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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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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왜 미국인들은 열광하나? ‘통합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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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경험·아웃사이더 극복…젊음·패기·자신감 ‘케네디 닮은꼴’-
버락 오바마는 하나의 ‘현상’이다. 미국 민주당의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힐러리 대세론’을 엎고 승리를 거머쥔 그는 이제 다크호스를 넘어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고지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왜 미국인들은 오바마에게 열광하는 것인가, 그는 미국인들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가.
◇다문화 경험의 포용력=“우리는 분열 대신 통합을 택했다. 우리는 붉은 주(red states·공화당 지지성향 주), 푸른 주(blue states·민주당 지지성향 주)의 잡탕국가가 아니라 미합중국이다.” 오바마 상원의원은 지난 3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승리한 직후 이렇게 포효했다.
그의 최대 강점은 다양한 인종·문화적 경험을 바탕으로 통합과 포용의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데 있다. 오바마는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주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출생지도 미국 본토가 아니라 하와이다. 2살 무렵 부모가 이혼한 뒤에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모슬렘 초등학교에 다녔다. 고교 시절 방황하며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치며 성공한 변호사에서 사회운동가,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47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서민에서 중산층과 엘리트까지, 이슬람에서 기독교까지 두루 경험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같은 경험이 그를 ‘성공한 흑인 정치인’을 넘어 다문화·다인종의 미국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지도자로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백인이 절대다수인 아이오와에서의 승리 또한 그가 흑인에게는 흑인 대통령 탄생의 희망을, 백인에게는 인종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변화는 나의 힘=오바마는 지난해 대선 참여를 선언할 때부터 ‘변화’의 이미지를 선점했다. 그리고 이것이 부시 행정부 8년에 지친 유권자들의 변화 욕구와 맞아떨어졌다.
그는 주 상원의원(일리노이)이던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라크전 반대를 외치며 ‘전국구 스타’로 부상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같은 민주당의 ‘거물’들도 이라크전에 찬성하던 분위기 속에서 홀로 반대 목소리를 냄으로써 당당하고 소신있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그해 11월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오바마는 젊음과 참신함을 무기로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올랐다.
최대 라이벌인 힐러리는 그에 대해 “외교와 중앙정치의 경험이 부족하다”며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를 갈망하는 분위기 속에서 경륜 부족은 아직까지는 큰 약점이 되지 않고 있다.
◇‘뉴 아메리칸 드림’=흑·백 혼혈, 부모의 이혼, 마약 경험까지 ‘아웃사이더’의 조건을 고루 갖추고도 최고의 엘리트로 성장한 오바마는 ‘아메리칸 드림’의 ‘21세기 버전’이다.
그의 젊음과 패기, 자신감은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인 존 F 케네디에 비견될 정도다. 아일랜드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가톨릭 신자였던 케네디 역시 미 주류사회인 WASP(백인·앵글로색슨·개신교 신자)와 거리가 있었지만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 때문에 ‘케네디 신화’의 재연을 꿈꾸는 미국인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이비리그 출신 다운 총명함, 열정적인 연설 스타일,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등 개인적 매력도 오바마의 정치적 자산이다.
경기 침체, 대테러전의 실패, 중국·러시아의 부상 등 미국을 둘러싼 ‘우울한 환경’도 오바마 열풍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유일 슈퍼 파워’로서의 자존심에 상처 입은 미국인들에게 그가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 영국 일간 더 타임스의 해석이다.
〈박지희기자 violet@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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