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홍천군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제작에 직접 참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9일 홍천군 등에 따르면 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의 여성 20여명이 독립영화를 제작하는 신지승(45) 감독의 도움을 받아 60분짜리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 이들 중 2005년 중국 하얼빈에서 온 유신신(31) 씨 등 5명은 주연급으로 출연하고 이들의 남편과 자녀, 지역 주민과 동네 아이들도 직·간접적으로 촬영에 참여하고 있다.
유씨 등은 지난 7월부터 신 감독과 같이 시나리오에 참여하면서 연기 지도와 카메라 작동법을 교육 받았고 지난달 말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 영화를 찍고 있는 이주여성들의 모습. /홍천 다문화가정 가족지원센터 제공
신 감독은 “이주여성들이 처음엔 촬영에 선뜻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간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이주 여성들의 모습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불쌍한 여성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하지만 다문화가정의 여성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한국문화를 습득하는 여성상을 표현하고 싶다고 설득하면서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주 무대로 등장하는 홍천의 금광은 일종의 ‘역사적’ 공간이다. 일제 시대에는 생활의 터전으로 6·25 전쟁 당시에는 피난의 공간이었던 금광은 70년대 이후엔 생활공간 터전을 상실한다. 이러한 금광의 역사를 이주여성들이 직접 UCC 카메라로 찍는 모습을 영화로 담고 있다.
다문화가정 여성들에게 금광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상징이자 한국을 배우고 고향과 하나가 되는 새로운 도전의 기반이 된다고 감독은 밝혔다.
출연자들은 영화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문화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데다 한국말을 배울 수 있고, 남편이나 자녀까지 보조자로 출연해 가족과의 정이 깊어진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문적인 연기자가 아닌 주민들이 직접 연기를 하고 제작에 참여하기 때문에 애로점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우리말을 못하는 이들이 많은데다, 캄보디아,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여성들을 묶어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아웃사이더’이던 이들이 직접 영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사실에 모두 열정을 갖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고 신 감독은 밝혔다.
유씨는 "영화 촬영을 하면서 그 동안 알지 못했던 한국의 문화에 대해 깊이 알 수 있었고, 가족 간의 우애도 더 좋아졌다, 새로운 도전을 통해 한국 생활에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다문화열린사회(사)와 홍천군 다문화 가정 가족지원센터, 개인 후원자 등이 1억원을 출연해 제작되고 있다. 11월 초 주민 등과 함께 중간 시사회를 한 뒤 연말까지 촬영을 마치고 각종 영화제 등에 출품할 계획이다.
신 감독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미지로만 보인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정서를 잊힌 금광의 역사와 접목시켜 진화된 이미지로 보여주고 싶다. 이들을 다룬 기존의 영화는 우울한 측면이 강했지만 우리 영화는 이들이 한국사회와 소통하는 모습을 그릴 것” 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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