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의대 주민경 교수가 아래 기사를 발견하고 알려주셔서 여기에 옮겨 봅니다. 아버지께서 하신 일이 짧지만 소개되어 있군요. 소위 기업체 연구소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굳이 박사나 석사 학위를 받지는 않으셨던 아버지의 호칭 문제에 대해서 글을 쓴 기자가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박사" 니 "교수" 니 하는 것들이 쓰잘데 없는 虛名無實 이라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참고로, 아버지는 아래에 소개된 업적으로 인하여 기업체의 경영자 (회장, 사장 등) 가 아닌, 대한민국의 평범한 농업기술자로서는 최초로 산업훈장을 받으셨읍니다.
(2006.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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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ongascience.com/Ds/contents.asp?mode=view&article_no=20060728093624 ;
우리 농작물로 만든 위대한 밥상 - 세계인의 식탁에 올린다
지난 해 우리나라 농림축산물의 수출은 총22억달러 규모다.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금액(23억달러)보다도 적다. 김치(9000만달러)와 인삼(8000만달러), 그리고 가공식품 (11억9000만달러)을 제외하면, 채소류(1억4000만달러), 과실류(1억2000만달러), 화훼류(5000만달러)를 모두 합쳐 3억달러를 좀 웃도는 수치일 뿐이다.
이 가운데 단일품목으로 파프리카와 배가 각각 5000만달러를 조금 넘고, 장미와 백합이 각각 1000만달러를 웃돈다. 파프리카는 원래 아메리카와 유럽에서 자라난 외래종이고, 배는 신후, 풍수, 이십세기 등을 일본에서 들여온 종자다. 장미(비탈, 레드칼립소 등)는 독일에서, 백합도 네덜란드(엘리트, 마돈나, 카사블랑카 등)에서 들어온 외국 종자로 키운 것들이다.
결국 우리의 농촌은 외국 종자를 키워주며 낮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2002년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했기 때문에 2008년부터는 외국 품종에 대해 로열티를 물어야 수출할 수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국산종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루과이 라운드가 시작된 1980년부터 지난 20년간 우리 농업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
우리나라는 녹색혁명에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우리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는 김치의 재료인 배추와 무, 고추 등의 작물에서 품질과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김치를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만들 수 있지만, 예전에는 겨울에만 김치만 담글 수 있었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작물이다. 따라서 온대지방인 우리나라에는 늦여름에 파종해 늦가을에 수확하는 가을배추 밖에 없었다.
1950년 우장춘 박사가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작물 육종의 역사는 새로운 전환을 맞았다. 자가수분이 일어나지 않는 ‘자가불화합성’이나 꽃가루가 생기지 않는 ‘웅성불임’을 이용해 ‘교잡종 1세대’(F1)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1960년에는 자가불화합성을 이용한 김장김치용 배추인 ‘원예1호’와 ‘원예2호’가 탄생했다. 그 뒤 계절에 관계없이 재배 가능하고 균일한 맛을 지닌 배추가 육종됐으며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1970년대 후반에는 흥농종묘의 조영환 박사와 중앙종묘의 박현경 고문이 ‘내서백로’와 ‘고냉지 여름’이란 품종을 육종하면서 봄배추와 여름배추가, 1992년에는 흥농종묘의 김해동 박사가 육성한 ‘동풍’이 겨울배추로 선보였다.
우리나라가 배추나 무, 고추에서 앞선 경쟁력을 갖는 것은 자가불화합성이나 웅성불임을 갖는 기본종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성 높은 F1을 만들려면 부모가 되는 두 기본종을 심었을 때 자가수분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반면 양친 중 한쪽이 자가불화합성이나 웅성불임이면 타가수분을 통해 균일한 품종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 같은 특성을 지닌 기본종을 갖춘 곳이 소수에 불과하며 파프리카는 아직도 사람이 가위로 수술대를 잘라 웅성불임으로 만든다. 만약 우리의 웅성불임 고추 품종을 이용하면 파프리카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원하는 형질을 비교적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는 분자표지와 유전자지도가 사용되고 있다. 고속도로를 따라 여행할 때 휴게소나 주유소 같은 표지판이 있으면 편리하듯, 농작물의 특정한 색이나 맛, 모양과 크기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있는 곳에 표지판을 세우는 방식이다.
서울대 식물생산과학부 김병동 교수팀은 분자표지를 사용해 병저항성과 색상, 웅성불임, 매운맛 등의 고추 유전자를 선별해 냈다. 양친에서 매운 맛 유전자를 찾은 뒤 F1을 만들면 떡잎만 나와도 나중에 고추가 매운 맛을 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떡잎 단계에서 품종을 선발하면 한 품종 개발에 12년이 걸리던 육종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中略
“무인도에 떨어져도 십자화과 꽃을 찾으면 굶어죽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녹색혁명을 통해 기초 연구가 잘 다져진 배추와 무 등의 십자화과 작물은 무엇이든 식량이 될 수 있다. 세계인의 반찬이 브로콜리, 케일 등 십자과 작물인 것도 그때문이다. 각국의 특성과 입맛에 맞도록 종자를 육종한다면 세계의 식탁에 우리 농산물이 오르는 날도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서금영 기자ㆍ symbious@donga.com 과학동아 2006년 08월호 - 신토불이는 미신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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