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시집 온 필리핀 여성들 새마을부녀회 활동도 열심… "경제적 어려움 덜었으면"
부천에서 10여년간 살고 있는 필리핀 출신 주부 4명이 새마을부녀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미구 도당동에 사는 밀라그린 팔루본(46), 쥬사 엠 이하라(43), 오펠리아 피 카냐난(43), 뱅 패로초(43) 씨다. 이들은 지난 2월 도당동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해 지역 봉사 및 이웃돕기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 사람은 1990년대에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부천에 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24명의 한국인 부녀회원들과 함께 혼자 사는 노인 돕기, 길거리 깨끗이 하기, 공원 청소 등의 봉사 활동을 했다. 김치와 나물을 만들고 된장을 담가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전달했으며, 도당산 벚꽃축제의 음식 한마당 행사에 참가해 김치와 파전 등을 만들었다.
이번 주에는 혼자 사는 노인 가정을 방문해 집안 도배와 빨래 및 청소를 하고 원미산 진달래동산의 나무심기 행사에도 참여한다. 월 1회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부녀회에도 참석해 지역 사정을 파악함은 물론 다문화 가정(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가정)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 새마을부녀회장 강기옥(맨왼쪽) 씨와 부녀회원으로 활동중인 필리핀인 주부들이 도당동 골목길을 청소하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조그만 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도당동 지역엔 필리핀 출신의 다문화 가정이 많다. 도당동 새마을부녀회장 강기옥 씨는 "다문화 가정은 문화와 언어의 차이로 한국 생활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를 줄이기 위해 한국인들과 서로 부딪치고 생활하면서 이웃간의 정(情)을 쌓아나가자고 제안하자 그들이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네 사람은 이렇게 해서 새마을 부녀회원이 됐다.
네 사람은 "한국인과 피부 색깔만 다를 뿐 이제는 한국 사람이 다 됐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맏언니격인 밀라그린 씨는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은 필리핀에서는 보기 힘든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제사도 지내는 내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는 한국인 부녀회원들과 노래방에도 다녀오고 집들이 행사도 참석했다. 네 사람은 '사랑의 미로'와 '만남'을 멋드러지게 불러 한국 주부들로부터 '앵콜'을 받기도 했다.
네 사람의 바람은 부모가 있는 필리핀에 자주 가보는 것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더는 것이다.
지난 8년간 필리핀에 딱 한 번 다녀왔다는 쥬사 씨는 "고향 생각이 자주 나지만 이웃 주부들이 잘 해줘 견딜 만하다"면서 "적극적인 부녀회 활동으로 향수병을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오펠리아씨와 패로초 씨는 각각 부품 조립공장과 빌딩 청소업에 종사하며 남편과 맞벌이를 한다.
새마을부녀회 측은 추석이나 설 등 명절 때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아 이들에게 쌀이나 김치 등을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6월에는 이들의 자녀와 새마을 부녀회원 자녀들이 참여하는 나들이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같은 또래의 한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한국인 새마을부녀회원들은 네 사람으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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