혼이민 지원책 ‘큰 도움’…“한국 공무원 다시 봤어요”
자나르씨는 이런 인식 변화에 정부가 단단히 한 몫 했다고 단언했다.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국가에서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지원을 정말 많이 해요. 정부가 나서서 자꾸 정책을 만들고 이걸 제도화해서 발표하고 하니까 사람들이 전에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마음을 열게 되는 것 같아요.”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 ‘찾아가는 서비스’, ‘산전·후 도우미 파견’ 등 정부 정책을 줄줄 꿰던 자나르씨가 갑자기 전국 출입국사무소에서 운영하는 ‘결혼이민자 지원 네트워크’ 자랑을 시작했다. 자나르씨는 특히 결혼이민자 네트워크가 생기고 처음 담당했던 직원과 정이 많이 들었었단다.
자나르씨 가족은 지난 15일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열린 ‘결혼이민자 네트워크 결성 1주년 기념행사’에서 한국 결혼생활경험담을 발표했다.
“결혼이민자 네트워크라고 들어보셨어요? 저 지난 주 15일 1주년 행사 때 ‘한국 결혼생활 경험담’ 발표도 했잖아요.(웃음) 엄마처럼 챙겨주시던 직원 분한테 ‘한국생활 노하우’ 많이 배우고 도움 정말 많이 받았어요.”
옆에 있던 남편 서 씨까지 “우리나라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혁신적으로’ 뒤바뀌는 계기가 됐다”며 거들고 나섰다.
“저나 아내나 결혼이민자 네트워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 회원이거든요. 온라인상으로 활동하고, 행사 때 두 세 번 만났을 뿐인데 이번 1주년 행사에서 담당자 분이 그 많은 이민자들과 배우자, 애기들 이름까지 일일이 기억하고 불러주시는 겁니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저렇게까지 할 것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 써 주시니까 너무 감사하죠.”
법 관계 몰라 불법체류자 된 몽골인 돕는 게 꿈
자나르씨는 몽골-한국어 통번역 업무와 출입국·체류문제 무료 상담을 병행하는 ‘몽골리아 네트워크 통번역센터’ 오픈을 준비 중이다.<사진=장명섭>
현재 자나르 씨는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 이민행정콜센터 몽골어 통역 안내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상 몽골어 통역보다 출입국법에 대한 민원상담이 주 업무다.
“저도 처음엔 당연히 출입국에 관한 법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불편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 때 생각하니까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이 쪽 일을 시작하게 됐죠. 얼마 전엔 한 몽골 아저씨가 아내가 2달째 불법체류 중인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루 세 번씩 전화하셔서 물으시더라고요. 결국 제가 조언한대로 했더니 합법화됐다면서 밥 사신다고 연락하셨어요.”
자나르씨는 낮엔 일하느라 콜센터로 연락하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상담 블로그도 만들었다. 어느새 하루 평균 3000명이 드나드는 ‘인기 블로그’가 됐다. 그는 내친 김에 ‘몽골리아 네트워크 통번역센터’까지 준비 중이다. 전공인 몽골-한국어 통번역 업무를 바탕으로 하되, 출입국·체류문제 ‘무료 상담’도 병행할 생각이다.
어떤 종류의 비자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체류기간 연장은 어떻게 하는지 등 사소한 문제들을 ‘몰라서’ 손해보고, 본의 아니게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고 마는 몽골인들을 돕는 것이 자나르 씨의 ‘꿈’이기 때문이다.
“아내가 이번 여름에 경기대학원 한국어 통번역학과를 졸업,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갓난 정운이를 안고 수업 들으면서 결국 졸업한 아내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아내가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인테리어 프리랜서 일을 하는 틈틈이 홈페이지 주소를 받아 기본 구성까지 잡아둔 서 씨. 자나르 씨 곁엔 이렇게 든든한 후견인이 있었다.
올 추석엔 몽골 식구들에게 ‘깜짝 갈비찜 요리’를
몽골에 있을 때부터 한국식당에 다닐 기회가 많았던 자나르 씨는 ‘한국음식 매니아’이기도 하다. 서씨는 일단 음식 맛을 보면 그 안에 어떤 재료와 조미료가 들어갔는지 척척 알아맞히는 아내가 신기하기만 하단다. 아내의 베스트 요리 메뉴로는 닭도리탕, 잡채, 만두를 꼽았다.
“몽골에는 매운 맛 음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처음 한국음식 먹었을 때는 ‘이게 대체 무슨 맛인가?’ 했죠. 태어나 제 미각이 처음 느낀 맛이었으니까요. 이젠 못 먹는 한국음식 없어요. 아, 번데기랑 산낙지만 빼고요!”
올 추석에 자나르 씨 가족은 몽골 친정집에 간다. 사위 서 씨는 몽골에 계신 장인·장모와 식구들을 위해 비장의 ‘갈비찜’ 요리도 준비했다. “형제 자매가 많아서 다들 모이면 아이들만 20명쯤 될걸요? 추석연휴 기간에 정운이 생일도 있고 해서 오랜만에 식구들이랑 재밌게 지내다 오려고요.”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아 참 좋다’는 자나르 씨의 말은 본인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총 10남매 선물을 일일이 챙기느라 크고 작은 보따리로 한 가득인 좁은 방에서 한가위다운 풍성함이 넉넉히 베어 나왔다.
■ 결혼이민자 여성을 위한 ‘맞춤형 정책들’
최근 한국 체류 외국인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결혼이민자 수는 지난 7월 현재 10만500여 명에 달한다. 대한민국이 빠른 속도로 ‘다문화·다인종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2004년 후반부터 전국적인 결혼이민자 실태파악에 나섰다. 여기에 이듬해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지시과제로 관리하라”고 지시하면서 결혼이민자 정책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정부의 결혼이민자 지원대책은 관련분야 전문가와 결혼이민자 지원활동을 벌여온 시민단체 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종합적으로 마련됐다. 2005년 8월 1단계 조치로 안정적 체류지원을 위한 한국어 교육, 가정폭력피해자 지원, 기초생활보장, 취업교육 등이 이뤄졌고, 9월에는 거주(F-2) 체류자격을 가진 결혼이민자의 영주권 취득요건을 완화하고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등 제도 손질에 나섰다.
2차 대책에서는 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적응 지원체계와 자녀양육 지원을, 3차 대책 때는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법무부·농림부·교육부 등 관련부처가 총동원돼 결혼에서부터 생활적응, 출산-육아-교육에 이르는 사회통합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결혼이민자 전방위로 돕는 다양한 센터와 네트워크
실제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전국 38곳에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센터에서는 결혼이민자가 한국사회에 정착하는데 필요한 한국어-문화교육과 상담을 하고 ‘결혼이민자가족 여름캠프’, ‘결혼이민자 남편들의 모임’, ‘지구촌 음식기행’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다문화 가정의 울타리를 엮어왔다. 내년에는 42곳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한편 전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지난해 9월부터 ‘결혼이민자 네트워크’를 구축, 출신국가 및 거주지역별로 선출된 대표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교환과 조언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특히 서울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건물 2층에 ‘결혼이민자 사랑방’을 마련해 결혼이민자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사랑방에는 각국 외국어 책과 인터넷 설비, 육아 침대 등이 갖춰져 있고, 주로 한국생활 노하우를 나누는 정보의 장으로 활용된다.
이런 시설 이용이 힘든 결혼이민자를 위해서는 일일이 가정을 찾아가 한국말을 가르치고 자녀교육을 돕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도입했고, 도움이 필요한 산모와 아이를 위해 ‘산전-후 도우미’도 파견했다. 또 ‘핫라인 이주여성 긴급전화 1366센터’나 ‘이민행정콜센터(02-2650-6399)’를 이용하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몽골어, 러시아어, 태국어 등 다양한 외국어로 자유로운 상담과 무료 법률구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출입국 및 체류문제에서 단행됐다. 2004년까지만 해도 배우자 폭력으로 이혼을 해도 결혼이민자가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면 자국으로 돌아가야 했으나 2005년 9월부터 여성이민자가 2년 이상 한국에 거주했을 경우 영주권을 부여하고, 2006년 5월에는 혼인파탄에 귀책사유 없음을 증명하는 자료에 공인된 여성관련 단체가 작성한 확인서를 포함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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