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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충식]다문화사회의 일그러진 얼굴

[중도시평]최충식 논설위원


▲ 최충식 논설위원

“타국 여성들을 물건 취급하듯 취급하는 메마른 인성, 언어 문제로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못한 남녀를 한 집에 같이 살게 하는 것으로 결혼의 모든 과제가 완성됐다고 생각하는 무모함.” 대전고법 형사1부가 베트남 아내를 죽인 남편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며 읽어내린 부분이다. 판결문은, 준비되지 않은 다문화사회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무슨 준비인가, 우리가 주류인데 웬 다문화냐는 견해를 위해 제시하자면, 지난해 전체 혼인 중 국제결혼이 4만3121건으로 13.6%를 차지한 가운데 농어촌은 35.7%가 국제결혼이었다. 충남(11.8%)과 충북(10.3%) 등 농촌을 낀 8개 도는 한국 남자와 외국 여자 혼인 구성비가 10%를 넘는다. 믿기 어렵겠지만 충남의 작은 시골 학교에 가면 다문화가정 아이가 더 많은 학년을 보게 된다.

현실이 이런데도 다문화사회를 왜 만드느냐는 시각이 없지 않다. 처음은 농촌에 시집올 한국 처녀가 귀해지자 옌볜 조선족 동포 처녀를 데려왔다. 그러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로 범위를 넓혔다. 그 덕에 농촌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는다. 장가 못 간 총각의 국제결혼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유사 이래 최초인가를 따지고 들면, 조선시대에 서른 넘긴 가난한 양반 자제에게 쌀과 콩으로 혼인보조금을 부조한 고조(顧助)가 나온다. 성종 때는 혼기 놓친 처녀의 혼인 비용을 관에서 부담했다. 외로운 광부(曠夫), 원녀(怨女)가 없어야 음양 화합으로 나라가 평안하니 혼인은 국가대사라는 명분에서였다.

그런데 지금 국제결혼 신랑에게 대책 없는 보조금만 쥐어주는 것은 조선시대보다 큰 고통을 안길 수 있다. 다문화가정 절반 이상은 정상 가정을 꾸릴 여건도 역량도 못 갖춘 최저 빈곤층이다. 그리고 차별당한다. 친절하면서 폐쇄적인 한국인 심성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엉뚱한 구호와 섞이며 인종 우월주의 장성을 쌓은 것이다.

진돗개 혈통도 아닌데 순수는 뭐고 비순수는 뭔가. 용모가 이국적이라고 유치원에서 안 받고 혼혈아라며 군대에서 거부하는 곳이 대한민국 인권국가이다. 순혈이니 혼혈이니 하는 용어 자체가 불순한 순혈주의이며 짐승 가두는 돼지우리와 다름없는 우리 의식(we-feeling)이다. 차별을 못 견딘 아이들이 다니는 무허가 학교까지 생겼다. “대화할 사람은 당신뿐인데 왜 한국말을 못 배우게 했느냐”는, 죽은 열아홉 살 베트남 신부의 마지막 편지 사연이 떠돈다.

결혼 전엔 두 눈 커다랗게 뜨고 보고 결혼 후엔 한 눈 감으라는 말은, 다문화가정이라는 이름의 국제결혼 가정에는 맞지 않다. 이들은 두 문화권에 걸친 문화 차이를 철저히 배척당하고 근 절반은 부부폭력에 시달린다. 외국인 지원조례를 제정했고 결혼이민자 가족지원센터를 설치했지만 포용력의 상징이어야 할 다문화사회의 폐쇄성 앞에 무기력하다. 올 가을 백제문화제에는 다문화가정을 참여시킨다. 고맙지만 혹시라도 이들을 인간 동질성 회복과 인류 화합의 전사로는 만들지 말 것을 부탁한다.

보기에 따라 다문화가정의 지위는 난민만 못한 경우가 있다. 이주 여성 취업 허용이 놀고 먹는 한국 남성의 착취 도구가 된다든지 하는 악순환은 계속된다. 대전과 충남.북의 결혼이민자는 5년 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 단일하다는 민족의식은 설자리를 잃었고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로서의 민족도 무의미해졌다.

남은 대안은 공생이다. 그래서 기획한 중도일보 동남아 탐방 보도(‘다문화사회 공생 대안은 무엇인가`)를 보면 소위 다문화정책이 다른 아시아 여성의 인권이나 유린하는 인종차별정책인가 혼동될 정도다. 반쪽 핏줄을 거부하는 다문화정책은 결혼만 있고 정책이 없는 국제결혼사업만 키울 뿐, 겉돈다. 다문화가정을 아웃사이더나 비주류에 머물게 한 채 모든 해법을 순혈주의에만 귀인시킨다면 환원주의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국가가족정책 차원의 다층적인 대안이 요구되는 이유다. 다민족.다문화 해법을 무슨 재활 프로그램인 양 취급하는 지자체의 사후관리에도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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