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도 못 봐줍니다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자녀교육 어려움 호소
▲ 이주여성들이 2일 광주YWCA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 등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난 한국사람입니다. 그러나 언어소통이 장애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데 하루하루 힘듭니다.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호기심이 많아 질문하면 저는 답을 해 줄 수 없어 마음이 아픕니다.” 곽영(중국·한국생활 7년)
“아이들 학교 숙제를 돌봐주기가 어렵습니다. 엄마에게 물어보면 설명해주기 어려워서 지금부터 걱정돼요.” 박나탈리아(우즈베키스탄·한국생활 6년)
“또래보다 말이 늦고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서 보내지 않았어요. 교회 유치부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많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말이 늦어서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잘 못하니까 가기를 싫어했어요.” 우쓰와리아 카산나(인도네시아·한국생활 4년)
“어느 날 아침 딸이 울면서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반 친구들이 딸을 `아프리칸’이라고 부르며 놀렸기 때문에 울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아프리카와 나의 나라 필리핀을 비교해 알려주었습니다.” 디바인 (필리핀·한국생활 10년)
이주여성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다. 3일 광주YWCA에서 열린 `다문화 가정 자녀교육 현황진단 및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이주여성들이 서툰 한국말로, 때론 눈물을 훔쳐가며 꺼낸 이야기들이다.
다문화 가정 엄마들도 세상의 다른 엄마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다. 그들에게도 아이들은 삶의 보물이고, 아이들 때문에 웃는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자신들마저도 친구 하나 없어 외롭고 우울하다. 아이의 선생님과 이웃이 아이를 차별하고, 선입견을 품고 대하는 것이 그들이 처한 현실이다. `그것도 못하냐’고 말하는 사람은 많아도 도와주는 사람은 한두 명 뿐이다. 이 탓에 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사람을 꺼릴 수밖에 없다. 학부모 모임이나 동네에 나가는 것이 싫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외국인인 사실도 숨긴 채, 한국인을 사귀는 것을 두려워 한 채 그들은 그렇게 살고 있다.
그들을 돕겠다고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마저도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지 못한다.
“자녀교육에 관한 교육과 상담을 받고 싶어요. 엄마가 될 준비를 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기관도 필요한 것 같아요.” “한국문화를 가르쳐주는 건 때론 큰 도움이 안돼요.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이고, 우리가 채워가야 할 것들이다. 때문에 `DOING’에서 `BEING’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날 토론에 나선 광주대 정대현 교수는 “기존 이주여성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갗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그들을 인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계획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들이 엄마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그들만의 네트워크 구축을 도움으로써 자조 집단을 결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인을 넘어선 가족·공동체 단위의 프로그램 구성 등이다.
주제발제를 한 전남대학교 간호학과 정향인 교수는 “외국인 어머니로서 이주여성의 개별적 욕구와 어려움을 파악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며 “당면한 자녀교육의 문제를 아이를 포함한 가족단위에서 함께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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