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투 렉커그나이징 유어 세인츠 (A Guide To Recognizing Your Saints, 2006) 범죄, 드라마 | 미국 | 90 분
감독 : 디토 몬티엘 공식 사이트 :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디토), 로자리오 도슨(로리) 등급 : 해외 NR
80년대 주인공 디토의 주위엔 모범적인 친구라곤 보이지 않습니다. 싸움을 일삼는 폭력적인 친구 안토니오, 그의 모자란 동생 지오세프 등..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암울한 환경을 대변하기라도하듯 그저 그의 무리들은 어울려다니며 짓궂은 장난이나 일삼으며 시간을 떼울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서로에겐 끔찍이도 소중한 친구들이죠. 무리 중에 누군가 다른 패거리에게 당했다 하면 자기 일처럼 성을 내며 보복을 해 주기도 하고, 슬픈 일이 생기면 가슴으로 아파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범죄와 인종간의 갈등이 들끓는 암울한 환경에서 그들에게 앞으로 닥칠 비극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처럼 밀려옵니다. 안토니오의 모자란 동생은 어이없는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고, 안토니오는 그 후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교도소에 들어가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디토와 미래를 약속한 가장 아끼던 친구마저 보복을 당하며 숨이 끊깁니다. 디토는 안 그래도 지긋지긋했던 이 동네에 분노와 공포가 치밉니다. 그가 아끼고 사랑했던 친구들이 죽음과 범죄에 엮이면서 그는 드디어 유년기를 보냈던 이 동네를 떠나기로 마음 먹습니다. 그가 사랑한, 그리고 그를 사랑한 여자친구와 가족에게서도..
그리고 시간이 흘러 디토는 작가로써 그의 아픔으로 얼룩진 유년시절을 책으로 펴냅니다. 그리고 뜻밖의 전화를 받습니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어머니의 전화. 그는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들된 도리는 해야겠기에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 속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감상기]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자전적인 회고록에 가까운 동명소설을 기초로 합니다. 놀랍게도(?) 영화의 각본과 연출도 원작의 작가인 디토 몬티엘이 맡았죠. 아무래도 본인의 이야기이기에 영화의 리얼리티와 이 영화가 뿜어내야할 아련한 감성을 잘 그려냈습니다. 누구에게나 유년 시절을 떠올려보면 아련하게 떠오르면서 무언가 꿈틀꿈틀 거리고, 벅차오르는 감정이 느껴지죠.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더 간절한 그것. 영화를 보면서 제가 전반적으로 느낀 감정도 저것과 동일했습니다. 비록 달콤한 청춘이 아닌 아픈 청춘을 그리고 있지만, 영화는 영리하게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한 쪽에 치우쳐 감정과잉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지 않습니다. 슬프다가도, 푸근해지고, 아프다가도 따뜻해집니다..영화는 과거의 무거운 사건을 현재의 그를 통해 따뜻한 손길로 보다듬으며 환기시키기를 반복합니다.
한 소년의 아픈 성장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고, 이젠 어엿한 성인이 되어 미처 정리하지 못한 유년기를 되짚어나가는 자기 반성에 대한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I left everything and everyone but no one, no one has ever left me.' 이라는 반복되는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년 시절의 디토를 통해 이렇다 할 작별인사 없이 떠나온 그들에게 영화 속에서 짧막하게나마 고마움과 죄책감을 표시했고, 현재의 자신을 통해선 아픔으로 얼룩진 과거와 무책임하게 그것들을 떠나온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틀어져왔던 아버지와의 관계도 회복하고, 그동안 혼자서 힘들었을 어머니에겐 어깨를 빌려줍니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찾아가야 했을 교도소에 복역중인 그의 친구 안토니오에게도 찾아가 따뜻한 인사를 건넵니다. 그렇게 영화는 오랜시간 아물지 않았던 과거의 상처를 치료하고 보듬는 역할을 합니다.
지하철에서 해가 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친구와 미래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장면, 아버지에 대한 불신과 갑갑함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는 장면, 과거 아버지가 했던 말을 현재의 장면에 덧씌우며 묘한 여운을 안겨줬던 장면 등.. 본인의 진심과 함께, 영화 감독으로써의 재능을 엿볼수있는 장면이 꽤 많았습니다. 굉장히 좋은 그림을 보면 감동을 받는 것처럼, 단 한 장면의 그 이미지 만으로도 감독이 전하는 그 감성 에 동화되게끔 하는 재능.. 개인적으로 참 높게 사고 싶습니다.
뭐 리뷰 쓰면서 빼놓은 적도 없지만 이 영화에서 더더욱 빼놓을 수 없는 배우들의 연기. 이 영화의 타이틀 롤을 맡은 샤이아 라보프. 처음 볼땐 몰랐는데 다시 한 번 보니 음.. 굉장히 좋네요. 자연스러운 감정과 대사 처리. 본인도 이 영화의 그들처럼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기에 더 몰입했던 것 같아요. 디즈니 출신 배우라 제작사 측에서 무시했다는데, 제가 제작자라면 영화 보고 사과했을 것 같네요. 그 외에도 채닝 테이텀의 캐릭터에 맞는 압도적인 표정 연기도 좋았구요. 극의 중심을 잡아주는 중년배우 채즈 팔민테리, 다이앤 위스트의 연기도 안정적입니다. 그 외 모든 배우들이 참 인상 깊은 영화였어요. 선댄스 감독, 연기상 받을만 한 것 같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