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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9주년―함께 하는 사회 多문화 가정시대] “니 하오… 말이 통하니 미래도 통해요”



지난달 29일 오후 7시 대만 타이베이시에 위치한 민쿠안(民權)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구수한 냄새가 풍겨나왔다. 교실 뒤편에 놓인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는 커다란 솥에 담긴 음식이 부글부글 끓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동남아시아계 결혼이주 여성들이 음식을 그릇에 담아 상을 차렸다.

베트남 출신의 위아이마(27)씨는 “마침 먹거리와 관련된 중국어를 배우는 시간이어서 예전에 사귀었던 한국인 남자친구가 좋아한 김치(한국)에다 선지(베트남)와 라면(대만)을 넣어 다문화 음식을 준비했다”고 소개하며 먹어볼 것을 권했다. 필리핀과 베트남, 칠레 등 외국에서 대만으로 시집온 26명의 결혼이주 여성과 자녀들은 국적을 분간하기 어려운 이 음식을 맛있게 먹었고 곧바로 수업이 시작됐다. 발음이 다소 서투르지만 결혼이주 여성들의 얼굴에는 한 글자라도 더 배우겠다는 열의가 배어나왔다.

유치원에 다니는 다섯 살 난 아들과 함께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롼스셴(28·베트남)씨는 “학교에서 공부하면서부터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배운 지 3년밖에 안 되지만 편지를 쓸 정도로 실력이 늘어 ‘누가 더 잘하나’하고 아들과 경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만이 시행 중인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교육지원은 다문화가정 교육의 선진 사례로 손꼽힌다. 모두 76단계로 나눠 단계별 눈높이 교육을 통해 발음기호 읽기에서부터 사전 찾는 법, 작문 등 중국어를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대만 사회에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문화와 의식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 한 달에 20∼24시간씩 본인이 원하면 평생토록 공립학교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시설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대만 교육부는 ‘외국인 배우자 기본교육교재’와 ‘평생학습교재’, ‘신이민 배우자 새국민 교육교재’ 등 수십여종의 학습교재와 지도 교사를 위한 수업 지침서를 만들어 배포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자체적으로 수업교재를 발간하기도 한다. 실제로 민쿠안초등학교는 ‘외국 국적 배우자 신이민반 종신학습 중국어교재’ 등 최근까지 7종의 교육서를 만들어 사용 중이다. 그만큼 결혼이주 여성들에 대한 사회통합 교육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행정자치부와 유사한 대만 내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국제결혼 비율이 20% 안팎으로 떨어졌으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부부 3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었을 정도로 결혼이주 여성들이 넘쳐났다.



대만은 2004년 6월 ‘외국 및 대륙 배우자 이민 대응방안’을 통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결혼이주 여성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지난해 말까지 3억2500만대만위안(97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이 결과 올 10월 현재 외국인 배우자 39만6829만명 가운데 19%인 7만4800명이 교육 혜택을 받고 있다. 2003년 1만5339명에 불과했던 교육 인원은 2004년 5만4670명, 2005년 6만32명, 지난해에는 6만6839명으로 증가했다.

대만은 또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공립유치원에 다문화가정 자녀를 우선 배정하고 초·중등학교에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부모가 맞벌이 등으로 가정에서 교육하기 어려운 경우 자녀의 학습을 돕는 대학생 도우미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앞으로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대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어린이들과 접촉하면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문화적 편견을 없애는 부수적 효과도 거뒀다.

학교 내에서는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한 가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50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재학 중인 민쿠안초등학교 복도와 계단 곳곳에 문화와 인종의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각종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살다가 대만으로 이사온 지 1년 정도 됐다는 디홍(10)군은 “넓은 풀밭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뉴질랜드가 더 좋긴 하지만 대만에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학교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그리 길지 않은 대만 생활치고는 능숙하게 중국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냈다. 우리나라에서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들이 집단 따돌림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타이베이=글 황일송,사진 윤여홍 기자 ils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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