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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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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문화 주의’의 허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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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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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다문화 주의’의 허구
지난 27일 국립중앙박물관 제1강의실에서 열린 ‘다문화포럼’에는 마련된 100석의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행사를 마련한 문화체육관광부도 놀랄 정도였다. 그만큼 ‘다문화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날 포럼은 지난해 말 문화부 내에 신설된 다문화정책팀이 처음으로 마련한 행사로 학계와 시민사회,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한국사회 ‘다문화주의’의 현주소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정부 내에 다문화정책팀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적잖은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이주자에 대한 정책은 노동부의 고용허가제와 법무부의 출입국관리제도로 대표되는 관리와 통제, 정주화 방지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 들어와 있는 소수자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고, 다양성을 보장하자는 아이디어가 적어도 정부 내의 행정조직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1990년대 이후 국내 체류 외국인이 급증해온 현실에 더해 이들이 받는 인권 침해를 폭로하고 권리를 주장한 시민사회의 헌신적이고 꾸준한 노력의 결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할 거리가 많다.
공식적인 이민국가가 아닌 한국사회에서 다문화주의 담론이 유행인 것은 어떤 점에선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김현미 연세대 교수(문화인류학)는 이날 발표에서 “이주자들에게 한국식으로의 동화 또는 무권력, 침묵 이외에는 선택할 것이 주어지지 않은 한국사회에서 마치 동화주의와 다문화주의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 허구”라고 했다. 이러한 논쟁은 “적어도 가족이민이 허용되고, 소위 ‘불법’ 이주자도 시간이 지나 체류국에서 영주권을 얻어 정착이 가능했던” 서구 국가들에서나 유효하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중앙 및 지방정부가 다문화주의를 자주 언급하지만 “다문화주의가 여성 결혼이민자와 그의 가족을 관리하는 정책으로 변질”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김교수는 나아가 “다문화주의 논의가 사회적 소수자와 문화적 타자들에 대한 권리 옹호에 기여하기보다 글로벌 소비주의와 더욱 공고하게 결합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해성 목사(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는 이날 “애초 발표문에 법무부와 노동부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가 정부 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여겨져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자들의 정치·경제적 자립을 막는 구조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문화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 좀 공허하다는 생각도 든다”고도 했다.
지금종 다문화열린사회 이사는 “이주자 정책과 관련해 정부 부처 내에도 경합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다문화주의와 관련해서는 문화부가 좀 주도권을 잡아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실을 100% 따라가지 못하는 정책의 문제가 비단 다문화주의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 내에서도 한 사안을 놓고 다른 차원에서 경합을 벌이는 것이 효율 면에서 좋진 않겠지만, 캐나다 정치철학자 윌 킴리카의 지적처럼 다양한 논의에 ‘열려 있는 텍스트’인 다문화주의의 본질에는 잘 들어맞을 것이다. 다문화정책팀에 거는 시민사회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기를 바란다.
〈 손제민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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