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 자식에게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고집하면, 그 아이 인성의 건강한 발전을 심각하게 가로막을 겁니다.” 일본에 사는 파키스탄 남성과 결혼한 한 일본인 여성이 유치원에 가서 원장에게 자신의 아이에게만 돼지고기를 뺀 급식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뒤 원장에게 들었던 대답이다.
도쿄대 마사코 쿠도 교수는 이 사례가 다문화성에 대한 일본 사회의 무관심을 드러낸다기보다, 1980~90년대 외국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일본 사회에 만연한 국제화 담론이 ‘일본인’과 ‘타자’의 구분을 더욱 강화시켰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파키스탄인과 결혼한 일본 여성의 상당수는 자녀들을 데리고 파키스탄과 일본을 오가며 다양한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일본 주류사회는 문화적 단일성의 신화 속으로 더욱 움츠러 든다는 것이다. 마사코 교수는 17일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열리는 한국문화인류학회 학술대회에서 파키스탄 남성과 결혼한 일본인 여성 40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한 논문 “‘다문화적인’ 일본에서 무슬림 아이 키우기”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강원대 김민정 교수의 “국제결혼 가족과 ‘혼혈’ 자녀의 성장: ‘여러 종류의’ 한국인이 가족으로 사는 법”은 필리핀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들과 그 자녀들에게 초점을 맞춘 논문이다. 한국이라는 ‘남성(아버지) 중심 사회에서 여성(어머니) 중심으로 사는 가족’이 분석 대상이다. 자녀들은 어머니가 주도하는 가정에서 안정감을 가지고 성장하지만, 자국(필리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한국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아버지의 모습에 대해 일견 동정하면서도 아버지의 인종 정체성을 부정하는 괴리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 남편(아버지)에 대한 사회적 시선에는 호기심, 편견, 차별 등은 뚜렷이 구별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혼혈’과 관련해 현재의 한국은 다름과 차이가 미분화된 상태”라고 지적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국제결혼 이민자와 이주노동자의 증가로 한국 사회 내 다문화주의에 대한 관심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이 분야에 대한 전문가 집단인 국내·외 인류학자들이 대거 모여 논의하는 첫번째 자리라는 점에서 뜻 깊다.
이번 대회를 기획한 이태주 한성대 교수는 “인류학은 오랫동안 세계 각 지역에서의 종족 문제와 다양한 민족들의 갈등 양상과 통합과정을 연구해 왔다”며 “다문화·다민족 상황에 관한 인류학적 접근은 한국에서의 다문화 담론과 논의들이 지니는 규범성과 다중성을 드러내고, 세계적 보편성과 특수성에서 한국의 다문화 현상을 재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시리아 등 사례 연구와 ‘혼혈인’에 관한 인류학적 연구 성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문화 현상을 조명하는 논문 등 모두 20편이 발표된다. (02)887-4356, (031)400-5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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