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이제는 공생이다> (1)전북속 온누리안
이제 우리 사회도 다민족, 다인종 국가가 됐다.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국내에 유입된지도 벌써 15년째를 맞고 있으며 한국으로 결혼을 온 외국인 며느리(이주여성)도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하고 있는 역할에 비해 정부차원의 지원은 아직 미비한 실정이어서 이들이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뿌리를 내리는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은 3D업종에서 국내 제조업체의 생산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주여성들 역시 농산어촌으로 시집을 와 어엿한 가정을 꾸미고 있다.
본보는 지난 5월 15일부터 25일까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한국으로의 송출인원이 많은 필리핀과 베트남을 현지 취재, 문제점과 실태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아시아권 국경을 넘어 결혼하는 전북 속 ‘온누리안(국제결혼가정)’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도내 국제결혼가정은 지난 연말 기준으로 총 2,648세대로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와 언어가 다른 외국여성과의 결혼이 전북 지역에서도 이제는 더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이 중 상당수는 무주, 진안, 장수 등 상대적으로 도내 농산어촌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이주 여성들의 전북에서의 삶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남편 한 명 믿고 한국으로 건너왔지만 언어 소통의 장벽은 생각 보다 크다, 결국 언어의 문제는 자녀교육 문제로 직결되면서 부부 불화, 고부 갈등 등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또 국제결혼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는 현재 2,695명으로 피부색이 다른 것만으로도 관심을 끄는 아이들은 의사소통마저 원활치 않아 학교생활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인들끼리도 왕따를 놓는 세상에 우리와 다른 피부, 눈동자, 언어를 가진 아이들은 자칫 놀림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4월 정부가 ‘여성 결혼 이민자를 위한 사회통합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정책적 지원에 나섰지만 아직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전라북도 역시 장수와 익산지역 등에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를 지원하고 있고, 일선 시·군을 통해 한글, 생활요리, 문화체험 등 사회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온누리안도 이제는 자연스런 현상이 되면서 이들을 사회 품안으로 끌어안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시도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주여성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국 현지에서 한글교육이나 문화, 관습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한국으로 오는 것을 감안하면 지원정책은 매우 미진하다 할 수 있다.
필리핀이나 베트남 현지에서는 국제결혼이나 노동자로 출국하는 자국민들에게 제대론 된 교육을 하지 못한 채 형식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수준이다.
더욱이 이들 중 상당수가 불법 브로커나 중개업체 등을 통해서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현지교육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사회가 모든 이주 여성들과 노동자들을 이제는 공존, 공생하는 우리의 가족과 친지로 받아들이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온누리안은 전북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한국(Korea)에 거주하는 아시아인(Asian)이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코시안’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전북도교육청이 지난해 전국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공모, 세계적인 국제결혼가정을 포괄하고 혼혈인들을 존중하는 ‘온누리안’이라는 용어를 선정했다.
이로써 온누리안은 국제결혼가정을 이르는 말로 통칭되면서 이제는 일반화됐다. 다시말해 전북에서 시작된 ‘온누리안’이 이제는 ‘한국’으로 뻗어나간 것.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이주여성의 41.3%가 일상적인 의사소통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과 말보다 ‘눈치’로 의사소통하는 경우가 흔하고, 한국 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니 자녀교육 문제나 부부, 가족간의 불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이 절실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아직 체계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순혈주의와 한민족에 대한 선호사상이 여전, 이들의 발목을 죄고 있다.
한국에 오면 무조건 호강하고 행복할 줄 말 알았던 이주여성들이 국내 현실을 직접 보고 실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들이나 밭에 나가 일을 해야 하고 전적으로 육아부담을 갖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일부이긴 하나 남편들의 폭력이나 욕설 등도 이들을 힘들게 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월 전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김춘진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결혼중개업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일부 중개업체들의 위법과 불법 중개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김춘진의원은 지난 2005년 2월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법안은 현재 자유업인 결혼중개업을 허가제 또는 등록제로 변경하고, 허위과장 광고의 금지 등 업체의 의무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국내결혼의 경우 규제를 하더라도 자율적 규제로 하자는 것과 국제결혼은 허가제나 등록제를 통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공청회에 참석한 일부 결혼중개업체들은 “법제정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허가제 등 강력한 규제보다는 업체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이주여성 관련 지원단체들은 “결혼중개업체 관리보다는 국제결혼을 둘러싼 모든 것을 포괄할 법의 제정이 필요하다”며 “결혼중개업을 영리성이 아닌 비영리성업으로 전환하는 사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화 시대에 따라 국제결혼이 늘면서 인신매매성 위장결혼, 사기결혼, 허위정보 제공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 마련 등이 시급히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이주노동자에 대한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지금껏 마련되지 않아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범죄가 발생 할 경우 이들에 대한 신원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필요성 만큼이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주여성들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것.
언어와 문화가 다른 타국에서 이들이 적응하기 위한 프로그램 마련도 시급하다. 주기적으로 만나 서로 안부를 묻고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국민생활체육 전북배구연합회(회장 서주상)가 국내 최초로 도내에서 창단한 외국인며느리 배구단이다.
서주상 회장은 “전북지역으로 시집 온 필리핀 등 외국인 며느리들을 위해 배구단을 구성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며 “갈수록 참가인원이 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며느리배구단은 최근 서울 송파구 어머니배구팀 초청, LG그룹 초청 행사 등 전국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서주상 회장은 “타국에서 자칫 외로움과 우울증에 빠질 수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주기 위해 만들었지만 이제는 다문화를 상징하는 하나의 스포츠 제전이 됐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안에 사는 한 외국인 여성은 경기가 있기 며칠 전부터 나와 연습을 하고 다음 경기와 계획은 어디인지를 매번 물어보는 등 열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 경기에 앞서 자기들끼리 만나 대화도 하고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와 고국에 사는 친척, 친구들의 안부를 물을 때면 눈이 반짝일 정도라”고 말했다.
개인의 노력에 앞서 대기업이나 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아쉬운 대목이다.
장정철 기자 jang@domi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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