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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된 나날들의 포도당, 생활을 연명시켜 주는 링거의 주사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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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때묻지 않는 자연이 숨 쉬는곳, 행여 그럼자라도 들킬까 꼭꼭 숨어있는곳,
예쁜 고래 한마리를 품고 있는곳, 삶에 지친 이들에게 숨을 쉬게하는 우리들의 숨통 이자 마음씨 좋은 여행자에겐 훈훈함을 안겨주는곳, 마지막 향수가 어린 땅 나는 그곳을 강원도라 부른다.
한창 젊었다는 20대 아무리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보이는건 모두
다 돌아 앉아있었고 슬프게도 그러기는 30대에 접어든 지금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렇게 모든게 돌아앉아 있고 시들어 보일때 어중간한 세대로 살아가는것이
너무 힘겨울때 느닷없이 떠오른 곳이 강원도였다.
신화처럼 숨쉬는 예쁜 고래 한마리를 내장하고 있는 그런 아름다운 바다를
거느리고 있는 강원도 말이다.
아울러 한해를 접고 새로운 해를 만나러 사람들은 강원도로 간다.
해가 뜨는 땅이 강원도 이기 때문이다. '동해 일출'이라고 말하지 '남해 일출'
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이다.
인파로 가득찰 동해바다는 그러나, 가고 싶지 않았고 인적이 드문 산으로 들어갈 요량으로 무작정 강원도로 떠났다.
겨울 여행은 운치가 있다.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실고 처음으로 들른곳은
홍천.
오지마을을 갈 생각이었으나, 차를 가지고 가지 않으면 갈수 없음을 알면서
그냥 떠날수 밖에 없는걸 또 한탄하면서 수타계곡과 수타사로 향하다.
굽이 굽이 산길을 따라 수타사로 향하는 길은 아직 여기 저기 눈이 많은 겨울정경을 보기에 충분했다.
사람이 없어 너무도 한적한 민박촌이 형성된 수타계곡을 지나 수타사 초입에 내리다.
사람이 한사람도 보이지 않다. 우리 이외에 사람이 없는 수타사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의를 둘러싼 공작산이 보이다. 공작이 날개를 활짝 펼친 듯한 산세와 암봉으로 인해 공작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한다.
눈으로 덮인 산이 쓸쓸함을 곱절로 배가 시킨다.
홍천에서 인제로 들어가기로 결정. 인제행 버스에 몸을 실고 떠나자 눈이 내리기 시작, 금새 어두어진 창밖사이로 눈발이 엄청나게 흩날린다.
인제에 도착해서 끊임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오랫동안 걷다. 허름한 민박집에서 새해를 맞다.
올해도 또 이리저리 정처없이 떠돌겠구나, 쓴웃음을 짓다.
다음날, 인제에서 현리로 더 깊이 들어가기로 하여 현리행 버스를 탔다.
자, 여기서부터 강원도 산골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전날 무지 내린 눈으로 인해
그야말로 모든것이 새하얀 설경이다. 현리까지 가자면 몇개의 험준한 고개를 넘어야한다.
구불구불한 고갯길 사이로 굳게 뻗은 이름을 알수없는 나무들이 만들어낸 절경
을 아로새기는데,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실 지경이 었고, 눈 때문에 조심스레 달리는 버스 창가너머로 산의 설경이 기가막히다.
1시간이상 그것들을 응시하며 도착한 현리는 역시 작은 마을이다.
현리로 들어간 이유는 진동에 가야했기 때문이었는데, 터미널에서 물어보니
폭설로 인해 버스가 들어가지 않는단다. 아침가리와 방태산을 가야했는데...
일을 어쩌랴..
내린천계곡을 구경하는 것에 만족해하는 수 밖에... 그저 모든 풍경이란 하얗고 또 하얄뿐이다. 진동엔 꼭 다시 와야하겠다.
여기서 여행정보 하나 - 아침가리를 주목하자, 여행시기는 봄이 가장 좋고,
희귀한 야생화를 모두 볼수 있는곳으로 자연의 보고 같은 곳이다.
단, 이곳을 방문하려면 사흘전에 돼지고기와 개고기를 먹지 말아야 한단다.
다른 고기는 괜찮은지.. 유독 돼지와 개만 걸고 넘어지는게 이상한데, 관리 아저씨도
그 이유를 모른단다. 왜냐고 하니, 나쁜 일이 생기기 때문이라네... ????
이번 강원도 여행에서 내, 제대로 본것이란 눈 뿐이지만.. 한산한 마을의
정경과 어우러져 나름의 매력을 느끼고 돌아온것 같다. 이것 저것 생각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된것같고..
대관절 서울에서 연말연시를 보내는게 어디가 어때서 무슨 구실이라도 만들어 서울을
떠나는 나란 인간은 서울이 아닌 곳에서 한해의 마지막을 보낸게
몇년째다.
집밖으로 나가서 그래 어쩌겠다는 거냐 하고 묻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공리적인 질문에서 벗어나, 우리들 천성이 가끔 본능적으로 산업사회적 삶의 양태에 대해 은연중에 쉬고 싶다고 저항한다면 어디론가 떠나도 좋지
않겠는가? 그럴때 강원도로 떠나자.
왜 하필 강원도라고 묻는다면 거기엔 역사같은 험준고령과 소리내서 흐르는
맑은 계류와 탁트인 허공과 낯선 산간마을과 굴피지붕과 어딘가에는 아직도
돌아가는 물레방아와 빗물에 패인 진흙과 용트림 하듯 꿈틀대는 파도와 동해 일출등 한국적 자연의 모든 상징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할일은 무엇보다 서둘러 강원도로 떠나는 일일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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