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올해의 호암상 의학부문 수상자로 UPenn 의과대학에 있는 최용원 교수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TRANCE" 라는 새로운 cytokine을 발견하고 osteoimmunology 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 받아 수상하게 되었으며, 오는 6월 1일 호암상 메달과 함께 2억원의 상금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1992년 여름 나와 최용원 교수는 한달 간격으로 Rockefeller 대학교에 도착을 했었다. 나는 현재 카이스트 교수로 있는 김태국 박사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번째의 Rockefeller 학생이었고, 최용원 박사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Rockefeller 의 Lab Head 가 된 교수였다. 그리고, 그해 가을 늦게 나는 최용원 교수 Lab에 합류하여 3년 10개월 동안의 대학원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다. 즉, 나는 최용원 교수의 첫번째 제자였다.
뉴스를 본 직후, 최용원 교수에게 호암상 수상을 축하하는 메일을 보냈더니, 다음과 같은 답장을 보내왔다.
"Thanks.. You started the whole thing in the lab. Hope it will be yours someday."
최용원 교수가 고맙게도 내가 TRANCE 와 osteoimmunology 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라고 acknowledge 를 해주시니, 잠시 그때의 일을 추억해 보게 된다.
나의 박사 학위논문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는 T cells 의 negative selection 을 연구하는데 사용되었던 superantigens 중에서 mouse 의 genome 에 삽입되어 유전되기도 하여 Mls 라고도 널리 알려져 있는 MMTV 라는 바이러스의 superantigen 인 vSAGs 의 기능과 구조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였다.
이 전반부의 일들은 최용원 박사가 유명한 Kappler-Marrack 연구실의 postdoc 시절 vSAGs 를 처음 발견한 이후 계속해 오던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던 것들이라서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내 학위논문의 후반부인 T cells 의 negative selection 의 기작인 activation-induced T cell death/apoptosis 에 관한 연구는 우리 실험실에서는 처음 시작하는 일들이었으므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는 없었다.
당시 나를 포함하여 최용원 교수 실험실 연구원들의 대부분은 thymus 의 T cells 이나 T cell hybridoma cells 등에서 activation-induced apoptosis 에 관련된 유전자들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가 원하는 T cells 의 apoptosis 에 직접 관련이 있는 유전자들만을, 단순히 T cells 의 activation 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발현이 증가하는 수많은 유전자들 중에서 구별하여 찾아내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혹 그러한 유전자를 찾았다고 하여도 그 기능이 T cells 의 aopotosis 에 직접 관련이 되어있다는 것을 검증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소위 "NSC" 이라고 불리우는 유명 과학잡지에 실린 짧은 논문에서 N 이라고 하는 transcription factor 의 dominant negative form (N-DNF) 이 T cell hybridoma 의 apoptosis 를 방해할 수 있다는 발표를 보았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N-DNF 를 발현하는 T cell-line 을 만든 후, N-DNF 가 없는 mother T cell-line 과의 비교를 통해서, 일반적인 T cell activation 의 과정 동안 발현되는 수많은 유전자들과 구별될 수 있고, N-DNF 에 의해서만 발현이 영향을 받는 유전자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이런 방법으로 보다 직접적으로 apoptosis 에 관련된 유전자들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서 본격적으로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과학자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소위 "dirty little secret" 이 있다. 소위 최고의 과학잡지라는 NSC 에, 특히 NS 의 짧은 형식의 논문에는 늘 엉터리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서울대의 黃某 교수나 동경대의 多某교수 처럼 크게 사기를 치거나 계속해서 사기를 치다보면 반드시 걸려서 처절한 응징을 받게 되지만, 그저그렇게 유행하는 분야의 흐름을 잘 따라가는, 즉 많은 사람들이 하는 분야에서 남들이 다들 맞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대세에 순응하는 그런 연구를 진행하여 NS 같은 과학잡지에 그럴듯한 논문을 내게 되면 그런류의 사기 논문들은 쉽게 발견되지도 않고 설혹 남들이 발견하더라도 그냥 그런 논문들은 무시해 버리고 (=아무도 인용을 하지 않고) 지나가 버리는 수가 흔히 있다는 것이다. 바로 N-DNF 논문이 그런 것이었다.
나는 대학원 생활 중 6개월 이상을 그 N-DNF 논문이 재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데 소비했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계획한 때 부터 폐기처분한 때 까지의 시간을 모두 고려한다면 1년 이상의 시간을 쓴 것이다. 정말 그 시간들을 허비한 것이었다면, 나는 결코 3년 10개월 안에 학위를 마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말 안해 본 것 없이 다 시도하여 N-DNF 논문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는 했지만, 숙련된 과학자들이라면, 처음 한두 번 시도를 하다 보면 "이건 안되는 일이구나" 라는 "感" 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한 불길한 感을 느끼고 있을 무렵, 내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 계기가 생겼다.
그 당시 apoptosis 분야도 엄청나게 유행이었지만,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던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JAK-STAT 이라는 kinase-transcription factor 신호전달 분야였다. 우연히 이 분야의 개척자이기도 했던 저명한 Jim Darnell 교수의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 거기서 George Stark 그룹이 처음 JAK 을 발견할 때 먼저 chemical mutagen 을 사용하여 특정한 신호전달 (즉, 인터페론 신호전달) 과정만을 파괴한 cell-line 들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그렇게 만든 cell-line 들로부터 JAK 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정신이 번쩍났다. 그동안 우리가 만들고자 노력해 온 것이 바로 그런 cell-line 들이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나는 activation 은 일어나지만 apoptosis 는 일어나지 않는 T cell-lines 을 만들었다. 기존의 N-DNF 프로젝트와 동시에 진행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거의 매일밤을 지새우는 강행군이었고 아직은 확실히 성공할지도 모르는 일이라 아무에게도 이야기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한마디로 나의 학위가 걸린 一大 모험이었다. 수백 수천의 T cell-lines 을 일일이 동시에 clone 하면서 test 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다. 당시 우리 실험실에 있던 4개의 tissue culture incubators 중 3개를 나 혼자서 사용하다시피 하며 반 년 가까이 노력한 결과, 결국 우리가 원하는 phenotype 을 가진 4개의 새로운 T cell-lines 을 확립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연으로 만들어진 4 종류의 mutant T cell-lines 중 하나를 이용하여 T cell apoptosis 와 관련된 유전자를 찾아내고 연구한 결과로 나는 박사 학위 논문을 마칠 수 있었다. 내가 박사 학위를 마칠 무렵 실험실에 합류한 신입 대학원생이었던 Brian Wong 이란 친구가 계속해서 내가 만든 4 종류의 mutant T cell-lines 모두에서 발현의 변화가 생긴 유전자들을 총체적으로 찾아내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결과 발견한 유전자들 중의 하나가 "TRANCE" 였고, 이로 인하여 최용원 교수 실험실이 osteoimmunology 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6. 4.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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