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자녀와 생계 막막…남편은 ‘나 몰라라’ [이주여성과 함께 아리랑] 홀로 아이 키우기 이중고 집 나온 뒤 아이 쉼터에 맡기고 공장서 숙식 쉼터 지원도 한시적…2년후엔 ‘경제적 고통’ » 이주여성과 함께 아리랑
이혼하는 ‘외국인 신부’들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인 남편의 폭력에 희생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들 버려진 ‘이혼 이주여성’들의 위태로운 삶과 맞닥뜨리게 된다. ‘돈을 주고 신부감을 사오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이 빚어낸 또다른 자화상이다. <한겨레>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함께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돌이켜보고, 그들과 새롭게 연대하기 위한 캠페인 ‘이주여성과 함께 아리랑’를 12일부터 한달 동안 진행한다. “민욱아, 생일 축하해!”
촛불 하나가 켜졌다. 베트남 여성 우엔 티 투이(22·가명)의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성북구의 한 쉼터에선 투이의 아들 민욱(가명)이의 돌잔치가 열렸다. 잔칫상엔 과일과 떡 몇 조각이 전부였다. 하지만 쉼터 봉사자와 동료 등 다른 ‘가족’들 덕분에 두 모자는 모처럼 행복했다. 한 대학생 동아리의 도움으로 어엿한 돌사진도 찍었다.
2년 전 결혼중개 업체를 통해 한국에 시집 온 투이는 결혼 석 달 만에 아이를 가졌다. 하지만 남편은 늘 술에 취해 행패를 부렸고, ‘돈을 주면 도망갈 수 있다’며 생활비도 주지 않았다. 민욱이가 태어나던 날도 남편은 술을 마셨다. 이런 생활을 견디지 못한 투이는 지난해 말 여섯달 된 민욱이를 데리고 무작정 집을 나왔다.
쉼터에 몸을 의탁했지만 당장 벌이가 없으면 아이를 키울 방도가 없었다. 투이는 서울 변두리의 한 봉제공장에서 먹고 자며 일을 하면서 주말에 한번씩 민욱이를 보러 온다. “남편은 양육비를 도와주기는커녕 이혼도 해 줄 수 없다며 버티고 있어요. 소송에 필요한 돈도 만만치 않다는데 ….” 투이는 “아이만 제 혼자 힘으로 키울 수 있다면 양육비를 받지 못해도 상관없다”며 울먹였다. 
» 서울 성북구의 한 쉼터에서 지난 달 29일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 우엔 티 투이(가명)의 아들 민욱이의 돌잔치가 열렸다.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투이는 남편의 학대에 시달리다 지난해 말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이곳 쉼터에 머물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제공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정식으로 양육권을 얻은 이들한테도 생계를 꾸리는 일은 쉽지 않다. 지난해 12월 남편과 이혼한 재중동포 최아무개(23)씨는 8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그는 경기도 안산의 전자제품 조립공장에서 하루 꼬박 12시간씩 주 6일을 근무하고 130만원 남짓을 번다. 중국의 부모에게 돈을 보내고 아이 병원비를 내고 나면 손에 남는 게 거의 없다. 최씨는 “일주일에 한 번 아이 얼굴을 볼 때마다 엄마 노릇을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이혼한 뒤 주변에서 아이 입양을 권했지만, 함께 죽더라도 내가 키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이주여성 인권센터 권미주 팀장은 “그나마 쉼터에 머물 수 있는 2년 동안은 분유값과 어린이집 비용 등이 지원되지만, 쉼터를 벗어나면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법원에서 ‘매달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도 남편들 역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을 길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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