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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아시아人]몽골 출신 이주노동자 상처 씻는 ‘사랑방 누나’


대전 중구 은행동 뒷골목에 가면 허름한 건물 2층에 ‘에네렐’이라는 간판을 단 작은 식당이 눈에 띈다. ‘에네렐’은 ‘한없이 주는 엄마의 사랑’을 뜻하는 몽골 말이다.

몽골 음식을 파는 이 식당은 대전 지역의 몽골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사랑방과 같은 곳이다. 식당에 가면 몽골인들에게 ‘누나’로 불리는 채렌소렌(29·여·사진)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그는 2002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몽골 출신 이주여성이다.

채렌소렌은 지난해 이맘때 식당을 열었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몽골인 이주노동자들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어서였다. “처음에는 그저 따스한 몽골 음식을 나눠먹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몽골 사람끼리 편하게 고향 이야기라도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식당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몽골인들이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몸이 아픈 사람이 많았다. 사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병원에 제대로 가지 못한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불법’ 딱지 때문에,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은 병원비가 아까워 갈 수가 없다.

채렌소렌은 몸이 아픈 몽골인들을 ‘대전 외국인 이주노동자 종합지원센터’(외노센터)가 매주 일요일 운영하는 외국인 무료진료센터나 외국인에게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몇몇 의료기관으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몸이 아픈 몽골인들이 식당으로 오면 따뜻한 몽골 음식을 한 그릇 내준 뒤 바로 진료센터로 안내한다.

요즘에는 외노센터 등 시민단체와 함께 몽골인들을 위한 각종 법률 상담도 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월 85만원의 임금과 하루 세 끼의 식사를 제공키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부당한 대우를 하는 사장과 싸운 뒤 회사를 나온 몽골인 5명이 식당에 와서 법률상담을 받았다. 채렌소렌이 앞으로 할 일은 업주에게 받지 못한 임금을 받아주고, 새로운 직장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다음 달쯤에는 식당에서 ‘한국어 교실’도 열기로 했다. 채렌소렌은 “이주노동자나 이주여성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차별과 박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선 몽골인들이 한국어로 의사표현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대전 | 윤희일기자 yh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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