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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된 나날들의 포도당, 생활을 연명시켜 주는 링거의 주사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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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냐? 내가 여행간다니깐 누군가 또 그런다. 뭐가 그렇게 불러대서
그 모냥으로 싸돌아다니냐고 하지만, 어쩌랴.. 그의 말대로 뮌가가
애타게도 나를 부르는 지 난 또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을....
저번주는 아마 막바지에 접어든 가을을 느끼는 마지막 주말이
아니었나싶다.
어김없이 떠나는 여행이고 사실 갈까 말까 내심 고민했던
여행이었는데, 15명이라는 인원을 이끌고 또 떠나고야 말았다.
목적지는 충남 예산 수덕사와 그 일대의 관광지.
수덕사는 청도 운문사와 함께 여승들의 요람지로 알려진 곳이다.
산사 찾는 것을 좋아해 여행할 곳에 절이 있으면 어디든 꼭 들려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아예 산사를 주 목적지로 정했다.
차의 정체만 없다면 시원스레 뚫린 서해대교를 타고 2시간 정도면
갈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라고 나는 항상 말한다. 토요일 내려가는 길도 막혔고 서울로 올라
오는 길 역시 엄청나게 정말로 무지하게 막혀서 녹초가 되어 상경했다.
여행갈때마다 생각하는 것이지만 이런 교통문제만 해결된다면 신나고
즐거운 여행으로 마무리될 터인데 그렇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싱가포르처럼 주말과 평일에 이용하는 차량을 제한하며 운영 한다던지
뮌가 강구책을 마련해야되지 않을까? 또한 늘 생각하는 것이다.
자, 서두가 좀 길었는데 이제 여행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하자.
해가 많이 짧아졌다. 이제 저녁이 되면 금새 어둑어둑해지고 밤이 길게
장막을 친다. 밤에 서해대교를 달려보았는가? 음.. 꽤 좋다.
특히, 차가 없어 쌩쌩 달릴때면 스트레스 해소로 그만이다.
이 서해대교를 타고 수덕사까지는 이정표를 따라 그대로 오면 된다.
많은 사람들과 여행을 오면 M.T때와 비슷하다. 음식을 해먹고 도란도란
둘러 앉아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한다. 여행에 관한 건
기본이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여행을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부산하게 움직인다는 것이 조금 차이가 있다고 할까?
거의 새벽까지 놀다가 조금 눈을 붙이고 일어났다.
이번에 묵었던 민박집주위가 저수지로 둘러싸여 아침에 산책 겸 잠시
나가보았더니 전날 비가 내린 이유로 더없이 상쾌하고 저주지를 에워싼
나무들도 고운 색을 띠고 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아침을 챙겨먹고 차를 세워둔곳으로 움직였는데 한 인상좋은 할머니가
웃으며 말을 건네신다. 잠시 몇마디 나누다가 인사를 드리고 다섯대의
자가용이 일제히 수덕사를 향해 출발했다.
회원중 서산 비행장의 공군대위가 있는데 덕분에 거침없이 일대를
낱낱이 돌 수가 있어서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수덕사에 도착. 주차료 이천원 입장료 이천원을 내야 들어갈 수 있다.
수덕사까지 올라는 길 양쪽에 식당과 각종 관광기념물을 비롯 별의
별 것을 다 파는 상인들이 즐비하다. 절 주위에 으레 있기 마련이나
이 정도로 많은 건 처음 본다. 산마가루에 벌떼가 바글바글 몰려있어
물어보니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말해서 그냥 웃고 지나쳤다.
수덕사는 뒤로 덕숭산이 자리잡고 있다. 때문에 수덕사를 가려는
사람들과 등반을 하려는 사람들의 인파가 그 이른 아침인데도
엄청나다. 수덕사 곳곳에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절이 유명해서인지 무슨 연유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여길 찾는지
알 길이 없다. 여승을 찾아보려 했지만 간혹 눈에 띄는 중은 남자
들뿐이다. 수덕사를 둘러본 후 내 주장에 따라 덕숭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리 회원들 내가 산에 가자고 하니 눈이 휘둥그레지더군..
(참고로 난 산을 잘 못탄다. 그래서 산엔 잘 안간다. -,.-)
그런 내가 산을 타자고 했으니 놀랄밖에..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건 중턱까지 쉬지 않고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힘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몸이 만들어지고 있나..? 여행 다니기 좋은 몸으로..
산을 오르면서 줄서서 가긴 또 처음이었는데 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단풍은 이미 한풀 꺾인 듯 했지만, 형형색색의 빛깔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한가지 아쉬운 건 올라가는 길에 난간이 없다는 것.
길이 좁은데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데 자칫 사고
라도 날까 염려가 되었다.
뮌가 대책이 시급할 것 같다는 혼자만의 생각.
많은 사람들에 쫓기듯 내려와서 간 곳은 철새도래지로 알려진
천수만이다. 거침없이 달려서 이내 그곳에 도착했는데, 많은
새들을 볼 수는 없었다. 도로를 중앙에 놓고 양쪽으로 펼쳐진
바다 지평선 즈음에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의 땅이 있고 어쩌고
하는 파일럿회원의 설명을 들으며 바닷바람을 맞고 한참을
서있었다.
10분동안 그러고 있다가 우리는 마지막 여행지인
간월도로 향했다. 점심으로 꽃게탕을 먹고 간월도를 천천히
돌아보았는데, 이곳 역시 볼거리를 찾는다기보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좋지만 아줌마 아저씨들의 고성방가로 그
분위기는 여지없이 깨지곤 한다.
간월도에 가면 간월 암을 찾을 일이다. 그러나, 어제 이후로
일반인에게 폐쇄를 한다고 하니 이후에 오는 사람들은
보고싶어도 그럴 수가 없을 것 같다. 간월 암은 무악대사가
홀연히 도를 깨우친 곳이다. 들어가는 입구에 '기와를 날라
주세요'라는 문귀가 있는데 기와 몇장이 정말로 뉘어져있다.
몇장 남지 않은 기와를 앞의 몇사람이 가지고 올라갔고 나는
그냥 가려는데 스님이 깨진 기와를 나에게 준다.
그러며 하는 말씀이 마지막에 그 기와를 가지고 가는 사람에
게 행운이 따를것이요 하신다. 사실이 아니어도 기분이 좋아
져서 무거운 기와를 낑낑대며 가지고 올라가서 다른 기와들
틈에 내려놨다.
승복을 입고 일하시는 분이 그런 날 보시곤 다 가지고 온
거냐고 웃으며 물으셨고 나 또한 그렇다고 미소로 대답했다.
순간, 기와 나르는 인부가 된 듯한 착각.. 흐음..
간월 암은 바로 앞에 바다를 배경으로 아주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작은 암자였다.
한바퀴 돌아보는데 시간이라는 것이 걸리지 않을정도였는데,
중앙에 미세하게 작은 열매가 짙은 녹색의 잎사귀와 어울려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무 비슷한 것이 있어서 무엇인지
물어봤다.
승복을 입고 일하시는 그 분 왈 '펠리칸삿수' 라고 하는데
가을부터 내년 음력 2월까지 다홍색의 열매가 떨어지지
않고 간다고 하며, 내가 오늘 이 말을 천번 이상
한 것 같다고 사람들이 올 때마다 물어봐서 입이 아프다
하신다. 쓸쓸하게 웃었더니 한마디 더 곁들이신다.
오늘이후로 여긴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고, 오늘도 멀리서
손님들이 오셔서 문을 열어놓은 것이지 다른 때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라며 오늘 여기 들어온 사람들은 행운
인 것이라고 이번에는 물어보지 않는 여러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으셔서 염치 불구하고 또 그 이유를 물으니 도인탄
생을 위해 공부를 하기 위함이란다.
과연 간월 암에서 도인이 나올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 길. 다신 들어올 수 없다고 하니
간월 암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한 것이겠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 한 장 찍고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바닷물을 응시하는데 사는 게 또 아프게 다가온다.
언덕길을 찾아서 내려가는 도중 좌측으로 키 작은
억새가 무성하다. 이 좁은 땅에도 속속들이 구석구석 갈곳
이 참 많고 볼 것 또한 푸짐하다는 생각이 스치듯 지나간다.
멀리 하늘을 보았더니 어느 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듯
몸부림이다. 국도를 타고 차창밖에 펼쳐진 정겨운 마을들의
풍경이 아련하게 보였다가 사라진다.
물감의 여러 색을 아무렇게 뿌린 듯한 그러나, 아름다운
나무들의 다채로운 모습과 병풍처럼 둘러싼 산세의
푸근함이 마음을 평화롭게 안아준다.
거북이 마냥 기어가듯 지체된 교통난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겠다. 말해서 무엇하리.. --;;
다만, 오션파크 휴게소는 아주 좋더군.. 먹을것두 다양하고.
한 순간 가을이 가버릴 것이다.
10월을 며칠 남겨두고 있다. 친구들이여! 올 가을엔 낙엽
이라도 밟으며 옷깃을 세우고 영화의 주인공이 되보자.
구르몽의 싯구를 읊조려도 보고 쓰디쓴 커피를 음미하며
하늘빛이 뚝뚝 떨어지는 먼 가을하늘을 잠시 바라보자.
내일 모레면 우리 서른의 가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10월의 마지막 날 공원앞 벤치에 앉아 노래를 부를 것이다.
베리 메닐로우의 'When October Goes"를....
이렇게 또 10월이.... 가는구나... 내 서른의 가을도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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