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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열린사회] “대화상대 없어 외로움에 자살생각”


이주여성 긴급전화에 쏟아진 슬픈 사연들

남편에 양배추라고 했는데

양맥주로 듣고 폭행

명절땐 혼자 버려두고

모두 차례 지내러 가




전화기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담소를 나누던 상담원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어느새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 근심과 한숨으로 채워진 채 전화선을 사이에 둔 두 베트남 여성의 생사를 넘나드는 사연이 이어졌다. “자살을 호소하는 동포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져요.”

여성부가 이주여성의 가정폭력, 성폭력 등 피해 사례를 상담하기 위해 2006년 설립한 이주여성 긴급전화 1366센터에는 이처럼 쉴 새 없이 6개국 여성들의 피눈물 맺힌 호소가 쏟아지고 있었다. 단 10분의 전화 한 통화만으로도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다시금 삶을 결심하는 수많은 사연들. 그 앞에 한국은 여전히 ‘그들만의’ 나라였다.

베트남 출신의 도티귀(여.35)는 2년 전부터 1366센터에서 상담원으로 활동 중이다. 한국인과 결혼해 14년째 이 땅에 살고 있는 그는 ‘이유정’이란 한국 이름까지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전화를 받는 그의 맘은 더욱 불편할 때가 많다. 그는 “나는 운 좋게 좋은 남편을 만나 잘 지내고 있는데 다른 내 동포들은 매일 폭력에 시달리며 사는 이들이 많다”며 “울먹이며 자살을 호소하는 동포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말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다”고 털어놨다.


2001년 2만여명이었던 이주 여성의 수는 2007년 이미 9만명을 넘을 만큼 급증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이들에게 부끄럽기만 하다. 도티귀는 “말이 잘 안 통하는 게 가정폭력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상담 중에는 ‘양배추’가 먹고 싶다는 베트남 아내의 말을 ‘양맥주’로 알아들은 남편이 이유도 묻지 않고 ‘여자가 맥주를, 그것도 외국 맥주를 마시고 싶어한다’며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하는 어이없는 사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며칠 동안 대화 한 마디 못한 여성이 ‘누구하고든 말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아’ 전화를 하거나, 명절 때마다 차례도 못 지내게 해 홀로 빈집에 남겨져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는 사연 등 구구절절한 얘기가 끝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국의 어머니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주 여성들. 그들의 현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마저도 서슴지 않게 만든다. 여성부 관계자는 “2007년 한 해 상담결과를 통계내 본 결과, 1만여건이 넘는 상담 전화의 30%가 자살을 호소했다”며 “이는 공식적인 수치일 뿐 실제 수치는 50%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혜 1366센터장도 “한 달에 1000여건이 넘는 상담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서로 간의 소통이 없이 이뤄진 결혼이 다수이다 보니 이들의 고통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로움도 거창한 정책도 아니다. 상담원들은 단 10분의 대화만으로도 수많은 이주 여성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다시금 힘을 얻는다고 주장한다. 도티귀는 “언니처럼, 친구처럼 아픔을 들어주고 충고를 해주다보면 금세 이들도 다시 살아갈 결심을 하게 된다”며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다름 아닌 대화 그 자체”라고 말했다. 여성부 관계자도 “거창한 계획보다는 일상 속의 대화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담센터가 보여주고 있다”며 “현재 필리핀, 베트남어를 비롯해 6개 언어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캄보디아어까지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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