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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조선일보
subject    [기자수첩] 우리 이웃 '동남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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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 이웃 '동남아 엄마' 
이길성·사회부 atticus@chosun.com 
 

경남의 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방문교사로 일하는 장혜진(가명·44)씨는 한 이주여성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녀의 낡은 승합차 뒷좌석엔 막 튀긴 돈가스가 있었다. 그녀는 "지난번 방문 때 '5년 전 가출해 대전까지 갔을 때 한 신부님이 사준 돈가스 맛을 잊을 수 없다'고 한 아이 엄마를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도착한 곳은 일곱 가구가 사는 작은 동네의 단칸방 집. 그녀는 필리핀 엄마와 초등학생 아들에게 두 시간 한글을 가르치고 반찬 몇 가지를 마련해 준 뒤에야 집을 나섰다.

읍내에서 조그만 피아노 학원을 하는 그녀는 3년간 자비를 들여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 공부방을 열었다. 그러다 정부가 운영하는 지원센터가 문을 열자 방문교사 일을 시작했다. 동남아 아줌마들 일이라면 발벗고 나서는 엄마에게 고교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우리도 좀 챙겨 달라"고 푸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처럼 헌신적인 그녀조차 "어느 날 아들이 한 이주여성의 딸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고 가슴이 철렁하더라"고 털어놓았다. '내 아이가 저 아이와 결혼하겠다고 한다면?'이라는 물음에 답을 못 하겠더라는 것이다. 그녀는 "내가 이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라고 물었다.

본지에 '동남아 엄마'의 아이들 시리즈가 보도된 닷새간 "돕고 싶다"는 독자의 메일과 전화가 쏟아졌다. 정부도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을 위한 지원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장씨의 고백이 보여주듯, 우리는 이미 잠재 의식 속에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에 대해 '경계선(線)'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달 한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가 개최한 가족캠프에서 한 이주여성의 남편은 "도움 같은 것 필요 없다. 우리를 별종으로 낙인찍지만 말라"고 호소했다.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온정이나 제도 이전에, 그냥 그들을 있는 그대로의 우리 이웃으로 바라보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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