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제는 다민족 사회로-21세기 신한국인 결혼이민자]
“여성 결혼이민자는 농촌의 새로운 힘”
농·어촌 남성 40% 이상 국제결혼 … 지원 사업도 확대
한국의 농촌으로 시집오는 동남아 등 외국인 여성결혼이민자들이 고령화에 허덕이는 한국 농촌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통계청과 농림부 등에 따르면 농촌지역 남성들의 외국적 여성과의 결혼은 지난 2004년 이후 급증해 지난해엔 전체 결혼건수의 41%인 8596건에 이르렀다. (표 참조)
농촌으로 시집오는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의 농촌남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력수준이 높고 젊다. 2005년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국제결혼이주여성실태조사에 따르면 남편과 아내의 연령 차이는 7세(남편 41세, 아내 34세)이며, 학력수준은 중학교 중퇴가 많은 한국 남편에 비해 고졸(필리핀)이 많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촌지역 여성결혼이민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여명에 이른다”며 “갈수록 외국인 결혼이민자들의 연령이 젊어져 최근엔 20대 초반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중엔 농촌살이에 대한 애정을 보이는 이들도 많아 고령화의 늪을 탈출하려는 농촌을 젊게 만들고 장차 농업생산을 이어갈 세력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보인다.
지난 99년 결혼해 한국으로 온 필리핀 출신 반시 아나린(35)씨는 “복잡한 도시보다 농촌에서 사는 게 더 좋다”면서 “주위에선 학원 강사를 해보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내게는 농사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아나린씨는 필리핀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강사자격도 있지만 농사일이 우선이다. 남편 김관회(46)씨는 건축일 등도 겸하고 있어 아나린씨가 농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커지고 있다.
농촌지역에 여성결혼이민자들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이들이 한국사회에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활성화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농림부 등 12개 부처는 올해 공동으로 ‘농촌여성결혼이민자 가족 지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하는데 도움이 필요한 결혼초기 가정을 돕는 교육도우미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도우미 1인당 3가정을 담당해 주 3회씩 5개월간 방문교육을 해 한글교육과 함께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통합할 수 있도록 부부교실, 문화탐방, 선진농업현장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경기도 이천시 등 전국 30개 시·군 지역을 대상으로 25억9700만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내년에는 80개 지역에 83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사업안은 국회에 제출돼 예산안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농림부는 초기 정착교육이 끝난 이주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정예 농업인력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새롭게 추진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이 주목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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