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 드라마 '제5공화국'이 인기다. 5공화국 주역들이 새로이 각광을 받고 있고, 1980년대 역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1980년대 널리 회자됐던 말중 '땡전뉴스'라는 게 있다. 9시 뉴스를 알리는 '땡' 소리만 들리면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얼굴이 비쳐 붙여진 단어다.
5공 치하에서 방송국들은 일제히 충성경쟁을 벌였고 그에 따라 나온 결과가 바로 '땡전 뉴스'(또는 '뚜뚜전 뉴스')다. 당시 '땡전 뉴스'의 모습을 강준만이 저술한 '한국현대사 산책'을 통해 살펴보면 이렇다.
"뚜뚜...하는 9시 뉴스의 신호음이 나간 뒤 '오늘 전두환 대통령은...'하고 시작하는 뉴스 때문에 전씨의 아호가 '뚜뚜전' '오늘전'으로 회자됐고, 전씨 동정이 끝나면 곧이어 '또한 이순자 여사는...'이 시작돼 이씨는 '또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책은 KAL기 실종 뉴스와 대통령 동정의 탑 뉴스 배치를 통해 당시 상황을 꼬집었다. 뉴스 비중으로 보면 'KAL기 실종'이 단연 탑을 차지해야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방송에선 '오늘 전두환 대통령은...'이란 뉴스가 결국 탑뉴스를 장식했다. 이 때 TV화면에선 전씨가 서울 어느 거리에서 빗자루를 들고 환히 웃으며 조기 청소를 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땡전뉴스가 심한 경우 총 뉴스시간 45분 가운데 30분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었다. 방송사 메인 뉴스가 '청와대 홍보 뉴스'로 전락한 것이다.
'현대사...'는 '우리방송 100년'(최창봉 강현두 저)의 내용을 인용해 "방송사끼리 누가 오래 대통령 동정을 다루느냐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곤 했다"며 "과잉 충성경쟁은 후일 본격적인 KBS 시청료 거부운동을 낳게 했다"고 덧붙였다.
전씨도 처음엔 과잉 충성경쟁의 문제점을 알았지만 점차 당연시하게 됐다고 '현대사...'는 전한다. 다음은 80년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낸 뒤 이후 MBC 사장이 된 이웅희씨의 말이다.
"청와대에서 MBC로 자리를 옮기면서 전두환 대통령에게 TV뉴스의 맨 앞에 항상 대통령이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설득했다. 전대통령도 그 말에 수긍해 MBC에서는 한동안 이른바 '9시 땡뉴스'가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1년쯤 지난 뒤 청와대로 불려가 이 같은 보도태도에 대해 질책을 받았다. 전대통령은 대뜸 '당신 지금 신문기자 기질로 일하는 거요?'라고 호되게 야단을 쳤다. 아마 전대통령은 참모들의 얘기를 듣고 생각이 바뀐 듯했다." <사진은 드라마 '제5공화국'의 한 장면>[TV리포트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