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엽위신 출연 : 견자단, 임달화 등급 : 해외 NR 공식사이트 : http://www.ipman-movie.com/
영춘권의 창시자이자 이소룡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는 엽문 선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자로 <葉問>이 제목인 영화가 이라는 영어제목으로 싱가포르에서 개봉했다. 영어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과연 그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제목은 사람의 이름이었고, 그 사람은 이소룡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중국 쿵푸의 고수였다. 견자단이 그 엽문 역할을 맡고 있다. 감독은 <용호문>, <도화선>의 연출을 맡았던 엽위신이고, 무술감독은 홍금보이다. 음악에 가와이 겐지가 참여했는데, 전체적으로 반일감정을 담고 있는 영화에 일본인 음악가가 참여한 것은, 어찌되었든 그 자체로 대단하게 보인다.
이 영화는 매우 단순하다. 한 위대한 쿵푸 마스터의 삶을 그리고 있는데, 거기에 중화민족주의의 이데올로기를 깔고 있다. 그렇게 된 것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일본이 중국을 침략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간단하게 말하기는 힘들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것을 두고 중화민족주의라는 혐의를 가지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대했던 쿵푸 마스터에 대한 전기 영화를 만드는데, 시대적 배경이 그 시기였기 때문에 반일감정과 중국인의 민족주의를 다룰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 사실 별다른 할 말이 없을 수 있다. 사실 이 영화의 내러티브 구성은 너무도 단순하고, 연출도 평이해서 굳이 그렇게까지 이데올로기를 들먹이며 이 영화를 비난할 것까지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그 나뉘는 기점은 중일전쟁이 일어나고 엽문이 살고 있던 불산(佛山)이 일본군에게 점령당하는 시기이다. 그는 광동지방에서 쿵푸로 유명한 곳에서 살며 지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쿵푸 마스터이다. 많은 이들이 그에게 도전을 하지만 그는 간단하게 적수들을 제압한다. 무술 고수이면서 훌륭한 인격을 갖추고 있는 그는 그 자체로 완벽한 인간으로 그려진다. 나는 쿵푸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견자단이 이 영화에서 보이고 있는 쿵푸에 대해서는 설명할 능력이 없다. 홍금보와 견자단이 만들어내고 있는 싸움 장면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견자단은 영화에서 수많은 상대들을 차례로 쓰러뜨린다. 그가 이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은 쿵푸가 단순히 힘과 기술로 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 힘 또 적절히 제어되는 힘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일본인들에 의해 도시가 점령되고 가라데를 하는 일본군과 엽문이 싸울 때 강조된다. 엽문은 자신의 쿵푸가 유교적인 인仁의 정신을 가지고 있어서, 제어되고 조절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대신 일본의 무술은 힘을 과잉되게 사용함으로써 결코 그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이것 역시 중화주의라고 비판받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쿵푸든, 한국의 태권도든, 일본의 가라데든 간에 모두 나름의 고양된 정신수련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나라의 무술이 더 훌륭하다고 말할 근거가 무엇인지 문외한인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시기는 일본이 중국을 침략해 수많은 중국인들을 죽이던 때였다. 이 역사적 사실을 다루면서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 역시 기나긴 일제의 식민지 시기를 거쳤다. 지금은 민족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그 당시로서는 이런 말은 사치에 불과할 것이다. 외부에서 쳐들어와 내 가족과 친구를 고문하고 강간하고 죽이고 있는데,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냉정하게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영화를 평가한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이다. 이 영화는 너무 뒤떨어진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내러티브의 진행은 진부하기 이를 데 없다. 영화를 보면서 과거 한국의 텔레비전에서 많이 보았던 삼일절이나 광복절 특집 드라마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단순하고 세련되지 못한 스타일 속에서도 뭔가 울림을 주는 것은 견자단의 무술이다. 견자단이 싸우는 장면들은 최근에 보았던 다른 무협영화보다 훨씬 단아하면서도 특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견자단이 대단한 연기력을 소유한 배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그가 무술을 하는 장면들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과잉되지 않는 절제된 동작과 움직임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는 쿵푸영화의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쿵푸의 한자 표기인 功夫에서 무술을 연마한다는 것이 인격을 수양하고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는 진리를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으리라.
無上
영춘권을 배우는 입장으로 영춘권에 대한 잘못된 내용이 있어 바로 잡을까 합니다 영춘권의 창시자는 엽문이 아닙니다 엽문보다 훨씬 이전인 명나라 말엽 청나라 초엽때 사람인 엄영춘이라는 여인이 창시한 권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