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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고된 나날들의 포도당, 생활을 연명시켜 주는 링거의 주사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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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주의보가 내려 배가 뜰수 없다는 방송을 듣고 우린 발을 동동 굴렀다.
파랑주의보가 내리면 12시간은 무슨일이 있어도 배가 뜰수 없다.
선유도는 이미 민박이 없고 장자도까지는 너무 멀고 하는수 없이
무녀도로 들어갔다.
역시 걸어서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는 곳으로 선유교로
연결이 되어있다. 선유교로 진입하자 엄청난 힘의 바람이 세차게도 분다.
바람의 세기가 장난이 아니다. 다들 무섭다고 난리들이다.
무녀도는 한마디로 볼 것이 없다. 갯벌에 배가 몇 척 있을뿐이다.
방값이 선유도보다 싸다는 이유 하나로 이곳에 여장을 풀렀는데 이 방은
TV도 없고 딸랑 방 하나뿐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무녀도와 건너편에 있는 마을을 다 돌아볼 요량으로
난 밖에 나왔다. 바람이 정말 많이도 분다.
선유교까지 용케 왔는데 같이 온 녀석, 도저히 건너갈 자신이 없댄다.
친구 보내고 혼자 선유교를 건내는데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보지 못했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무인도 같은 작은 섬이 군데 군데 떠있는데 꽤 좋은 경치를 자랑하고
있다.
다리에 잠시 멈춰서서 사진 찍고 밑을 내려다 보니 파도의 높이도
여간 높은게 아니다.
배가 못뜨는 이유가 당연하다. 비는 그쳤는데, 이번엔 바람이 그 기세가
당당하다 못해 너무한다 싶다. 이렇게 심한 바람은 첨이다.
비틀거리며 겨우 다리를 건너고 선유 1구 마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려가는 오솔길이 역시 소박스럽고 아담하다.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내려갔다.
선유 1구 마을이 이내 보이는데, 웬걸 세상에... 이곳으로 올걸 그랬다.
여기가 무녀도보다 휠씬 좋다. 바로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고 그림이
아주 괜찮아 보인다. 사람도 드문드문 보이는 게 너무나 조용한 마을이다.
내가 원하는 곳이다. 계속 바람을 맞으며 뒤쪽으로 걸어가니 더 기막힌
풍경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콩돌밭 해수욕장이라고 자갈로 이루어진
곳이다.
우측 끝 바위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고 물속에는
어린아이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슬그머니 다가가 바닷물을 보는데 물이
아주 깨끗하고 손을 넣어보니 미지근한 것이 전혀 차갑지가 않다.
이미 인력으로 안돼는건 잠시 뒤로 보류시키고 쪼그려 앉아 아스라이
멀기만한 수평선을 응시해본다. 릴렉스한 기분, 아울러 멜랑콜리 해지는
것이 가슴속이 텅비어버린 듯한 고약한 느낌에 저당잡혀 버렸다.
감정들은 계곡의 물처럼 굽이쳐 흘러 한곳에 고여버렸다. 슬픔의 고임..
비틀즈를 노래하자, 내가하는 말의 대부분은 의미가 없지...
줄리아, 대양의 아이.. 날 불러줘.. 바다조개의 눈, 공허한 웃음
내가 나의 마음을 노래하지 못할 때 난 나의 마음을 말할 수 밖에 없지..
줄리아, 잠자는 모래... 조용한 구름...
그러나, 비틀즈여 나는 나의 모든 계획들을 잊혀진 꿈처럼 잃어버렸다네..
깨닫지 못한 사이 어쩌면 흔한... 감정에 푹 빠져있음을 인식했을 때
싸한 바람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눈물로 전이 되기전에 가슴속 허허로움을 재빨리 소거시키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아무래도 너무 조용한 섬도 기괴한 도그마가 자리잡고 있는
나에겐 문제가 되는것일까?
시간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고 사랑마저 변하고...
변하지않고 늘 곁에서 맴도는건 고독뿐이라더니... 조병화 시인의
고독 예찬론이 요즘엔 정말 그렇다고 절감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만 청승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외로 맑고 깨끗한 바닷물을 다시
한 번 내려다보곤 선유 1구 마을을 나와 다시 무녀도로 들어갔다..
강풍이 부는데도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나처럼 도보하는 몇몇의 사람들
이 눈에 띤다. 민박집으로 돌아갈까 하다 길이 난 우측 골목으로 들어섰다.
땅만 보고 걷는데 요상한 벌레를 발견했다. 색깔이 너무 고와서 멈짓하고
계속 들어다보다가 결국에 사진을 찍었다. 그런 나를 유심히 보던 도민
아저씨가 그런걸 왜찍냐고 하신다. 빛깔이 너무 예뻐서요..
씩 웃으며 아저씨를 지나쳐 다시 걸어가자 왼편에 분교하나가 보이고
반대편에는 물결치는 논의 모습이 끝없어 눈이 시리다.
이쪽 길을 둘러보니 섬이 아닌 농촌의 어느 곳에 떨어진듯한 느낌이
든다. 옹기종기 작은 집, 길가에 서있는 나무들의 행렬, 에... 그리고
또 무엇이 있었던가?
금속성의 인스턴트 냄새가 나지 않는 말들을 찾아 보려하는데 도통
잘 떠오르지가 않는다. 더 안쪽으로 가보려는데 전화 벨소리가 날카롭게
귓가를 거슬리게 울린다. 동료가 밥해먹자고 부른다.
오래 걸으니 다리도 아파오고 할수없이 민박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늘을 올려다 본다. 먹구름이 빠른 속도로 모양도 요란하게 바꿔가며
다가오고 있다. 바람도 더 세차게 불고 다시 한바탕 쏟아질 기세다.
빠른 걸음으로 숙소로 들어가다 운무에 허리가 감긴 섬을 발견하고
멈춰섰다. 나를 매료시키는 신비.. 그것이 이번 여행의 끝이라고 할
수있는 내가 본 절경의 마지막이었다.
선유도를 비롯한 이곳 섬들에 대해 간략하게 말한다면, 너무나 적막하고
고요하다는 점이다. 숙박시설과 기타 위락시설, 게다가 피서객들마저
적지않게 있었음에도 희안하게 아주 조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섬이
라는 것. 가장 도드라지는 이 섬의 특성이라고 볼수 있겠다.
나에게는 특히 잊지못할 섬이 될것같은데, 들어갈때도 한 번에 들어
가질 못하더니 나올때도 바로 나오질 못하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리 원했는데 내 눈으로 확인하고 오니 고생은 좀 했지만
마음은 뿌듯하다.
혹시 선유도를 갈 생각이 있는 이들은 기상예보는 정말 중요하니까
잘 살펴보도록. 날씨가 좋아야 선유팔경을 비롯, 속속들이 그 비경을
감상할 수 있을터이고, 망주봉도 꼭 올라가 봤으면 한다.
내가 가장 아쉬워 죽겠는것이 망주봉을 올라가지 못한 것이다.
날씨가 좋은날에 망주봉에서 내려다보면 고군산군도의 섬들을 일제히
조망할수 있다고 한다. 이 광경, 아주 볼만할것이다.
지금 내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나를 실망시키는 가운데 유일하게
나를 위로해주고 나에게 기쁨을 제공하는 것이 자연의 때묻지 않은
풍경뿐이다.
사실, 민생고만 해결된다면 그것들을 찾아다니며 살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아, 벌써 8월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젊음과 푸름의 상징 여름이 살포시 다가와 꿈결처럼 열렸던 적이
언제 였던가? 조금만 더 여름을 잡아보고 싶다.
또 다시 훌쩍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팔월의 태양의 그 위에 빛나면 그곳은 얼마나 아름다우리요,
또한 수없이 많은 별들이 그 곳에 쏟아진다면.......
(2001. 8월 휴가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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