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I 생명과학의 諸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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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6-28 06:29:51
NAME :    주인
SUBJECT :    과학자의 권력 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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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나는 무심코 읽던 책에서 뤼센코 (Lysenko, 오늘 찾아보니 "리센코" 라고 
백과사전에서는 표기를 했더군요) 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소련의 건국 초기 우수한 
농업기술을 개발한 젊은 과학자로서 빠르게 출세의 길을 달려 40대 초반에 이미 소련의 
학계를 지배하는 최고의 과학 권력자로 떠오른 인물이었다. 그는 당시 뛰어난 농업기술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이론만을 맹신한 나머지 자신의 이론과 반대되는 모든 생명과학 
이론이나 연구를 철저히 배척하였고 무자비하게 탄압하여 결국 소련의 생명과학이 수십 년 
퇴보하도록 만들었던 인물이었다.  

아무리 천하의 권력을 쥔 리센코의 이론 (특수한 경우를 일반화시킨 소위 20세기판 用不用說) 
이라고 하여도 과학이란 학문을 하는 사회에서는 하나의 가설로서 간주되어 자유로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만 한다. 어떤 특정한 이론을 "도그마" 로 받아들이기 시작하고 더 나아가 
그것에 반대하는 이론을 유형무형의 힘으로 탄압하기 시작한다면, 이런 사회는 더이상 학문적 
양심과 진리가 지배하는 과학자들의 사회가 아니라, 단지 힘과 권모술수가 지배하는 정치 
모리배들의 사회일뿐이다. 

내 경험을 돌이켜 보아도 리센코를 흠모하는 과학자들은 항상 있어 왔고 지금도 여기저기에 
많이 있다. 그나마 리센코 만큼의 사이비 명성이나 이론도 없이 단지 권력만을 지향하는 
과학자들은 너무도 많다. 이들이 원하는 권력이 리센코가 가졌던 무소불위의 권력까지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   하지만, 혹 누가 알겠는가. 리센코 만큼의 권력을 가졌다면 
리센코 처럼 반대파 학자들을 시베리아로 유배 보내거나 형장의 이슬로 만들고자 하는 
리센코의 제자들이 오늘날에도 없으란 법이... 

명예와 돈과 언론의 유혹 주변을 항상 배회하고 있는 과학자들... 
세상이 아무리 그들을 위대하다고 부를지는 몰라도, 정말 불행한 과학자들이다. 

(2005. 11. 20.) 





P.S. 

언론/신문/방송 등에서 연구원들과 대학원생들이 모두다 불철주야 헌신과 희생을 하며 
미친듯이(?) 연구에만 전념하고 있는 실험실을 마치 대단히 위대한 과학자의 삶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을 자주 본다. 그런 것에 환호하는 언론과 그런 언론 보도에 흥분하는 세상 사람들은, 
마치 어린 꼬마들이 TV에 만화나 인형극 비슷한 것이 나오기만 하면 미친듯이(?) 흥분하여 
"이거 보고 싶어! 이거 보고 싶어!" 소리를 연발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그렇다. 한마디로 모두다 미친짓이지 과학자의 길은 아니다. 

나도 아랫사람을 부리는 위치에 있는 과학자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이 그런 미친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 감독해야할 책임이 있다. 
윗사람 자신이 그런 미친짓 하는 것이 좋아서 즐긴다면, 실험실에서 그런 미친짓을 하는 놈은 
그 윗사람 하나만의 몫이면 충분하다. 

아랫사람을 부리는 위치의 과학자는 아랫사람들, 특히 대학원생이나 연구원의 위치에 있는 
아랫사람들에게 그런 짓을 절대 강요해서도 안되고, 아랫사람이 혹시나 자발적으로 좋아서 
그런 미친짓을 하더라도 절대로 못하도록 금지시키고 감시 감독해야할 책임이 있다. 

하물며, 그런 아랫사람이 연구를 위해 자기 소유의 무언가를 헌신/희생하려고 한다면 
아무리 자발적이더라도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과학자의 도리이다. 

아랫사람의 헌신과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과학자들이  
바로 권력에 눈먼 리센코의 제자들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2005. 11. 22.)





P.P.S.

과학자의 양심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명예나 돈이나 人情보다는 과학적 진실을 목숨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다. 
과학자도 사람인 이상 항상 실수를 저지른다. 심지어 잘못된 실험의 결과를 깨닫지 못하고서 
논문으로 세상에 공표하기까지도 한다. 

하지만, 과학자는 자신의 과학적 잘못을 발견하게 되면 즉시 그 잘못을 스스로 고치고, 
또한 세상에 널리 알리어서 다른 과학자들이 자신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데 
주저함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과학자의 양심이다. 

자신의 잘못을 알게되고서도 그 즉시 고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과학자가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알고서도, 또 남의 지적을 받고서도, 오랫동안 거짓말로 일관하며 숨겨오다 
결국 궁지에 몰리게 되어서야 과오를 인정하고 잘못을 고치는 사람을 과학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저 과학을 잘 이용하여 명예와 부와 권력을 탐하려는 사람일뿐이다. 

(2005. 11. 24.) 





P.P.P.S.

신문 방송 등에서 "월화수목금금금 휴일없이" 일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을 침이 마르도록 
칭송하는 것을 자주 본다.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인가?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아니 사람답게 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될 수 있겠는가?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것들에 대한 사색도 없고 인생의 가치에 대한 성찰도 없이, 
"월화수목금금금 휴일없이" 계속되는 일에서 얻는 성취감, 업적, 명예, 명성 등에만 
집착하며 살아가는, 사람 같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서 어떻게 제대로 된 
과학자를 기대하겠는가?

(2005.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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