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열린사회] “모국어로 된 책 읽으며 향수 달래요”
아름다운재단 캠페인… 이주여성 도서관 운영
정착 돕는데 큰 도움…공공도서관도 비치 추진
“‘이주 여성 도서관’ 덕택에 아이에게 카자흐스탄 동화책을 읽어주게 됐어요. 아이랑 함께 책을 읽다 보니 아이도 엄마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답니다.”
2000년 결혼하면서 한국에 들어온 카자흐스탄 출신의 아마노바 잠자골 씨는 최근 일곱 살 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 아름다운재단의 ‘책날개를 단 아시아’ 캠페인을 통해 카자흐스탄 동화책을 빌리고 일곱 살 난 아이에게 읽어주기 시작한 것. 처음엔 “이게 무슨 글씨야?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네?”라고 하던 아이도 엄마가 옆에 앉아 책을 읽어주는 게 좋은지, 이젠 먼저 책을 읽어 달라 졸라댈 정도다.
‘우리 아이가 왜 갑자기 심술을 부리지?’ ‘아이가 다쳤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등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육아 고민도 이제 카자흐스탄어로 된 책을 읽으며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아름다운재단에 감사 인사를 보냈다.
“처음 한국에 온 이주 여성들은 친구도, 친척도 없는 한국에서 우울증에 걸리기 쉬워요. 그럴 때 모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 향수도 달래고 우울증도 극복할 수 있죠. 그러다 보니 이주 여성 친구들이 다들 도서관에 몰려와 요새는 매일같이 도서관에서 만나고 있어요.”
몽골에서 온 지 6년 됐다는 아리옹 씨도 도서관에 ‘출근’하는 이주 여성. 자녀를 벌써 둘이나 낳았지만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의 일을 잊지 못한다.
“첫아이를 임신했는데 머리도 아프고 배도 뭉치고 해서 ‘병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을 하면 시어머니께선 ‘원래 임신하면 다 그렇다’고 하시더라고요. 시어머니 말이니 안 들을 수도 없고, 그래도 걱정은 계속되고…. 그러다 몽골에서 임신.출산 관련 책들을 보내줬는데 거기 임신 증상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했어요. 친정엄마를 만난 기분이 들었죠”라며 체험을 털어놨다.
아름다운재단에서는 이주 여성들을 위한 외국어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책날개를 단 아시아’ 캠페인을 실시하고 시민들로부터 성금이나 외국어로 된 책 등을 기부받고 있다. 김희정 아름다운재단 간사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권리도 인권의 하나”라며 “도와줄 친척, 친구 하나 없는 이국 땅에서 취업, 출산, 육아 등 힘든 일을 홀로 겪어야 하는 이주 여성들에게 모국의 책이 절실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또 “이주 여성 및 노동자들이 늘어난 만큼 공공도서관에도 외국어, 특히 동아시아어로 된 책을 비치해 달라는 사회창안운동도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