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미래>‘다문화·다민족’ 글로벌 코리아로
지난 8일 개막된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탁구 여자국가대표팀 주장은 당예서(27)다. 지난 1981년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태어난 당예서는 2001년 대한항공 탁구단 훈련 파트너로 입국했던 것이 인연이 돼 지난해 귀화, 당당히 태극 마크를 달았다.
지난달에는 귀화 경찰관 2명이 탄생했다. 필리핀 출신인 아나벨 카스트로(여·41) 경장과 말레이시아 출신 주지강(38) 경장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중국동포 출신 신춘화(여·40) 경장이 첫 귀화 경찰관 테이프를 끊었지만, 이들과는 사연이 다르다.
지난해에는 다문화 가족들이 모여 다문화가족협회를 구성했고, 올해에는 한국다문화학회도 창립됐다.
지난 1945년 광복,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줄곧 유지돼 온 단일문화·단일민족 사회는 이제 과거지사로 돌려지고 바야흐로 한국 사회도 다문화·다민족 시대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희소성으로 인해 평범한 서구 출신 귀화 외국인이 연예인으로 둔갑하는 일도 옛일이 됐다. 앞으로 한국인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는 다양한 국가 출신이 한국 국적을 얻고 사회 각계에 진출하는 모습이 될 것이란 점은 자명해 보인다.
◆ 외국어 방송까지 등장 = 지난 2006년 12월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베트남 출신 호티벤(여·26)씨는 요즘 TV를 보는 게 즐겁다. 서툰 한국어 실력 탓에 남편과 함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도 무슨 얘기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일이 종종 있었지만, 이제는 베트남어 자막이 제공되는 방송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TV(IPTV)업체인 '메가 TV'가 지난달부터 KBS와 함께 다문화 가정을 위한 주문형 비디오(VOD)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생긴 의미있는 변화다.
이 서비스는 단순히 한국 프로그램에 대해 자막을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다. 현지 방송에 한국어 자막을 붙여 방송하거나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내보냄으로써 다문화 가정 부부의 상호 문화이해를 돕는다. 오는 10월부터는 베트남어뿐 아니라 태국어, 필리핀어, 중국어로까지 서비스가 확장될 예정이어서 결혼 이민자나 이주 노동자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인기를 끈 '너는 내 운명', '엄마가 뿔났다' 등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호티벤씨는 "아직 베트남어 자막이 제공되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지만, 베트남 국영방송에도 한국어 자막이 나오니까 남편이 좋아 한다"고 말했다. 남편 이남길(41)씨도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도 있어 아내가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우리같은 부부들에게 알려주고 있다"며 웃었다.
◆ 미래는 다문화 시대 = 단일문화·단일민족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다문화·다민족 시대가 도래했다는 증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어 방송 등장과 같은 변화는 수년 전부터 보이지 않는 사회 저변에서부터 시작된 거대한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0~2007년 사이 국내에서 결혼한 총 257만1261쌍의 부부 중 22만5873쌍이 한국인과 외국인이 맺어진 다문화 부부였다. 전체의 8.8%로, 11쌍 중 1쌍은 다문화 부부인 셈이다. 다문화 부부는 72.5%인 16만3663쌍이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합이었고, 그 반대 경우는 6만2210쌍이었다.
농·어촌 지역은 이보다 훨씬 급속하게 다문화 부부가 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농·임·어업 종사 남성 7930명의 40.0%인 3172명이 외국 출신 신부를 맞았다. 2006년에도 결혼한 농·임·어업 종사 남성 8596명 중 41.0%인 3525명이 외국인 신부와 결혼했다.
외국인 신랑·신부의 출신국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중국과 베트남 출신이 대부분이었던 외국인 신부들은 최근엔 이들 외에 캄보디아, 일본, 필리핀, 몽골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고, 외국인 신랑도 일본·미국 중심에서 중국, 캐나다 출신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거대한 변화에 대해 한국다문화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기범(교육학) 숙명여대 교수는 "세계적으로도 인구 이동이 굉장히 활발해지고 있는데,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는 것 역시 세계적인 현상의 일부로 이해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아직 한국은 다른 다문화 사회와 비교할 때 다문화 역사가 짧은 편"이라며 "당장은 이주 노동자나 결혼 이민자, 탈북 새터민 등이 잘 적응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존 한국인들도 다중문화 역량(multi cultural competence)을 키워 국내·외를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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