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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승근이는 '혼혈'이 자랑스럽다

"한국과 필리핀 좋은점 나에게 다 있는걸요"


◆한국의 오바마를 꿈꾸며…◆


엄마가 필리핀 출신인 이승근 군(중앙)이 친구들과 활짝 웃고 있다. 승근이는 여느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달리 부회장을 맡는 등 인기가 있다. <이승환 기자>

승근이는 연희초등학교 6학년 1반 부회장이다.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좋아 2학기 선거에 출마해 뽑혔다. 승근이는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고 아버지가 한국인인 '다문화 가정' 아이다. 하지만 승근이에게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흔히 보이는 우울한 그늘이 전혀 없다.

승근이의 별명은 '원숭이'다. 피부색이 까무잡잡하고 귀가 커서 붙은 별명이다. 하지만 승근이는 원숭이라는 별명에 개의치 않는다. 승근이는 자기가 '혼혈'임을 오히려 자랑스러워 한다. 엄마가 늘 "너는 필리핀과 한국 양쪽의 좋은 점을 다 가졌다"고 말씀해 주시기 때문이다.

승근이 엄마 재스민 씨는 승근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학교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승근이가 2학년이 되던 어느 날 "엄마, 다른 엄마는 다 급식봉사도 하러 오고 청소도 하러 오는데 엄마는 왜 안 와? 엄마도 와"라고 조르는 통에 처음 학교를 방문했다.

승민이는 친구들에게 엄마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얘들아, 우리 엄마야. 필리핀 사람인데 영어도 엄청 잘한다." 그때 재스민 씨는 부끄러움을 가진 것은 오히려 자신이었다고 깨달았다.

승근이는 예외적인 경우다. 대부분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은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중에는 적응을 못해 한국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전남 여수에 사는 문 모씨(38)는 지난 추석 때 필리핀 출신 부인과 아이를 필리핀으로 보냈다. 올해 아홉살인 아들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내린 결단이다.

올 7월 현재 결혼 이민자 자녀는 5만8000명이다. 특히 농촌의 초등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10% 이상 차지하는 등 미래 세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등 '오바마의 꿈'이 영글었지만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사회인'이라는 소박한 꿈마저도 힘겨운 상황이다.

필리핀인인 승근이 엄마 재스민 씨(32)는 여성부가 주관하는 '2010년 지방선거 제1호 결혼이주여성 의원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주여성들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오바마 프로젝트'다.

재스민 씨는 "승근이는 학교 생활을 아주 잘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주여성 자녀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 아이들에게 보다 밝은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이레샤 씨(34)도 한국 사회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러브인아시아'라는 TV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고 있으며 안양시 복지회관에서 이주여성을 위한 상담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다. 하지만 세 살배기 딸과 여섯 살 아들은 고민거리다. 이레샤 씨는 "딸이 피부색 때문에 놀림을 받고 들어올 걸 생각하면 한국에서 계속 살아야 되나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레샤 씨도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오바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몽골에서 온 이리용 씨(36)는 더욱 적극적이다.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 변화와 함께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3월부터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혼혈 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로서 무척 설렜다"며 "한국도 우리 아이에게 이런 기회를 줄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바마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된 다문화 가정을 이끄는 엄마들을 정치권에 진입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 10월에 시작됐다. 현재 이주여성 20여 명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여성정치연구소 김은주 소장은 "최근 들어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복지정책 수혜 대상자로서 관심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들이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고 한국인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되찾아 주자는 의미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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