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진x최 인(리키인) -Night Club 4.4.4-
학교 본관에서부터 요리실이 있는 별관까지의 거리는 너무 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교의 동아리 활동이 옆에 위치한 H고등학교와 같이 수업 도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토요일 모든 수업시간에 한다는 것일까. 만약 수업 도중에 동아리 활동이 있었다면 나는 분명 요리부에 항상 지각을 했을 것이다. 우리 반이 학교 건물 3층에 위치한데다가 별관까지 오는데 시간도 꽤 걸릴뿐더러 요리부가 사용하는 가사 실은 별관 4층이니까. 체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는 시간이 걸린다. 오르막길, 내리막길도 마찬가지. 그러니까 말하자면 같이 본관에서 출발했어도 다른 아이들보다 도착하는 게 2배정도 느리달까. 그런 나는 정말로 우리학교 동아리 시간표에 무척이나 감사함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무엇을 만든다고 했었나? 아아 얼마 전에 중간고사가 끝난 것을 고문 선생님이 배려하여 만들기 어렵지도 않으면서 맛있는 피자와 스파게티를 만들기로 했었지. 나는 양식보다 한식을 좋아해서 고문 선생님의 말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요리부 친구들이 좋아하니까 그건 얼마안가 상관없어졌다. 그래 가끔은 치즈가 쭉 늘어나는 피자도 좋고 달콤한 토마토소스의 스파게티도 나쁘지 않겠지. 그러한 생각을 하고 2층에서 3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즘에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처음 들어보는 선율.
" 모두들 다 왔지? 자, 그럼 집중해서 잘 들어라. 다들 반에서 방송으로 들었을지 모르지만 오늘은 시험이 막 끝나서 정신없는 너희들을 배려하여 간단하게, 그렇지만 먹을 만한 피자와 스파게티를 만들 거야. 우선 각 자리마다 재료가 있으니까 알아서 선택해서 알아서 만들도록. 설마 피자와 스파게티 레시피를 알려줘야 할 만큼 우리 요리부가 초심자로 돌아간 건 아니겠지? "
고문 선생님의 약간 경고어린 농담에 주위 조원들이 살짝 웃어 보인다. 피자는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식빵을 도우로 쓰는 미니피자는 만들어 본적이 있는데 그거랑 비슷하게 하면 될까? 와아, 고민 되네 이거. 우선 재료들이 무엇이 있는지 파악해보고 토핑을 결정하자.
잘려져 있는 올리브, 그릇에 가득 담겨져 있는 피자 치즈, 물기를 머금고 있는 토마토. 싱싱해 보이는 새우들과 오징어는 각각 물에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방금 딴 것처럼 흙이 고르게 묻어있는 감자들, 그물망에 담겨져 있는 양파와 한 곳에 쌓여져 있는 과일 통조림들. 스파게티 전용면과 붉은 빛이 감도는 돼지고기, 껍질에 채 나오지 못한 완두콩들. 그리고 그 밖에 예쁜 병에 담긴 조미료들을 살펴보았다. 피자와 스파게티를 만들 때 이렇게 많이 재료가 들어가나 싶을 정도로 꽤 종류가 많았다.
" 와아, 선생님. 재료들 좋아 보이네요! 힘 좀 쓰셨는데요? "
다른 조에서 말이 들려왔다. 그 말에 요리부 모든 아이들은 동조의 웃음을 나타내며 '선생님, 최고!'라던가 '와아, 감사해요 선생님!'과 같은 말들을 하며 재료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 오냐, 힘 좀 썼다! 그러니까 잘 만들어, 알았지? 그리고 덧붙이자면, 남은 재료들은 내가 가져갈 꺼다? "
고문 선생님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요리부의 모든 아이들에게 말하였다. 그러한 선생님의 말에 요리부 아이들은 어느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선생님을 향하여 웃어보였다. 나도 재료를 이렇게 구해준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어서, 주변 분위기에 동조되어서 그리고 유쾌하여 웃었다. 비록 크지도 눈에 띄지도 않은 웃음이었지만.
그 유쾌한 분위기에서 5분이 지날 무렵, 각 조들은 각 조들이 할 일을 시작했다. 밀가루 반죽을 시작한 조가 있고, 흙이 묻은 감자를 씻는 조가 있다. 눈물을 흘리면서 양파를 까는 조들도 있었다. 우리 조는-
" 재료가 많으니까 토핑 정하기도 진짜 애매하네. "
아직 토핑을 뭐로 할지 정하지 못했다. 우리 조의 조장, 해란 선배가 투덜거릴 때까지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조원들은 각각 추구하는 음식 성향이 달랐다. 예전에 백반을 만든 적이 있었는데 구이 반찬을 조기로 할지 아니면 고등어로 할지 의견충돌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까지만 해도 30분이 걸렸다. 그리고 또 중간고사 전 마지막 요리부 활동 때에는 여러 가지 요리들 중 햄버거를 만들 때가 있었는데 그때도 라이스 버거냐, 그냥 버거냐에서 의견충돌이 한번. 그리고 불고기냐 새우냐 닭에서 또 한 번. 결국 우리는 사다리 타기를 할 때까지 의견이 분분하였다. 그렇기에 우리 조는 아직 밀가루 반죽도 안하고 있건만 최대 난간에 부딪힌 것이라 해야 하나..?
" 조장, 요즘 TV에 나오는 거 아세요? 더블 바비큐 피자. "
안경을 쓴, 나와 같은 1학년의 현민이 입을 열었다.
" 그거 한 판에 두 가지 토핑이 있는 거잖아요. 우리, 보나마나 또 토핑 정하는데 30분은 걸릴 것 같은데 이왕 하는 거 각각 원하는 토핑을 부원수에 맞춰 하는 게 어때요? "
" 오오, 그거 좋다! 판을 오븐에 맞춰 최대한 크게 맞춘 다음 조원수가 5명이니까 그만큼 나눠해보자! 야, 이 현민 머리 좋다 너. "
해란 선배는 '이걸로 우리의 최대 난관 해결!'이라고 말하며 현민에게 웃어보였다. 다른 조원들도 그 의견이 맘에 들었는지 누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고르기 시작했다. 그럼, 나는 뭘 해볼까. 얼마 전에 이모와 시켜 먹었던 피자와 비슷하게 만들어보고 싶다. 그 피자 무척 맛있었는데.
" 인아, 넌 무슨 토핑 만들거야? "
한 학년 위인 윤정 선배가 쌓여있던 과일통조림중 하나를 집으며 나에게 말하였다.
" 그냥 좋아하는 재료는 다 넣어볼까 생각중이에요. 며칠 전 먹은 피자를 따라하고 싶은데, 뭐가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어요. "
" 무슨 피자를 먹었었는데?" / " 글쎄요……. 이름도 생각나지 않아요. "
" 그럼 그냥 좋아하는 재료 다 넣어버려. 하하, 맛있을 거야 분명. "
윤정 선배는 나에게 살짝 웃어보이고는 어느새 쌓여있는 과일 통조림들 가운데 파인애플 통조림을 진지한 표정으로 고르고 있다. 윤정 선배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 좋아하는 재료를 다 넣으면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나도 마음을 편히 먹고 재료를 고르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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