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의 시대 (The Age Of Ignorance, L'Age Des Tenebres, 2007) 코미디 | 캐나다, 프랑스
감독 : 데니 아르캉 출연 : 다이앤 크루거, 엠마 드 칸니스 등급 : 국내 18세 관람가
변변치 못한 남자 장 마르크는 현대의 몽상가이다. 공무원인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공한 작가이자 바람둥이로 상상한다. 극도의 올바름이 강조되는 근 미래의 퀘벡에서 장 마르크는 진정한 성공을 거둘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에게 던진다.
60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암흑의 시대 The Age of Innocence>는 캐나다 퀘벡에서 활동하는 드니 아르캉 감독의 2007년 신작이다. 드니 아르캉은 칸국제영화제에서 1989년 <몬트리올 예수 Jesus De Montreal>로 심사위원상을, 지난 2003년에는 <야만인의 침략 Les Invasions barbares>으로는 각본상과 여자연기상을 받는 등, 칸과는 인연이 많은 감독이다.
올해 비경쟁 부문에서 선보인 <암흑의 시대>는 칸 수상 이후 미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야만인의 침략>으로 1년 동안 전세계를 돌며 프로모션을 벌이는 동안 떠올린 블랙 코미디 영화다. 빽빽한 일정의 인터뷰와 파티에 시달리던 드니 아르캉은 TV에 나오지도 않고, 코 밑에 밀어넣은 소형 마이크도 없고, 인터뷰를 당하거나 유명한 영화 배우를 만날 일도 없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암흑의 시대>의 ‘루저’ 장 마크 르블랑은 이렇게 해서 창조된 캐릭터다.
장 마크 르블랑(마크 라브레쉬)은 캐나다 퀘벡 도정부에서 일하는 공무원. 그의 업무는 각종 어려움에 처한 퀘벡 도민들에게 고충 상담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고충을 상담 받을 사람은 장 자신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아내와 두 딸들은 그를 무시하기 일쑤며, 양로원에 있는 노모는 죽음에 직면한 상태다. 게다가 톱니바퀴 돌 듯 계속되는 업무는 그의 영혼을 자꾸만 파먹어 간다. 그러나 그의 꿈 속의 공간은 현실과는 사뭇 다르다. 그 안에서 장은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이며, 아름다운 여자들로 둘러쌓인 성공적인 배우이자 스타 작가다.
<암흑의 시대>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40대 가장 장 마크의 백일몽이다. 그를 둘러싼 현실은 그를 극단의 상황으로 밀기만 한다. 지구 온난화는 계속되고, 그로 인해 북극의 빙하는 자꾸 녹아내리고, 때마침 캐나다에는 전염병이 돌아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한다. 이런 그에게 위안을 주는 것은 잠깐 동안의 상상이다. 그 안에서 장은 모두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셀리브리티가 되어 있다. 블랙 코미디에 능한 드니 아르캉 감독의 장기는 <암흑의 시대>에서도 여전하다. 마크의 극과 극의 상황의 대비를 통해, 드니 아르캉은 컴퓨터와 휴대폰이 지배하는 ‘암흑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에게 아주 잠시 동안 위안과 안식을 주려고 한다.(안타깝게도 이는 극 중에서 가능한,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위안이다) 물론 그는 특유의 풍자도 잊지 않았다. 극 중 세계 그 어떤 곳보다도 관료주의에 사로잡힌 퀘벡 정부의 모습을 코믹하고 신랄하게 풀어놓는다. 극의 완성도에 기여하는 것은 장 마크 르블랑 역의 마크 라브레쉬의 연기다. 캐나다 퀘벡의 유명한 코미디언인 마크 라브레쉬는 관객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안겨주는, 최고의 코믹 연기를 선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